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아프리카 말리 -도곤 컨트리
시리우스 별을 사랑한 사람들
200km나 뻗어있는 반디아가라 단층지대…도곤족 보금자리
▲ 절벽지대 산등성이에서 내려다 본 바나니 마을 전경.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북동쪽으로 690㎞ 떨어진 반디아가라 암벽지대에 도곤족이 살고 있다. 이들의 거주지역은 아주 특이한 지형이다. 먼 옛날 지각변동으로 단층지역이 몇 백 미터 높이로 치솟아 있는 이 암벽지대는 북쪽의 방카스(Bankas)로부터 남쪽으로는 부르키나파소 국경까지 200km나 뻗어있다. 이 단층지대의 최북단은 말리에서 가장 높은 홈보리산(Hombori·1,155m)이 솟아 있다.
▲ [위] 도곤족의 초가집. [아래] 일레리 마을의 도곤족 흙집들, 도곤족들은 길게 이어진 암벽 산등성이와 암벽 아래 비탈진 바위틈에 토담집을 짓고 살아간다. 도곤족의 총인구는 35만여 명으로, 이들의 전승되어오는 가면춤과 비의적인 종교의식은 1989년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지정돼 보존되고 있다.
상가 마을은 여러 도곤족 마을 중 가장 큰 마을이다. 이곳은 절벽지대 산등성이에 위치해 있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 사하라사막의 사헬 지대가 뿌연 모래먼지 속에 아련히 펼쳐져 있고,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는 마을들이 형성되어 있다. 마을 광장에는 아름드리 바오밥나무들이 기괴한 형상으로 우뚝우뚝 서 있어 마치 어느 행성에 와 있는 것 같다.
▲ 먼 옛날 지각변동으로 단층지역이 몇 백 미터 높이로 치솟아 있는 이 암벽지대는 부르키나파소 국경까지 200km나 뻗어있다. 절벽 골짜기에 점점이 박혀 있는 도곤족 마을 중 바나니 마을을 둘러보기로 한다. 이곳 청년인 아마티기가 오늘 내 길잡이다. 까마득한 절벽 벼랑 사이로 길은 나 있다. 군데군데 통나무로 홈을 판 사다리가 놓여 있긴 하지만 험한 바윗길은 내 발끝을 저리게 만든다. 맨 몸으로도 쩔쩔매는 그 험한 길을 이곳 사람들은 머리에 짐을 이고 잘도 오르내린다.
지붕에 고깔모자를 씌운 것 같은 토담집
암벽 벼랑에 동굴들이 보인다. 이 동굴에는 원래 체구가 작은 텔렘(Tellem)족이 살았다고 한다. 14세기 경 도곤족에 밀려 텔렘족은 어딘가로 쫓겨 가고 말았다. 이 동굴들은 지금은 도곤족의 묘지로 이용되고 있다. 시신이 땅에 묻히면 땅이 부정을 타 조가 자라지 않는다며 절벽 동굴에 시신을 안치시킨다고 한다.
▲ 상가 마을 바오밥나무 아래서 놀고 있는 도곤족 아이들.
▲ 마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거북이. 까마득한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벼랑 아래 바나니 마을이 있다. 지붕에 고깔모자를 씌운 것 같은 토담집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서 있는 바오밥 나무들은 마치 동화 속 풍경 같다. 마을에는 거북이가 어슬렁거리며 기어 다니고, 조를 추수해 보관하는 창고 외벽에는 죽은 고양이가 걸려있다.
▲ 마을의 중심인 토구나 주변에 모인 도곤족 남자들. 마을 중심에는 토구나(Toguna)라 불리는 정자가 있다. 여덟 개의 기둥에 지붕을 올려 조나 수숫대를 두툼하게 얹어 만들었다. 이곳은 마을 장로들의 사랑방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마을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결정한다. 마을에는 모스크가 있지만 실질적인 중심은 토구나다. 이곳에는 여자들의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 도곤족의 가면춤은 태양과 별들이 회전하는 것을 상징하고, 놈모 신이 시리우스 별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밤하늘에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태양계에서 아주 가까운 별이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구릉지대에서 도곤족 민속춤인 가면춤판이 벌어진다. 가면춤은 전승되어오는 도곤족 신화와 전설을 근거로 다양한 의례나 장례식이 있을 때 행해진다. 그러나 이제는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외국인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북을 든 악단이 등장하고 가면을 쓴 무용단이 등장한다. 이 가면집단 무용단은 전 세계를 상징한다. 별들의 운행과 세계 체계를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장장이, 사냥꾼, 처녀, 도둑 등이 등장하고 온갖 짐승들도 등장한다. 그 중에서 제일 많은 가면은 카나가(Kanaga) 가면이다. 한자의 날 출(出) 자 아랫부분이 반대로 된 것 같은 이 가면은 창조주인 암마 신을 표현한 것이다. 위로 향한 부분은 하늘을 상징하며 아래로 향한 부분은 땅을 상징한다. 하늘과 땅이 만나 천지가 창조되고 만물이 생성함을 나타내는 뜻이다.
▲ 도곤족의 가면.
▲ 도곤족 가면춤은 전 세계를 상징한다. 별들의 운행과 세계 체계를 춤으로 표현한 것이다. 대장장이, 사냥꾼, 처녀, 도둑 등이 등장하고 온갖 짐승들도 등장한다. 무용수들이 북소리에 맞추어 신들린 무당처럼 기묘한 소리를 내며 펄쩍펄쩍 뛴다.
도곤족 신화에서 북을 치는 것은 태양을 상징하는 풀무를 작동하는 것이고, 붉은 색 치마를 입고 춤을 추는 것은 태양의 파편을 상징한다고 한다.
한 무용수가 사다리 같기도, 긴 깃대 같기도 한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 시리기(Sirige)라는 가면이다. 이 무용수는 마치 농악의 상무돌리기를 하듯 긴 가면을 바닥에서 돌리고 있다.
이 춤은 태양과 별들이 회전하는 것을 상징하고, 놈모 신이 시리우스 별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온 것을 비유하기도 한다. 밤하늘에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는 태양계에서 아주 가까운 별이다.
시리우스 별에는 시리우스 B라고 부르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동반 행성이 있다. 이 별은 시리우스 별을 50년 주기로 돈다.
이 행성은 1882년 미국의 천문학자 앨번 클라크가 천체망원경으로 찾아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 말리 도곤 컨트리 개념도 몇 천 년동안 전승되어 온 도곤족의 신화에는 이 시리우스 B의 존재가 등장한다. 현대적인 광학 장비와 수학 지식이 전혀 없던 그들이 시리우스 B의 존재를 어떻게 알았을까. 도곤족들은 시리우스 별에 대한 정보를 놈모(Nommo) 신이 가르쳐 주었다고 했다.
도곤족의 신화에 등장하는 놈모는 인간과 뱀의 형상을 하고 있다. 머리에서 허리까지는 인간이고 하체는 뱀이다. 붉은 눈에 혀는 파충류처럼 갈라져 있고 부드러운 팔에는 관절이 없다. 몸 전체는 녹색을 띠고 반들거리며 짧은 털로 덮여 있다. 외계인들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곤족의 선조들이 몇 천 년 전, 외계인과 접촉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 외계인들은 시리우스 별에서 왔으며 도곤족들에게 점성술과 천체의 비밀을 전수해 주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모래밭에 바람이 그리는 여우점
▲ [위] 사제들이 여우점을 치기 위한 모래그림을 그린 후 함께 모여 담소하고 있다. [아래] 여우점을 치는 도곤족 사제. 춤판이 벌어지는 곁에서는 또 다른 의식이 행해진다. 사제복을 입은 예언 담당 주술사들이 사각형의 모래밭에 여우점(占)을 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린다. 주먹 사이로 모래를 뿌려 형상을 만드는 과정이 티벳 사원에서 행해지는 돌가루 만다라 만드는 것을 연상시킨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래그림 위에 밤사이 여우가 흔적을 남기면 그걸 보고 주술사들은 예언한다. 모래그림이 완성되고 마지막으로 땅콩과 알곡들이 뿌려진다.
황혼을 배경으로 치러지는 여우점 의식이 한 폭의 신비스런 그림이 되어 내 카메라 앵글 속으로 자리 잡는다. 저 주술사의 손떨림처럼 셔터를 누르는 내 손끝도 파르르 떨리고 있다.
사하라 사막 모래바람 저 너머로 태양이 진다. 여우점을 치던 주술사들도 가면 춤을 추던 청년들도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제 이곳은 신의 언어인 저 모래그림들만이 여우를 기다릴 것이다. 한 줄기 모래바람이 여우보다 먼저 다가와 모래그림 위에 비밀언어를 쓰고 지나간다. 내일 아침이면 여섯 명의 주술사들은 이곳을 찾아와 여우와 모래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을 보고 하루의 점을 칠 것이다.
▲ [위] 파밭에 물을 주는 도곤족 여자. [아래] 절구질 하는 도곤족 아낙들, 조는 이곳 사람들의 주식이다. 죽으로 쒀 먹기도 하고 빈대떡처럼 구워 먹기도 한다. 오늘은 아마티기가 그가 살고 있는 오골 마을을 구경시켜 주겠단다. 그는 오래된 코니카 똑딱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왔다. 그는 도곤족 마을 최초의 사진사라고 했다. 사진관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이 카메라로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어준단다. 바오밥나무 아래에서 도곤족 아낙들이 절구질을 하고 있다. 아마티기가 사진을 찍자며 그쪽으로 나를 이끈다. 두 명은 사이좋게 절구질을 하고 한 명은 절구질한 알곡 껍질을 바람에 날려 보낸다.
이곳의 조는 우리의 조보다 알이 더 굵다. 조는 이곳 사람들의 주식이다. 죽으로 쒀 먹기도 하고 빈대떡처럼 구워 먹기도 한단다. 조로 빚은 술이 아주 맛있다며 아마티기가 금방이라도 술을 구해올 기세다. 절구질하는 아낙의 모습을 사진 찍으려고 하자 못 찍게 한다. 도곤족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한다. 그러나 아마티기가 카메라를 들이대자 자연스레 포즈를 취해주고 있다.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들도, 절구질하던 아낙들도 아마티기의 카메라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마을 사진사의 위력이 여지없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나는 내 카메라를 아예 아마티기에게 맡겨버렸다. 아마티기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바로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신형 카메라로 무장한 도곤족 사진사가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닌다. 동네 아이들이 아마티기에게 방금 찍은 사진들을 보여 달라며 졸졸 따라다닌다. 나는 그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최고 종교지도자 호곤
▲ 도곤족의 최고 종교지도자 호곤, 호곤은 전승되어오는 도곤족의 모든 의례를 주관하는 사람이다. 대호곤 아래로는 여섯 명의 또 다른 호곤들이 있는데, 이들이 맡은 일은 사냥, 농사, 예언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아마티기가 마을 최고 종교지도자인 호곤(Hogon)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한다. 호곤이 사는 집은 윗마을 중앙에 있었다. 다른 집들과 달리 출입문 주위로 흰색 칠이 칠해져 있다. 진흙으로 지은 네모난 집 정면에는 장식장처럼 생긴 선반 같은 것들이 무수히 만들어져 있다. 그것은 조상들을 모시는 감실이라고 한다. 낮은 담장이 둘러쳐진 집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아마티기는 호곤에게 줄 ‘가도’를 준비하라고 한다. 가도란 이곳 말로 선물이라는 뜻이다. 난 선물할 것이 마땅치 않아 약간의 돈을 준비했다. 아마티기가 울타리 사립문 사이에다 지폐를 끼워두고 안을 향해 소리를 지른다. 그때였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검은 드레스에 붉은 모자를 쓴 노인이 천천히 몸을 움직이며 모습을 드러냈다.
“호곤의 붉은 모자는 태양을 상징합니다. 이곳에서는 호곤 외에 어느 누구도 붉은 모자를 쓸 수 없답니다.”
아마티기가 호곤의 모자를 가리켰다. 호곤은 장님이었다.
“세오, 세오, 신께서 당신을 인도하시길.”
“세오, 세오, 신께서 당신을 인도하시길.”
이들의 인사법은 특이하다. 한두 번만에 끝나는 게 아니라 몇 번을 반복한 후에야 끝이 난다. 격앙된 목소리 때문에 난 처음 이들이 싸우는 줄 알았다. 격렬한 토론 같은 인사를 한 후에야 아마티기가 나를 소개한다.
“세오, 세오, 당신과 함께 온 이 이방인에게도 신의 축복이 있으시길.”
비록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노인이 나를 꿰뚫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노인에겐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세오, 세오” 하며 나도 얼떨결에 인사했다. 호곤은 전승되어오는 도곤족의 모든 의례를 주관하는 사람이다. 대호곤 아래로는 여섯 명의 또 다른 호곤들이 있는데, 이들이 맡은 일은 사냥, 농사, 예언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마당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을 수 없느냐는 나의 물음에 아마티기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호곤의 집은 신성한 공간이라 외부 사람들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집을 나온 우리는 아래오골 한 집을 찾아간다. 그 집은 오고트멜리라는 도곤족의 현자가 살던 집이다. 오래된 건물 외벽에는 온갖 물건들을 매달아 두었다. 거북이 등껍질, 찢어진 북, 광주리, 농기구들이 마치 무슨 설치 미술을 보는 것 같다. 이 집은 그의 후손들이 살고 있었다.
▲ 도곤족 창문에 조각된 정교한 문양들. 프랑스 인류학자 마르셀 그리올(Marcel Griaule)은 15년 동안 도곤족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와 풍습을 연구해 왔었다. 1946년 10월, 그리올은 오고트멜리라는 늙은 도곤족 현자를 만나게 된다. 장님이던 오고트멜리는 오랜 세월 도곤족의 문화와 풍습을 연구해 온 그리올에게, 33일 동안 함께 생활하며 그들의 신화와 관습, 의례 등을 들려준다. 그 후 그리올은 고국으로 돌아가 도곤족 현자와의 대담을 책으로 출간해 도곤족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렸다. 오고트멜리는 다음해 유월 세상을 뜬다.
집 주인인 아마도몬이 가족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른다. 나는 도곤족 마을 사진사가가 되어 오고트멜리 후손들 가족사진을 찍는다. 찍은 사진을 카메라 모니터로 본 집주인이 주소를 적어주며 사진을 부쳐달란다. 나는 이곳 사진사인 아마티기의 일감 하나를 빼앗아버린 셈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아마티기가 조심스레 나를 부른다. “이 카메라 나에게 팔 수 없나요?” 나는 여행이 아직 끝나지 않아 그럴 수 없노라고 대답을 한다. 그의 얼굴에 실망의 빛이 역력하다. 아마티기는 코니카 똑딱이 카메라를 내게 건네주면서 자기 사진을 찍어 달란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 카메라를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한다. 김치~. 사진 속에서나마 내 카메라는 아마티기의 목에 걸려 있을 것이다.
“당신과 당신의 카메라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아마티기는 카메라를 내게 넘겨주고 터벅터벅 저만큼 걸어가고 있다.
“세오, 세오, 신께서 당신을 인도하시길.”
“세오, 세오, 신께서 당신을 인도하시길.”
/ 이해선 포토저널리스트
[출처] [세계여행] 아프리카 말리 -도곤 컨트리 |작성자 동성
샹쉭아, 이왕 퍼올려면 사진들도 다 퍼와! 퍼와서 요소요소에 앉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