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스쿨 심산반 12기-심산상급반 3기 출신의 김은경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뉴스페이퍼맨-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을 만들어 개봉하였습니다. 본인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촬영하고, 편집한 '원맨쇼'였습니다. 김감독과 그녀의 작품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심산스쿨 홈페이지를 찾아주시는 여러분, 모두들 격려와 축하의 말씀 전해주십시오. 아래는 [한겨레]에 실린 기사 전문입니다.
[img1][이사람] ‘빚잔치 신문경품’ 진실 앞에 울다
‘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 다큐 만든 김은경 감독
“생각을 주입하는 매트릭스, 미디어는 우리 사회의 매트릭스라고 생각합니다. 매트릭스가 조작돼 있다면 가짜 세계인지 진짜 세계인지 어떻게 분별하나요?”
독립영화감독인 김은경(31·사진)씨는 “미디어는 세상과 소통하는 창”이라고 했다. 미디어라는 창이 굴절되면 생각이 굴절되고, 생각이 굴절되면 여론이 굴절되고, 여론이 굴절되면 정책이 굴절돼 우리네 삶을 뒤틀리게 한다는 게 김 감독의 ‘매트릭스 이론’이다. 미디어 중에서도 신문은 ‘원 소스 멀티 유즈’ 시대의 콘텐츠 원천, 그가 신문 매체의 여론선도력에 ‘꽂힌’ 이유다.
그래선지 2006년 1월, <한겨레>에서 읽은 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이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다. 잘나가던 대기업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카메라 한 대만 바라보고 있던 시절이었다. 그는 왜 자살했을까? 고작 단편 하나 찍은 실력으로 진실을 드러낼 수 있을까? 고민만 일고여덟 달을 했다. 막상 취재를 하면 할수록 “말하고 싶었던 주제”였다. 개인의 죽음이 아니었다. 혼탁한 신문유통구조에 희생된 사회적 죽음을 다룬 <뉴스페이퍼맨-어느 신문지국장의 죽음>은 1년9개월의 우여곡절 끝에 40분짜리 다큐영화로 탄생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중앙시네마 인디스페이스에서 연 공개 시사회 이후 대규모 촛불집회가 있던 5일 두번째 ‘시사회’를 열었다. 조·중·동 절독운동 분위기 때문인지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누리꾼이 많아 공공미디어연구소가 종로구 소격동 사무실에서 마련한 상영회였다.
“90% 이상 직접 촬영하고 편집했습니다.” 영화는 신문지국에 뼈를 묻고도 본사로부터 계약해지를 당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이들의 아픔과 육성을 따라간다. 2005년 12월22일 자살한 박정수 지국장도 그랬다. 20년 넘게 지국을 운영한 결과는 1억5천여만원의 빚과 부부 동반 신용불량자라는 딱지뿐이었다. 독자 200명을 확장하려면 1천만원 이상의 돈이 들었다. 본사의 과도한 독자 확장 요구 때문이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에요. 자전거며 비데며 독자들이 받는 경품이 지국에서 빚을 내서 돌린 거란 걸요. 본사가 지국을 부리는 방식이 교묘했습니다.”
“여론 좌우하는 신문 매체력에 끌려”
신문유통구조의 ‘사회적 죽음’ 영화로
김 감독은 새벽 1시부터 배달하고 낮에는 판촉에 나서는 고된 생활을 하고도 신문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해 본사로부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당한 지국장들의 억울한 사연을 전한다. 부풀려진 유가부수에 따른 대금 계약을 하지만 실제는 ‘뜬 부수’(무가지)가 많게는 절반이나 됐다. 영화 속 지국장들은 “노예계약”이라고 자조했다. 공정위에 신고도 해봤다. “대통령이 신문사한테 지는데 공정위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카메라를 향해 되묻는 물음에는 힘없는 자의 체념이 묻어났다. 실제 이들은 신문사를 상대로 한 법적 소송에서 대부분 패소했다.
김 감독은 힘 있는 거대신문의 ‘침묵의 카르텔’이 왜곡된 신문시장의 공론화를 막았다고 말했다. “당시 비극적 죽음이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것이 여론 독과점의 폐해를 보여줍니다. 경품 공세로 시장지배력을 유지하는 거대신문이 있는 한 이들의 하소연은 드러나지 않을 진실입니다.”
김 감독은 이 주제를 다시 극영화로 만들어볼 욕심이 있다. 스태프와 장비 문제 등 제작비가 ‘0’이 하나 더 붙어 애초 극영화로 찍다가 포기하고 다큐로 완성한 참이다. 왜곡된 신문시장에서 신음하는 이들의 아픔은 여전한데, 영화를 상영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이다. “지국장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함께 울었다”는 김 감독은 “그들의 바람은 공정하고 깨끗해지자는 것”이라며 신문사들의 자성을 바랐다.
글·사진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
[한겨레] 2008년 7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