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편이 된 남자친구와, 나의 친형제 같은 남자 동기, 그리고 남동생까지 넷이서 어느 겨울, 칠갑산에 갔더랬습니다. ^^ 아마 남동생의 고등학교 졸업 기념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남동생가 여덟살 차이가 나므로 이 기억이 맞을 듯 하네요)
다들 오랜 만에 통나무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창문으로 된 천장에 별 보고 즐거운 밤을 지냈죠.
다음날 예정에 없는 칠갑산 산행을 시작했는데, 정말 예정에 없던 것이라 저는 7센티정도 높이의 부츠를 신고 갔었는데...그래도 무난한 칠갑산 능선을 밟으며 갔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칠갑산은 무, 난, 한 산이었습니다.
가도가도 능선인거죠? 높은 봉우리도 없고, 내리막도 없고, 그저 잔뜩 쌓인 낙엽길을 걷고 또 걷고...
예정에 가기로 한 절, 장곡사로 가기로 했는데...이런, 이건 이정표도 없고, 빨간 리본도 없고....시간은 벌써 오후로 접어 드는데 슬슬 서로들 걱정이 되는 거죠? 다들 그 다음날 출근도 하려면...서울도 가야하니...내려가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능선에 능선...어디로 가야 내려가는 건지...
우선 걷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목탁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빛과 같은 소리를 따라 정말 산비탈을 구르다시피 - 생각해보세요, 칠센티 부츠!- 내려가는데, 이런 그 염불소리가 이상한 겁니다.
차츰 가까워오자 그 진언은 "태종태세 문단세...."
우리는 모두 무슨 일인가 서로를 쳐다보았죠!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산 곳곳에는 점쟁이들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무당이 바로 목 트이는 연습을 하고 있던거죠...
어쨌든 그 분의 도움으로 가을이라 마른, 물길, 돌길을 따라 내려가서 어느 아늑한 시골 마을 길을 따라 걸었죠. 동네 노인정에 들렀더니, 버스가 없답니다? 아님 두 시간을 기다리라고...
그래서 노인정 앞에서 서성이다 트럭의 뒷자리를 얻어 타고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쌩쌩 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칠갑산...언제쯤 한 번 정말 작정하고 초겨울을 즐기러 가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습니다.
정말 조용하고...적막합니다.^^ㅎㅎ
뭔가.. 엄청난 추억 같아요.. 언니.. ㅡ.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