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TV, 책을 말하다]에 출연했습니다
2007년 8월 21일(화) 밤 12시 35분 방영
지난 2007년 8월 13일(월) 밤에 여의도의 KBS 방송국에서 [TV, 책을 말하다]의 녹화방송이 있었습니다. 사실은 TV라는 매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까닭에 대뜸 거절부터 했는데 이날 토론의 대상이 되는 책들의 제목을 듣고서는 두 말 없이 OK해버렸습니다. 제가 추천할 책이 라인홀트 메스너의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였으니까요. 혹시 5년 전에 제가 출간했던 [심산의 마운틴 오딧세이]를 읽어보신 분들은 능히 짐작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라인홀트 메스너는 젊은 시절 저의 우상이었습니다. 현재까지 국내에 번역 소개된 그의 책이 대략 13권 정도 되는데, 그 책들을 모두 탐독(!)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고, 심지어 독일어로 출판된 그의 저서들까지 대략 다 훑어보았으니 이 정도면 광팬(!)이라고 봐야 되겠지요.
이번에 새로 출간된 [내 안의 사막, 고비를 건너다]는 라인홀트 메스너가 자신의 60세를 기념하여 벌인 또 다른 또라이짓(!)의 기록입니다. 60세라면 우리 식으로 표현하여 거의 환갑이라고 보아도 좋습니다. 보통 환갑 기념 여행이라고 하면 자식들이 사준 비행기 티켓으로 널럴하고 럭셔리한 휴양지에 다녀오는 것이 일종의 관례이지요. 하지만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메스너는 메스너입니다. 그는 자신의 환갑을 기념하여 장장 2,000Km에 달하는 고비사막을 혈혈단신 혼자의 몸으로 걸어서 횡단(!)했습니다. [img2]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립니까? 메스너는 말합니다. “어떻게 늙어야 되는지, 어떻게 죽어가야 되는지 알고 싶어서 이 길을 떠났다.” 그런데 더욱 흥미로운 것은, 물론 오래된 메스너의 광팬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거지만, 그가 많이 변했다는 겁니다. 그 배경과 과정을 설명하자면 너무 길어집니다. 그냥 방송을 보시지요...^^
언제나 그랬듯이 [TV, 책을 말하다]의 사회자는 왕상한 서강대 법대 교수였고, 저와 함께 출연했던 패널들은 홍윤기 동국대 철학과 교수와 원재훈 시인이었습니다. 세 분 모두 책으로만 알던 분들인데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어 보니 참 즐거웠습니다. 홍교수가 추천한 책은 유성용 님의 [여행생활자]였고, 원시인(!)이 추천한 책은 홍은택 님의 [아메리카 자전거여행]이었습니다. 후자는 출간되자마자(정확히 표현하자면 연재될 당시부터) 읽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했던 책이고, 전자는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이날 토론의 대상이 된 세 권의 책 모두 각자의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 있는 흥미로운 저서들이었습니다. 그 책들을 놓고 세 명의 패널들이 어떻게 갑론을박하였는지 방송을 통해서 한번 확인해 보시지요. 책들이 모두 흥미로웠고 패널들도 아주 편안하여 즐거운 녹화였습니다. [img3]그 동안 하는 일 없이 너무 바쁘게만 살아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노느라고 너무 바빠서,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지내온 게 아닌가 하는 회한의 느낌도 스쳐지나갔습니다. 앞으로는 책도 많이 읽고 음악도 많이 듣고 그림도 많이 보고(정말 그러고 싶습니다), 글도 좀 열심히 써야 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아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반도 제대로 못했지만, 게다가 녹화방송이니 그나마 이리 저리 편집되고 나면 어떻게 나올지 걱정도 좀 됩니다만, 어찌되었건 공중파 방송에서 자신이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느낌일지 자못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날 토론한 세 책을 아우르는 주제어가 ‘여행의 유혹’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토론하는 내내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욕망이 강렬하게 솟구쳤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 밤 늦은 시각까지 쉬이 잠들지 못하시는 분들, 우연히라도 화요일 밤에 시간이 되신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