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은..
여름에 태어난 제게, 생일이나 마찬가지가 된 하루였습니다..'
12월 28일 밤 역시 또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뭐, 이젠 그닥 특별한 일도 아닌게 되어버렸죠..ㅋ
심산스쿨의 모임 전날 잠을 못잔다는 것..
덕분에 일찍 준비를 했고, 밤샘으로 인해 허기가 느껴지는 바람에 아침을 든든히 먹고 집을 나섰답니다..
인천인 저희 집에서 수유역까지는 전철로만 두시간..
가는 전철안에서 자야겠다는 생각은, 산행날이 평일이라는걸 생각 못했던 제 불찰..ㅋ
서울역에 도착해서 4호선을 갈아타서야 의자에 앉아 살짝 눈을 붙일 수 있었고, 수유역에 도착했습니다..
우이동 종점으로 향하는 버스의 정류장을 찾아 헤매고 있을때 만난 선생님과 일행들..
다 같이 택시를 타고 '원석이네'에 도착 했고, 모두 아점을 드시는 동안 저와 남경누나가 간단히 장을 보았습니다..
그렇게 산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백운대까지 오르던 길 중, 정말이지 조금이라도 난해했거나 불안했던 코스는 단 한 곳도 없던 저였습니다..
보신분이 계셨는지 모르겠지만, 제 양 다리에는 각각 3kg씩(맞나?!ㅋ) 되는 모래주머니가 채워져 있었습니다..
집에서 나가기전에 이미 채워 놓았던 것이지요..
어느순간부터 미끄러운 코스에 접어들면 다리의 느낌이 묵직해지며, 미끄러운 것이 조금 줄어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백운대에 올라 사진을 한방 찍었던것 같고..
'백운대의 호랑이'를 만났던 정상 부근의 넓은 바위에서 와인도 한잔하고 족발도 몇 점 뜯으면서..
잠이 쏟아 지더라구요..ㅋ
밤새 한 숨도 안잔 상태로 백운대까지 올랐으니..ㅋ
그렇게 하산길을 맞게 되었습니다..
잠은 쏟아지고 있었을테고, 등산화 속의 발가락들에서 쥐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무렵..
위문이었던가요?!
등산할때와 다른 코스를 잡아 하산하게 되었던 곳이..
바닥이 꽁꽁 얼어 붙은 계단(?)처럼 되어 있던 그 곳에서, 아이젠도 없는 300mm등산화는 너무도 잘 미끄러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구간이 제겐 송년산행 중 가장 힘들었던 곳 같아요..
그 부분에서 제가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을때마다 은이가 매번 목격을 하더라구요..ㅋ
그렇게 난해한 코스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맞은 인수봉 옆의 하산로..
아마도 발을 한번 잘못 딛였던거 였겠지요..
제 몸이 왼쪽으로 무게중심이 순간적으로 넘어가며 한 너댓바퀴 이상 굴렀던것 같습니다..
구르기 시작하던 순간엔 그냥 넘어진다고 생각이 들었었는데, 한바퀴 구르도 또 구르기 시작하면서는 재미있더라구요..^^
근데 그게 세바퀴쯤 되니까 겁이 나기 시작했는데, '이러다 죽는거 아냐'라는 생각은 못했던거 같아요..
하늘이 도운건지, 제가 구르던 곳엔 주먹만한 돌도 하나 없었거든요..
그냥 아직 한번도 밟고 지나간 적 없던, 쌓여있던 눈과 낙엽들 뿐이었던 곳이었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한참을 찾았지만, 멈 든 자욱하나 발견하지 못했답니다, 걱정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려요^^)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툭툭 털고 일어나는데, 어쩜 제 앞에 가시던 많은 분들께서 그 장면을 목격하셨더라구요..ㅋㅋㅋ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산을 내려왔고..
다시 '원석이네'로 돌아와 차가운 맥주 한잔과 맑은 국물맛이 끝내주던 두부탕?!찌개?!..
파전과 와인, 소주등을 골고루 조금씩만 흡수하고 귀가길에 올랐답니다..
광화문까지 이동했던 우이동이 종점이던 한 시내버스 뒤쪽자리에서..
버스를 전세 낸 듯 이야기 꽃이 만발하였답니다^^ㅋ
다시는 하지못할 경험을 했던 하루였습니다..
선생님께서 맨 앞에 서서 일행을 인도하시면서 틈틈히 큰 소리로 '맨 뒤에 누구 오냐~!'하실때마다..
'민호요~!'라고 역시 큰 소리로 대답 드리면 선생님께서는 나름(?) 믿고 내려가셨다고 생각하는데..
그 놈이 산에서 굴러버렸으니, 구르는 모습을 보신 분들이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등산화를 빼고는 아이젠이니 스틱이니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제 책임인거죠^^;;;
그리고 3월말경 개강하는 코오롱 등산학교에 접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ㅋㅋㅋ
등산에 함께 했던 남경누나와 함께 말이죠..^^★
쉬는 시간 내내 하나씩 까먹는 재미가 솔솔! 덕분에 산행 잘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