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23-09-01 22: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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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비공식작전> 시나리오를 쓴 김정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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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미

사진/최성열, ()쇼박스, NEW

 

올여름 개봉한 네 편의 한국영화 대작 중 세 편이 한 시나리오 작가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것도 기성 시나리오 작가가 아닌 신인에게서 말이다. 79년생 김정연 작가는 <밀수><비공식작전>의 시나리오를 직접 집필하고, <더 문> 각색에 참여했다. 한 작가가 쓴 여러 편의 영화가 여름 성수기에 개봉한 사례는, 2014<명량><군도: 민란의 시대>를 집필한 전철홍 작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당시 전 작가가 기성 작가였던 점을 감안하면, 신인인 김정연 작가의 사례는 충무로에서 매우 독특한 기록이다. 아직 KMDB에도 제대로 된 정보가 없을 만큼 베일에 싸인 김정연 작가를 만나 <밀수><비공식작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이번이 그의 생애 첫 인터뷰라고 한다. 하지만 오랫동안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며 글을 쓰고 영화 자막 번역 일을 해와서인지 마주 앉은 그에게서 영화를 향한 애정과 단단한 기운이 느껴졌다.

 

직접 쓴 두 편의 시나리오가 바탕이 돼서 만들어진 영화 2편이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했다. 각색에 참여한 <더 문>도 극장에 걸려있는데, 극장을 찾아 그 영화들을 볼 것 같다.

 

극장을 계속 찾고 있다. <비공식작전>의 경우, 워낙에 오래 진행한 작품이기 때문에 개봉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비공식작전>2016년부터 썼고 <밀수>2019년에, 각색에 참여한 <더 문>2021년에 썼다. 각기 작업 기간이 떨어져 있는데 이렇게 한 해에 몰아서 개봉할 줄은 몰랐다. 코로나 영향이 큰 듯하다. 오래 기다렸기 때문에 갑자기 한꺼번에 개봉해 얼떨떨하다.

 

<비공식작전>은 오래 작업한 작품이라고 했는데 언제부터 시작했나.

 

2016년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해서 2018년 내 작업이 마무리됐고, 그해 투자가 됐다.

 

2018년에 최종고가 나오기까지 몇 고까지 썼나.

 

10고가 넘어갔을 것이다. 주인공도 서너 번 바뀌었고 버전이 상당히 많았다. 안기부 요원이 주인공인 적도 있고 지금의 판수(주지훈)인 택시기사가 주인공이었던 버전도 있다. 하지만 영화처럼 외교관 민준(하정우)이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최초이자 가장 많이 쓴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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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비공식작전> 투자가 이뤄졌을 때 어떤 심정이었나.

 

시나리오를 쓴지 15~16년차 되던 때였고, 고비였다. 이제 진짜 그만 써야 하나, 더는 못 쓰나 싶었는데 PD님이 전화로 투자가 됐다고 알려왔다. 현실인가 싶을 만큼 얼떨떨했다.

 

처음 투자를 받은 시나리오 <비공식작전>의 경우, 이야기의 씨앗을 어디서 얻었나. 물론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화를 어떻게 생각해냈나.

 

여미정 PD님이 기획을 했다. PD님이 피랍 관련 기사를 보고 이것을 이야기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생각하셨고, 그 후 내가 합류하면서 작가로서 글을 정리하기 시작한 것이다.

 

PD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제안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끌렸나.

 

일단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는 게 좋았다. PD님과는 2012년 서른넷 때 경기도영상위원회 시나리오 기획·개발 멘토링 사업으로 만났다. PD님이 멘토였고 내가 멘티였다. <비공식작전>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을 때, PD님이 내게 상업영화 시나리오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셨다고 생각했고, 기회를 얻었다는 게 좋았다. <비공식작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람을 구하겠다는 뚝심으로 밀고 나가는 이야기다. 거기에서 굉장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 인물이 그다지 매력적이거나 어떤 특이점이 있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전쟁터와 다름없는 레바논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울림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 피랍 사건에 관련해 당사자인 서기관이 쓴 수기가 있고, 관련 기사가 굉장히 많다. 제안을 받은 뒤 자료로부터 여러 에피소드를 가져왔고 극의 초반 이야기들은 당시 있었던 일들을 가져와 극화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출신이 아닌 민준이 느끼는 감정도 수기에서 가져온 것인가.

 

극화한 것이다. 다만 당시 외무부 내에서 그런 알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작품을 쓰느라 80년대 활동한 외교관들의 회고록을 여러 개 참고했는데, 거기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외무부에서 사용하는 영자사전 암호 설정도 회고록에서 가져왔다. 나는 79년생이지만 영화의 배경인 86년에 대한 기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86년 한국은 같은 우리나라지만 당시 언어와 지금 쓰는 언어가 상당히 다르다. 외무부 내에서 공무원들이 쓰는 말들이 생경하지만 그 언어들을 써야 당시 86년 외무부가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당대의 언어들을 가져오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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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든다면 어떤 표현이 있나.

 

파악 중에 있습니다.” 이런 말은 지금 거의 쓰지 않는다. 외무부 장관(김종수)이 기자회견 직전 던진 질문에 박 과장(박혁권)파악 중에 있습니다라고 답하는데, 당시 외교관 회고록이나 기사에서 따왔다.

 

<밀수>70년대, <비공식작전>80년대

 

<비공식작전>의 제목이 아직 <피랍>이던 시절, 외유내강에서 <밀수>의 시나리오를 맡겼다고 알고 있다. 어떤 과정이 있었나.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배하나 투자팀장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먼저 왔다. 조성민 외유내강 부사장님과 셋이 만나는 자리에서 기획의도와 시나리오 제안을 들었다. 당시에 기획이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다. 70년대에 밀수란, 지금으로 치면 수입에 가깝다. 당시 밀수하던 물품은 마약이나 무기가 아니라 바셀린, 스타킹 등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 외제를 산다고 해서 신고하거나 다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되고 반대하는 눈빛을 받지도 않는다. 하지만 당시에는 외국산 스타킹이나 담배 등 우리에게 너무나 일상에 쓰는 용품들을 사는데도 나라에서 규제했다는 이유만으로 범죄로 취급받았던 것이다. 그 아이러니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밀수>가 본래 세 자매의 이야기였다고.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지금의 춘자(김혜수)와 진숙(염정아)은 친구라기보다 서로 적대하는 사이였다. 진숙에게 동생이 있었는데 지금의 영화에선 사라졌다. ‘밀수의 여왕이 자매를 밀수에 끌어들이고, 여러 고난을 거치면서 그들이 마치 세 자매 같은 관계가 되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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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비공식작전> 두 작품 모두 과거를 다룬다. 김정연 작가가 원래 과거에서 이야기를 발굴하는 걸 좋아하는 건지, 기획에 따라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공교롭게 과거를 다룬 것인지 궁금하다.

 

어쩌다보니 70년대 이야기 하나(<밀수>), 80년대 이야기(<비공식작전>) 하나를 하게 됐다. 일단 과거는 그 시대만의 느낌이 있는데, 그걸 구현하는 게 재밌다. 내가 살아보지 못하는 시대이거나 혹은 살아있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시대를 시나리오 안에서 새롭게 만드는 것 같아서다. 예를 들자면, 86년에는 2023년 현재의 언어를 쓰지 않으니까 대사를 걸러내야 한다. "대박" 이런 말을 쓰면 안 된다. (웃음) 그렇게 대사를 걸러내는 과정이 재미있고,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도 흥미롭다. 예를 들면, <비공식작전> 86년은 역시 군부독재 시대이기 때문에 지금의 시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극 중 안기부가 사람 목숨 값을 틀어막는 행동이 지금 벌어졌다면 아마 난리가 났을 것이다. 그렇지만 86년이니까 그런 아이러니는 작가가 쓸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된다.

 

여러 버전의 이야기를 만들면서 외교관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쓸 수도 있고, 피랍된 서기관 시점으로나 택시기사 한인의 이야기로 풀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여러 가능성 가운데 지금과 같이 구체화한 계기는 무엇인가.

 

일단 피랍된 서기관의 입장으로 쓰기 어려운 건, 서기관님은 110개월 동안 갇혀만 있었고, 탈출을 비롯한 어떤 시도를 하지 않았다. 가족한테 편지를 쓰라는 레바논 무장단체의 요구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신 형도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친구도 아닌 민준이 다만 외교관이기 때문에 공무원으로서 역할을 다한다는 진정성이 좋았다. 지금 시대엔 누군가를 위해서 저렇게까지 희생하는 공무원을 답답하게 여길 수도 있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충성심이라고 해야 할까. 공무원은 국민에게 충성하는 분들이잖나. 민준은 그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이 도드라졌던 장면 중 하나가 피랍된 서기관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정확히 알기 위해서 잡지에다 한글을 쓰게 하는 신이다. 서기관 입장에서 한글로 된 메시지를 받았다면, 정말 안심되고 자신을 돕는 사람을 향한 감동이 있었을 것이다. 이 방식 또한 현실에서 일어났던 이야기인가.

 

맞다. 기사를 참조해 쓴 에피소드다. 타임지는 실시간 상황을 반영하는 잡지다. 한 날짜에 그 타임지를 들고 찍으면 그 날짜에 그 사람이 살아있었다는 증거가 된다. 당시에 실제로 이와 같은 방식으로 타임지를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화였다니.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보다 신문 기사나 책에서 찾는 것들이 훨씬 더 극적일 때가 많다. 내가 아는 것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자꾸 자료를 뒤지고 또 뒤지다보면 무언가 새로운 게 나온다.

 

에피소드에 도움될 만한 자료는 어떻게 찾았나.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도 있을 것이고 도서관도 많이 찾았을 것 같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를 많이 찾았지만 도서관에도 자주 갔다. 단순히 키워드 검색만으로는 새로운 자료가 잘 안 나온다. 특히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 <베이루트에서 예루살렘까지>는 중동 관련 서적을 뒤지다가 운 좋게 발견했다. 중동 관련 서적이 워낙 적어 책꽂이에 꽂힌 걸 모두 보다가 발견한 것이다. 레바논 내전 당시 기자였던 저자가 베이루트에 체류하면서 쓴 책인데, 레바논 현지 상황 에피소드를 만드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영화 번역가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까지

 

<비공식작전><밀수> 모두 대사는 물론 펼쳐지는 상황이 중요하고, 지문이 중요한 영화다. 지문을 쓸 때 김정연 작가가 특별히 주의하는 게 있다면.

 

길지 않게 쓰는 것, 자세히 쓰지 않는 것. 예전에 시나리오 작가들과 스터디할 때 지문이 배우 연기까지 지시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은 적 있다. 그때부터 배우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도록 지문을 최대한 간결하게 쓰려고 한다. 연기는 배우들이 대사나 지문에서 이렇게 창조하는 부분이다. 내가 쓰는 것이 종이 위에 1차원이라면, 배우들은 그것을 3차원으로 일으킨다.

 

김정연 작가의 대사는 지문과 마찬가지로 장황하거나 길지 않다. 그렇다고 대사 하나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거나 영화 전체를 한번에 함축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만들어내서 서사를 이어가는 것 같다.

 

영상 번역 일을 오래 해왔다. 영상 번역은 보통 15자 내외로 대사를 끊는다. 대사를 줄이고 줄이고 줄이는 훈련을 계속한다. 내가 의도해서 대사를 간결하게 쓰고자 했다기보다 번역 과정에서 훈련이 되었다.

 

대사가 길어지면 가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15자 이내로 줄이는 것인가.

 

맞다. 그리고 압축하면 압축할수록 대사의 밀도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작가로서 대사와 지문 중 어느 쪽에 더 공력을 쏟는 편인가.

 

대사. 관객의 귀에 들리는 것은 결국 대사다.

 

<비공식작전> 혹은 <밀수>의 대사 중 가장 명대사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내가 쓴 대사가 아니지만 <비공식작전>에서는 "너무 피곤하다. 진짜"가 아닐까. (웃음) 하정우 배우가 현장에서 떠올린 대사다. 나는 책상에 앉아 컴퓨터 화면만 보고 쓰기 때문에 아무리 시나리오에 많은 걸 구현하려고 해도 현장의 생생한 느낌에 닿을 수 없다. 그런데 배우가 현장에서 그 많은 촬영을 거치면서 폐부에서부터 올라오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그 대사로 책상 앞에서 쓰는 대사와 현장에서의 대사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밀수>의 대사 중에서도 하나를 꼽는다면.

 

<밀수>의 시나리오는 내가 쓴 것에서 상당히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대사를 하나 꼽기 어렵고. 장면을 말해도 될까. 진숙의 아버지와 남동생이 사고로 배에서 목숨을 잃는다. 충격을 받은 진숙이 배 가판에 눕는데, 세관원들이 수갑을 채우든 말든 아무 상관 않고 오직 죽은 아버지와 동생 생각뿐이다. 그 장면은 사실 관객도 놀라서 울어야 하는 신이다. 그런데 염정아 배우의 연기에는 관객을 울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에 진숙이 되어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에 슬퍼하고, 앞으로 혼자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는 허망한 눈빛을 보여줬다.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진숙의 감정이 느껴졌고 그가 불쌍해 죽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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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건 언제였나.

 

<태양은 없다>를 봤는데, 당시 내가 20대 초반이었기 때문에 더 와 닿았고 보는 내내 즐거웠다. 그 영화를 보고 도대체 저런 시나리오를 누가 썼는지 궁금했다. 알아보니 심산 작가님이 쓴 시나리오였고, 마침 심 작가님이 한겨레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했다. 거기 들어가 시나리오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쓴 지는 오래됐다. 20년 되었다.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게 한 작품 <태양은 없다>를 극장에서 볼 당시 김정연 작가는 학생이었나.

 

서울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다닐 때다.

 

그렇다면 영화 자막 일은 어떻게 하게 됐나.

 

아르바이트로 시작했다. 영상 자막 일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시나리오 일과 병행하기 좋다. 시나리오 공부를 하면서 번역을 하면 되니까. 그러다 보니 <비공식작전>의 투자가 결정된 마흔 때까지 오래 번역 일을 했다.

 

어떤 작품들을 주로 번역해왔는지 궁금하다.

 

나는 극장 영화 번역가는 아니다. 부산국제영화제 자막팀에서 일했고, 케이블 TV, DVD 번역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정말 온갖 영화를 보았다.

 

전업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나서 어떤 환경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있나.

 

방안 책상에 앉아 빈 화면을 채우자는 마음으로 쓴다. 예전 시나리오 선생님들이 글쓰기 전 청소하지 말라고 하셨다. 일단 써놓고 다른 일을 하라는 말씀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당장의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일단 이 빈 문서를 채워놓으면 고칠 것이 생긴다. 그리고 글은 고치면 고칠수록 좋아진다.

 

초안을 쓰기가 힘들잖나.

 

먼저 빈 문서를 자료로 채운다. 예를 들어 100장짜리 시나리오에 쓴다면, 자료를 많이 수집해 300~400장을 만들고, 그것을 다시 100장으로 줄인다. 그런 식으로 에피소드가 풍부해지면 초고를 쓴다. 그렇다고 초고를 빠르게 쓰는 게 능사는 아니다. 초고가 앞으로 쓸 글들의 바탕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료를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수집한다. 자료를 많이 모으면 많이 모을수록 에피소드가 풍부해지고 기반이 탄탄해진다. 그 기반 위에서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면서 대사나 감정을 다듬는 방법이 내게는 좋은 것 같다.

 

글을 쓰다 막힐 땐 어떻게 돌파하나.

 

그때도 자료를 찾는다. 나는 국어사전도 많이 찾는 편이다. <비공식작전>의 경우, 본래 제목이었던 피랍이란 단어의 뜻부터 찾았다. 정확한 뜻을 먼저 알고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박훈정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든 <악마를 보았다><부당거래>2010년 한 해 여름과 가을에 개봉했다. 그 후 박 감독이 연출자로 데뷔했는데, 김정연 작가도 연출에 대한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금은 글 쓰는 일만 계속하고 싶다. 시나리오를 쓰는 게 참 좋다.

 

다수의 영화인들이 요즘 시리즈 작업도 한다. 김정연 작가도 시리즈 생각이 있나.

 

지금 (<비공식작전> 제작사인) 와인드업필름과 시리즈 준비를 하고 있다. 웹툰 원작이고 아직 초기 단계인데 재밌게 쓰고 있다.

 

[한국영화], 영화진흥위원회, 2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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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심산

2023.09.01 22:19

김정연 작가는 심산스쿨 심산반 11기 출신이니 벌써 20년 전에 저와 함께 시나리오를 공부했던 친구입니다예전에 심산스쿨 동문들끼리 만든 [미안하다 뺀드해서]라는 아마추어 록밴드가 있었는데거기서 함께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놀았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하지만 무려 20년 동안이나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는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비공식작전]의 개봉을 앞둔 어느 날 김작가가 정말 오랜만에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선생님제 작품 개봉하는데 VIP 시사회에 오시겠어요?”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VIP 시사회에는 가지 않았습니다(저는 모든 작품 시사회에 안 갑니다그냥 극장에 가서 제 돈 내고 봅니다). 며칠 후 [밀수]를 보다가 또 깜짝 놀랐습니다. [밀수]의 시나리오작가도 김정연이더라고요저는 혹시 동명이인인가 해서 김작가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그랬더니 더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밀수]도 제가 썼고요, [더문]의 각색과정에도 참여했어요.”

 

김작가가 그 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내심 궁금했는데 마침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웹진 [한국영화] 2023년 9월호에 인터뷰 기사가 떠 있어서 이리로 옮겨왔습니다겸손하고 진솔한 답변들이 참 듣기 좋습니다시나리오작가 혹은 시나리오작가 지망생이 어떠한 태도를 지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멋진 인터뷰입니다여러분도 한번씩 읽어보시기 바랍니다생생한 체험에서 우러나온 현실적 조언들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정연아소식 전해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시나리오작가로서 승승장구하기를 기원할께!

 

양다연

2023.09.05 13:13

읽는 내내 감탄밖에 안나왔어요. 덕분에 좋은 인터뷰 읽어갑니다

jang

2023.09.09 07:19

세 편 다 본 영화이고, 밀수는 바다 배경이 좋아서 한 번 더~~~본 영화네요.  ^^

이요

2023.10.06 10:26

<비공식작전>은 다른 사람 통해 정연이가 썼다는 거 알았는데, <밀수> 보러 갔다가 "어? 김정연? 동명이인인가?"했는데, 둘 다 내가 아는 김정연이었다니요. 놀랍고, 추카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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