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박무택을 비롯한 한국 산악인 세 명이 초모랑마(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섰다 돌아오지 못하고 8750미터 절벽에서 죽음을 맞이한 비극이 있었다. 그 소식 이후, 주검을 수습하러 가겠다는 산악인 엄홍길에게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나도 그를 만났었다. 그는 눈물 한방울 없이, 친동생 같은 박무택을 데리러 가겠다고 얘기했다. 그 때 인터뷰를 하던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도, 슬픔이라는 단어도, 존경한다는 표현도 다 부질없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꼭 부디 건강하게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잡은 손을 놓지 못하고 부탁드렸다. 이 책은 시신 수습을 위한 원정대를 꾸린 엄홍길과 각자의 사명으로 생업과 가족의 만류를 뿌리치고 떠나는 산 사람들의 이야기다. 떠나기 전, 유가족을 만나 그들이 전해달라는 편지와 사진을 품고 그들의 오열을 지켜봐야 했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신이 허락해야 오를 수 있다는 곳, 자신의 발걸음을 한 발 내딛을 때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는 곳에서 얼어붙은 주검을 초모랑마에 묻고 돌아온 뜨거운 산 사람들의 여정. 깊고 짙은 슬픔과, 높고 청량한 거룩함이 읽는 이의 마음을 후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