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8-01-27 15: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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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을 위한 대안학교와 심산스쿨

[리빙 앤 조이] "그래, 가끔은 하늘도 쳐다보자"
문화센터와는 차원 다른 강좌, 미술·철학부터 사회과학까지 다

30대 중반의 김 대리는 어느날 깊은 공허감에 빠졌습니다. 대학시절 꿈꾸던 생활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현재 삶의 모습에 회의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남들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니지만 뭔가에 끊임없이 끌려 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해보입니다. 쳇바퀴 돌 듯 사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 동안처럼 술자리에서 공허하게 푸념만 늘어놓는 게 아니라 보다 근원적으로 삶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싶어졌습니다.

어떤가요? 김 대리의 모습에서 당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는 않았나요? 혹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뭔가에 휩쓸려 가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나요? 이렇게 규정된 삶에 대해 처음 회의를 느끼게 시작되는 시기가 보통 30대 중반 정도라고 하니 회사생활 10년 정도 해본 사람들은 다들 이런 경험 한두 번쯤은 해보기 마련입니다.

비단 30대만 이런 회의를 느끼는 건 아닙니다. 허구한 날 당신을 쪼아대는 이 부장도 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있답니다. 타인과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다리를 오르다 보면 더 나은 세계에 도달할 걸로 믿었는데 이 부장은 요즘 그게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답니다. 꼭짓점에 있는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는 중간 탈락자들이 더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어렴풋이 알게 된 거죠.

이런 환상을 직시하게끔 하는 게 바로 사람과 세상에 대한 공부입니다. 폭 넓고 깊이 있게 문화, 예술, 철학 등을 접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삶과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갖가지 환상들을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해주지요. 비록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당신의 삶 속에 숨어있는 환상들을 꿰뚫어 보게끔 하는 '각성효과'를 주는 신비의 약인 셈이죠. 최근 없는 시간과 돈을 쪼개가며 약간은 진지하고 딱딱할 것 같은 철학이나 예술 분야를 공부하는 생활인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쟁지상주의 시스템에 환멸을 느끼고 거기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진 탓이겠지요.

최근 몇 년 새 그런 사람들을 위한 배움터도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문학과 지성사에서 문화연구원인 '사이'를 만든 이후, '지행 네트워크', '다중지성의 정원' 등 비교적 소규모의 연구공간도 만들어졌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KT&G가 나서 문화예술 배움터인 '상상마당'을 열기도 했죠. 자, 이제는 '이건 아닌데' 하면서 한숨만 쉬지 마세요.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경쟁논리가 무서워 무작정 무한경쟁의 시스템을 쫓는 생활도 이젠 접으세요. 오늘부터라도 자신의 관심사를 하나 정해 공부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진짜 당신의 관심사에 대한 '진짜 공부' 말이에요.

철학이니 미학이니 하는 말이 너무 부담스럽다고요? 그런 말 마세요. 당신이 관심을 갖지 않아서 그렇지 당신의 구미에 맞는 수많은 강좌들이 당신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게다가 그곳은 단지 공부만 하는 공간은 아니에요. 함께 고민을 털어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라 더욱 의미 있는 곳이죠. 대학 다닐 땐 동기나 선후배 관계 속에서 고민도 털어놓고 함께 고민도 할 수 있었는데 직장 선후배들은 다들 경쟁자로만 보인다고요? 그렇다면 이 공간에서 만난 지적 동료들과 고민을 함께 나눠보세요. 정말이지 단순히 지식이나 교양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권 대학이나 백화점 문화센터와는 다른 '뭔가'가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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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대안 교육공간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하 민예총)이 운영하는 문예아카데미, 수유+너머, 철학아카데미, 한겨레문화센터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대안 교육공간이 생겼다. 지난 해에만 ‘사이’, ‘상상마당’ 등 4~5군데의 대안 배움터가 서울 신촌 및 홍대 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그 결과 대안 배움터의 분야도 다양해졌다. 기존 철학 및 미학 등 딱딱한 분야에서 탈피해 사진, 예술 등 문화 관련 강좌들도 늘었다. 하지만 백화점 문화센터의 취미 강좌와는 확실히 다르다. 대부분의 수업이 단순히 실용적 차원을 넘어 깊이 있고 미학적인 접근을 하는 점이 대안 배움터 강좌의 특징이다.

▲문예아카데미=민예총의 부설기관으로 15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안 교육공간의 맏형이다. 초반에는 철학이나 사회과학 쪽이 강세였지만 최근에는 문화나 예술에 좀 더 집중하는 편이다. 문화나 예술쪽 종사자나 대학원생들도 많이 찾지만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일반인들도 일과 후 저녁 시간 강의를 많이 듣는다. 이곳의 백연경 팀장은 “예전엔 제도권 교육에 대한 대안으로써 접근했지만 최근엔 평생교육 관점으로 운영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02)739-6854, www.myacademy.org

▲(사)철학아카데미=‘비제도권 철학’의 대표적인 연구 공간이다. 지난 2000년 3월 임의단체로 설립했다 현재는 사단법인으로 전환했다. 거의 모든 강좌가 철학을 토대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신진 철학자들이 주축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문적인 강좌가 많지만 철학이란 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입문자를 위한 강좌도 많다. 올 겨울 강좌 중 하나인 ‘철학초보를 위한 생활철학’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삶을 깊이 있게 즐기려면?’ 등 쉽고 친근한 주제로 구성돼 있다. (02)2279-2871, www.acaphilo.or.kr

▲철학아카데미=이정우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가 (사)철학아카데미에서 나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다. 철학 및 사상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곳으로 이미 지나간 철학이 아닌 현재 생성되고 있는 철학을 연구하는 곳인 점이 특징. 전문적인 연구 공간인 만큼 대학원생이 수강생의 주를 이루지만 이미 사회에 진출했으나 철학 공부를 계속하고 싶은 사람들도 꽤 많다. 이정우 원장은 “자본주의라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며 “삶에 대해 거리를 두고서 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02)3142-8636, www.sowoon.org

▲고전아카데미=다른 연구공간과 달리 한의학을 중요한 축의 하나로 설정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박석준 원장은 “한의학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고자 문을 열었다”고 정체성을 설명했다.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한의학 강의를 확보하고 있으며 나아가 고전 아카데미에 참가하는 강사들 사이의 사상적 교류를 통해 이를 확대해 나가고자 한다. 다른 철학아카데미와 달리 동양철학 강좌를 많이 갖춘 점도 특징이다. (02)583-6566, www.classics.or.kr

▲연구공간 수유+너머=공부만 하는 연구실이 아니라 생활을 함께 하는 삶의 공간이라는 점이 이곳의 특징이다. ‘좋은 앎과 좋은 삶을 일치시키는 연구자들의 생활공동체’를 모토로 삼고 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이수영 연구원은 “철저히 분업화된 공간에서 분과학에 갇힌 대학 공부는 삶과 철저히 분리된 공부”라며 “수유+너머는 단순히 강좌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 곳이 아니라 삶의 공간 안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 곳에는 이진경, 고미숙, 고병권 같은 스타 강사들이 포진해 있다. (02)3789-1125, www.transs.pe.kr

▲문지문화원 사이=10년 전 ‘이다’라는 계간지를 만들었던 시인 성기완, 김태동 등이 주축이 돼 지난해 2월 문학과지성사의 후원으로 문을 열었다. ‘사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학제간 융화와 경계에 주목한다. 이는 이들이 ‘이다’에서 다루고자 했던 바와 일맥 상통한다. ‘이다’ 역시 ‘이질성과 다양성’을 줄인 말. 이런 특성을 잘 보여주는 강좌가 바로 이번 겨울 기획특강 중 하나인 ‘경계를 넘는 예술가들’. 시인이자 건축가인 함성호, 목수이자 미학자인 김진송, 시인이자 대중음악가인 성기완 등이 강사로 나선다. (02)323-4207, www.saii.or.kr

▲풀로엮은집=대중문화비평지인 ‘리뷰’에서 활동한 강헌, 김창남, 정윤수 등의 동인들이 지난 2003년 모여 만든 공간으로 2004년 여름부터 강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구조에서 재교육이나 자기발전보다 학사일정에 더 치중하는 중.고교 교사들을 타깃으로 만들었으나 지금은 30대 시민들의 재교육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가장 특색 있는 강의는 당대의 핵심적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상상특강’. 정윤수 사무국장은 “김지하, 신영복 등 쟁쟁한 사상가의 강의에는 100명 이상이 몰리며 진중권, 김규항 등 인기 논객의 강의에도 50명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02)734-5953, www.puljib.com

▲다중지성의 정원=대학교수 및 문화운동가의 연구 모임이었던 ‘다중네트워크센터’의 활동을 대중적으로 알리고자 지난해 10월 문을 연 공간이다. 다른 공간에 비해 보다 실천적이고 정치적인 색깔이 강한 편이다. 이곳의 좌장은 지난 80년대 노동해방문학론을 제창해 수십 년간 수배 생활을 했던 문학평론가 조정환. 그는 “현재의 질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강의가 대부분”이라며 “지금 있는 걸 설명하는 데 멈추지 않고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게 우리 강의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02)325-2102, www.daziwon.net

▲지행 네트워크=소위 ‘포스트 386 연구자’인 이명원 전 서울디지털대 교수(국문학), 오창은 중앙대 강사(국문학), 하승우 한양대 연구교수(정치학) 등 ‘비평과 전망’ 동인들이 만든 대안 연구 공간이다. 지식인 중심의 연구 공간이 아닌 젊은 청년세대가 현실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게 이들의 포부. 이에 대해 이명원 전 교수는 “386 세대 선배들과 현재 30대는 분명히 다른 감수성과 지향점이 있다”며 “현재 30대인 사람들이 현실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02)823-4296, www.jihaeng.net

▲문화플래닛 상상마당=단순 취미를 넘어 실질적인 문화예술인을 양성하는 게 이곳의 목표다. ‘예술가들을 위한, 예술가로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학습과 작업 공동체’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다. 철학 및 미학 강좌도 있지만, 주로 문화 및 예술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사진 및 디자인 강의가 강한 편. KT&G라는 거대 자본이 후원해주는 만큼 재정적으로 튼튼한 편이다. 홍대 상권의 한복판에 위치해있으며 전시공간을 비롯해 공연장, 극장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추고 있다. (02)330-6226, www.sangsangmad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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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스쿨=여타 연구공간과 달리 산업현장과 맞닿는 실용적 교육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곳의 특화 코스는 역시 시나리오워크숍 과정.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을 쓴 심산 원장을 비롯해 ‘결혼이야기’ ‘싱글즈’ 등의 작가 박헌수, ‘인디안 썸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쓴 노효정 등이 간판 강사다. 이외에도 단행본 출간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명로진 인디라이터 반’, 스토리텔링의 원형을 접할 수 있는 ‘김원익 신화반’ 등이 있으며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와인, 탱고, 산악 관련 강좌들도 있다. (02)707-1277, www.simsan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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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연구공간의 인기강좌들
[리빙 앤 조이] 소설 영화 타로카드 등 다양

대안 연구공간의 커리큘럼이 온통 어렵고 진지한 학문으로만 짜여있는 건 아니다.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문화 및 외국어 강좌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심산스쿨’이다. 시나리오 및 글쓰기 과정은 그 어느 곳 보다 전문적이지만 그 외 강좌는 최대한 재미있는 과정으로 꾸민다는 게 심산 원장의 포부다.

가장 대표적인 강의가 오는 2월 22일 개강하는 탱고반이다. 강사 한경아는 2004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세계탱고대회 챔피언 출신으로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춤꾼이다. 심산 원장이 직접 이끄는 와인반 역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강좌다. 매주 수요일 밤 와인을 직접 맛보며 와인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는 과정이다. 심 원장은 최근 ‘심산의 와인 예찬’이라는 책을 냈을 정도로 이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

들뢰즈, 푸코 등 현대 철학자들의 사상이 주 분야인 ‘다중지성의 정원’에도 흥미로운 강좌가 많다. 주로 외국어 분야에 흥미로운 주제가 많은데 ‘미국 드라마와 영화로 노는 영어 강좌’, ‘문화로 배우는 흑인영어의 기초’, ‘가요, 만화, 치라시로 배우는 생생한 중급 일본어’, ‘지구적으로 놀기, 배우기, 대화하기: 초급 에스페란토’ 등의 강좌가 있다.

‘풀로엮은집’ 강좌 중 눈에 띄는 과정은 바로 ‘타로 카드-도상학으로부터 심층심리학으로’다. 타로 카드를 역사적, 문화적인 산물로 보고 그 의미를 통해 심층의 자기, 그리고 타자와 깊이 있는 소통을 가능케 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다. ‘소설과 영화’라는 과정은 성석제, 김영하, 박찬욱, 봉준호 등 우리에게 친숙한 소설가 및 감독의 작품을 중심으로 우리의 자화상을 살피는 시간을 갖는다. 문학과지성사가 운영하는 ‘사이’의 과정 중에는 흥미로운 예술 강좌가 눈에 띈다. 현대사회에서 예술과 경제의 관계를 살펴보는 ‘예술과 돈’, 소리를 통해 내면의 에너지를 외면화하고 외면의 에너지를 내면화하는 능력을 키우는 ‘보이스 세라피 워크숍(Voice Therapy Workshop)’ 등이 있다.

‘상상마당’에는 일반인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주체적인 소비자, 대중으로서 글쓰기를 제안하는 ‘전방위 글쓰기’를 비롯해 단락의 통일성을 기본으로 한 구성력을 중점적으로 가르쳐주는 ‘예술가의 글쓰기’, 다양한 문화장르의 기초인 이야기 구축 능력을 키우는 ‘스토리텔링의 이론과 실기’ 등의 강좌가 마련돼 있다. ‘민예총 문예아카데미’는 슈베르트의 곡을 들으며 그의 음악을 깊이 있게 살펴보는 ‘겨울나그네, 슈베르트와 겨울나기’, 미술치료 입문자를 위한 ‘미술치료 네가지 맛보기’ 등의 강좌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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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스쿨 대표 심산 인터뷰
[리빙 앤 조이] "수강생 몰려 아예 직접 차렸지요"

1990년대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써 일약 스타 시나리오 작가로 떠오른 심산(47). 그는 얼마 전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을 설립해 초대 공동대표를 역임했고,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 시나리오 DB 운영위원장을 맡아 국내 시나리오 시장을 책임지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엔 시나리오 선생님으로 더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10년 전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시나리오작가학교를 시작한 후 매 강의가 연이어 매진될 정도로 스타 강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3년 전 한겨레문화센터를 박차고 나와 자신의 이름을 건 학교를 만들었다. 그의 학교 운영 철학을 들어봤다.

-심산스쿨을 만들게 된 계기가 뭔가요.

▲처음엔 5~6명 정도 밖에 수강생이 없었어요. 그런데 1~2년 후부터 50명 정원이 매진되기 시작하더군요. 한겨레문화센터 측에 강의료를 더 달라고 요구했죠. ‘규정상 안 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안 한다’고 하고 하니까 전체 수강료 수입의 반을 주더군요. 당시엔 파격적인 대우였지요. 그러다 ‘내가 한 번 해볼까’ 생각하게 됐고 지난 2005년 심산스쿨을 만들었죠.

-요즘엔 선생님 강좌 말고도 여러 반이 있던데요.

▲강의실을 1주일에 두시간 밖에 쓰지 않으니까 아깝더군요. 그래서 ‘음란서생’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를 쓴 김대우 선생과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을 쓴 최석환 선생을 영입해 수업을 늘렸죠.

-처음 시나리오 전문 스쿨로 시작했는데 요즘엔 사진, 글쓰기 등 강좌들이 늘었습니다.

▲시나리오 반을 여러 개 해도 여전히 시간이랑 공간이 남는 거에요. 그래서 다양한 강좌를 더 개설했죠. 와인, 여행 에세이, 사진, 신화, 미술사, 탱고 등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개설했지요.

-여타 인문학 공간과 달리 여가 관련 강좌들이 많은 게 눈에 띄네요.

▲솔직히 여가 관련 강의는 ‘놀자’는 취지로 만든 거에요. 우리 스쿨의 모토가 ‘빡센 공부방! 신나는 놀이터!’거든요. 강좌 이외에 수강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호회도 있어요. ‘SM클럽’이라는 산행 모임과 ‘미뺀(미안하다 뺀드한다)’이라는 록밴드가 대표적이죠.

 -너무 ‘놀자’ 위주 아닌가요.

 ▲시나리오반 등은 엄격하게 운영해요. 이 코스들은 단순 취미가 아니라 글 써서 돈 벌려고 사람들이 오는 곳이거든요.

김면중 기자 whynot@sed.co.kr

[서울경제] 2008년 1월 24일

주1) 위에 올린 5개의 사진들은 모두 [서울경제]에서 퍼 왔습니다. 그 중 3번째 사진은 제가 찍은 건데요, [임종진사진반 1기]의 수업 모습입니다. 맨 앞 줄에 앉은 예쁜 여중생이 바로 심산스쿨 최연소 수강생 기록(!)을 가지고 있는 우리 사진반의 마스코트 류혜수 양입니다.

주2) 김면중 기자가 바쁘게 취재를 해가더니 몇 가지 오류를 범했네요. 첫째, 산악 관련 강좌는 없습니다. 둘째, 저는 현재 한국시나리오조합 2기의 단독 대표입니다. 셋째, 저는 한국영화시나리오마켓 2기와 3기의 운영위원장이었고, 현재 4기의 운영위원장은 김대우 작가입니다. 넷째, 김대우 작가와 최석환 작가는 한때 심산스쿨에서 시나리오 워크숍을 이끌었지만 현재에는 강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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