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를 떠나며>
알다시피 올 해 상영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뽑은 것은 올 한해 동안 '내가' 겪은 다양한 문화적, 예술적 체험들 가운데 가장 뇌에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가을이 숨가쁘게 넘어갈 즈음 영화감상문 레포트 부탁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양심의 불법을 넘어 사람을 아는 것이 죄라는 이유로 본 영화가 바로 니콜라스 케이지 주연의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니콜라스의 빛나는 수상에 이어 작품뿐 아니라 그 당시 영화 포스터(수중 키스신), ‘스팅’의 OST까지 유명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유명의 이유를 안지 얼마 안되었다.
단지 어둡고 우울한 모드라는 이유로 지금껏 외면했던 영화
솔직히 다시 보라면 또 보기 싫은 영화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즘 봐야한다고 적극 추천이다.
줄거리는 알콜 중독자 벤이 삶의 종착지로 택한 라스베가스에서 창녀 세라와 만나 비극적 짧은 사랑을 나눈다는 이야기이다.
재미로 보겠다면 한마디로 땡기는 맛이 없다.
또한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한 낯 알콜중독자와 창녀의 퇴폐적 사랑스토리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그들의 사랑은 종처럼 뇌리에, 가슴에 울린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랑’
마치 사랑의 뷔페에 신물이난 현대인들에게 사랑의 원조를 맛보이는 것과 같다.
주인공 남녀의 심리가 독특한 영상과 함께 잘 표현되어 있으며 특히 연기가 꽤 일품이다.
현재 파산된 케서방이 그때 잘나갔던 케이지를 볼 면목이 없을 듯 하다.
‘당신이 빠진 구멍’
주인공 벤이 여관 문구를 술에 취해 ‘당신이 빠진 구멍’이라고 잘못 읽고 웃는 대목은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가 구멍에 빠진 것은 생각하지 않고 남이 구멍에 빠진 것만 보이는
역으로, 보는 우리에게 콧방귀를 뀌고 있는 셈이다.
또한 밤거리에서 마티니를 들고 벤치에 앉아 있는 벤의 모습은 얼마나 멋있는지..
(춥지만 않다면 꼭 재현하고 싶다)
우습게도 그때 세라와의 대화 나누는 장면 뒤로 전도하는 수녀들의 모습이 배경이다.
이 아이러니 한 장면을 나는 수중 키스신 보다 제1위로 삼았다.
두 주인공들이 택한 죽음과 생존의 어긋난 길이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라스베가스를 둘이서 행복하게 떠났을지 모르는 이 영화, 덕분에 몇 일, 몇 주를 꿈속에서 까지 케서방이 나오며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있는 그대로의 사랑’법을 배우며 내 곁에 있는 사랑을 점검하고 돌아보게 했던, 내가 뽑은 올해의 영화이다.
못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한 해가 기울어가는 요즘 함께 ‘라스베가스를 떠나’ 봄은 어떨까.
혹시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요?
Do I Have To Know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