이소영 동문,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아일보 신춘문예 2014]시나리오 ‘더 홈’
● 당선소감
불쑥 찾아온 ‘희망’… 이젠 믿음이 생깁니다
이소영 씨
오후 4시 반이면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해가 떠 있을 때조차 두껍고 낮은 구름에 가려 늘 어둡고 음습한 독일의 초겨울. 창마다 두꺼운 셔터를 내려 밖은 아예 보이지 않고, 기압이 낮아서 유난히 크게 들리는 비행기 소리가 밤하늘을 찢는 가운데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혼자 시나리오를 써내려갔습니다. 그것도 공포 시나리오를요.
새벽 2, 3시쯤 되었을까요. 한참 쓰고 있는데 방에서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는데 그 순간 떠오른 사실! 지금 남편은 출장 중인데!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이런 제 모습을 누가 봤다면 분명 “네 시나리오보다 네가 더 무섭다!” 했겠지요. 제가 기억하지 않으면 없던 시간이 됐을지 모를 그 시간을 현실로 불러와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우리 사회가 세렝게티라면 난 얼룩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육식동물도 아니고, 초식동물 중에서도 남들보다 빨리 뛸 다리나 뿔도 없이, 가진 거라곤 오직 왜 있는지 모를 얼룩무늬뿐인 얼룩말 말입니다. 그렇게 생겨먹어서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까 싶은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 하지만 오늘은 “어쩜 얼룩말이 뛰면 흰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착시효과를 일으킬지도 몰라!” 하는 농담 같은 믿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든든한 베이스캠프였던 심산스쿨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같은 길을 걸어준 글동무들과 오랜 세월 함께해 준 ‘패밀’에게 고맙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모님과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비로소 마음을 전합니다. 곁에서 저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동행에게 제게 허락된 모든 기쁨을 바칩니다. 이런 날은 이렇게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는 거라는 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지난 연말에 소영이가 쪽지로 알려준 사연이다!
김미경이 '상이마마'라는 아이디로 올려줬는데...
'아이디=실명'이라는 원칙에 따라 삭제(?)하고
내가 대신 올렸다
(미경아, 네 아이디 이제 '김미경'으로 변했어!)
소영아, 축하해!
오랫동안 애써온 거 잘 아는데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오르는구나...
이제 시작이야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