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수가 누구야? 칸이 먼저 알아본 감독!
[서울=뉴시스] 진현철 기자
영화 '시'(감독 이창동), '하녀'(〃임상수), '하하하'(〃홍상수)가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어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장편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시네파운데이션'(단편경쟁) 부문의 '얼어붙은 땅'까지 합하면 제63회 칸 영화제에는 한국 영화 5편이 입성한다.
국내에서 시사회조차 없었던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전말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출국을 앞두고 만난 장철수(36) 감독은 '기쁨 반 설렘 반'이었다.
"칸 초청작 발표가 나기 1주일 전에 영화진흥위원회 직원으로부터 좋은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락이 왔다. 정말 발표가 났을 때는 믿어지지 않더라.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기분이었다." 장 감독은 "주연배우들, (제작사) 대표하고 같이 간다. 다른 분들은 1주 정도 있을 테고, 나는 14박15일동안 다녀올 예정"이라며 "처음 가는 외국영화제이고 또 데뷔작이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있고 싶다. 솔직한 표현으로 뽕을 뽑겠다'"는 소감이다.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이 인정한 영화다. 섬을 벗어나고픈 '복남'(서영희·30)과 도시를 벗어나고픈 '해원'(지성원·30)의 이야기다. 도시 여자가 15년 만에 찾은 아름다운 섬 무도에서 다섯 가구 일곱 명이 무참하게 살해되는 살인사건을 다룬 잔혹 스릴러다. 복남의 비극을 통해 타인의 일에 무관심하고 불친절한 현대인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1시간50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이다. 시나리오는 2008년 한국영화 시나리오 마켓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최관영(36)씨의 작품이다. 감독과 작가는 시나리오 교육 등을 하는 심산스쿨 11기로 1974년생 동갑내기 동창생이다.
"불친절하고 무관심이 도시에만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모습은 인간에게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온 한 모습이다. 평온하고 평화스러운 시골사람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더 충격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다. 섬을 택한 이유는 "섬이라는 공간 자체가 폐쇄적이고 외부와 단절돼 있어 벗어나기 힘들다. 어떤 한 사회의 단편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한 대유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8~10월 전남 여수 남쪽 금오도에서 촬영했다. 섬 촬영에는 날씨와 거리, 비용, 배우 스케줄 등 고려해야할 조건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는 2002년 김기덕(50) 감독의 영화 '해안선'을 섬마을에서 촬영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기억과 자신감으로 이거 할 수 있겠다"며 달려들었다.
'해안선'때부터 그는 '김기덕 사단'이었다. 김 감독 밑에서 연출부와 조감독 시절을 보냈다. 다른 이들과 달리 그는 이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 '사마리아'(2004)에서 내리 조감독을 했다. "한 편만 하고 나가면 고생만하고 나간 것 같아 억울해서 한 편 더하고 싶었다."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받은 김 감독과 일하면서 영화를 향한 갈망과 자부심이 강해졌다. "영화제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다. 한쪽 벽장이 트로피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초청받아서 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국내 흥행감독이 돼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다양한 나라의 영화제로 가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부러움의 대상이었다"며 시야를 넓혔다.
먼저 데뷔한 김기덕 사단의 동료들도 부러웠다. '영화는 영화다'(2008), '의형제'(2010)로 흥행감독 반열에 든 장훈(35) 감독은 장철수 감독이 '신부수업'(2004)의 조감독을 할 때 연출부에 있었다. "나보다 늦게 연출부를 했는데 먼저 데뷔한 게 부러웠다. 하지만 좀 지나고 나니 각자의 길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감독이 된 것에 대해 만족한다. 운명이다"는 달관의 경지다.
첫 장편 영화다. "촬영은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이후 편집 등 후반작업을 할 때 의견 일치가 안 돼 시간을 너무 끌어 힘들었다. 하지만 칸 초청을 계기로 편집 마무리가 잘 돼 죽다가 살아난 기분"이라며 웃어넘긴다. 또 "일단 감독으로 데뷔하는게 가장 어렵다. 신부수업 끝나고 금방 데뷔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됐다. 투자를 받는 것도 무척 어려웠다"면서 "다행히 영화진흥위원회 HD제작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일이 좀 풀렸다"며 고진감래를 실감한다.
그에게는 영화 스승이 또 있다.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北野武·63) 감독이다. "'그 남자 흉폭하다'(1989)가 개봉되기 전에 비디오로 본 적이 있는데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 이후 '하나-비'(1998), '소나티네'(2000) 등의 영화를 봤는데 프랑스에서 그를 꼭 만나 보고싶다"는 바람이다. 기타노 뿐 아니다. 이창동(56), 홍상수(50), 임상수(48) 감독과도 안면은 있지만 좀 더 친분을 쌓고 싶다. 배우, 영화계 관계자들과도 마찬가지다.
"서영희, 지성원 등 아역부터 노인역의 배우들이 연기를 잘 소화해서 정말 고마웠다. 스태프들도 며칠씩 잠을 못하고 고생을 많이 했다. 매우 고맙다"며 출연진과 스태프들을 챙기는 장철수 감독이다. 목표는 "내 영화를 본 관객들이 내 다음번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갖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img2]저작권자ⓒ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2010년 5월 1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