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반 33기(2014년 5월~10월) 수강후기 발췌록
다음 수강생분들께 추천하는 야무지게 심산반 강의를 듣는 방법
포인트는 강의듣기 필기하기 숙제하기가 아닌, '내 시나리오 쓰기‘
1. 오기 전 그 동안 숨겨놓았던 나의 비장의 무기(시놉시스)를 꺼내 다듬는다.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니! 스스로 감탄한다.
2. 아주 소수를 제외하고는 피칭 때 아무도 내 시놉을 좋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하지만 여기서 난 안되는 건가 좌절하지 않고, 시나리오로 쓰면 재밌을 거거든! 마음을 독하게 먹고 시나리오 제출 날을 예약한다.
3. 예약날짜가 다가올수록 똥줄이 탄다. 나의 소중한 10만원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쓴다. 막 쓰더라도 쓴다.
4. 수강생들의 리뷰를 보고 1차 충격. 선생님의 평가에 2차 3차 4차....수업시간부터 술자리까지 계속해서 까인다. 좌절스럽겠지만 여기에서도 좌절하지 않는다. 처음이니 당연한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5. 예약을 또 한다. 저년이 또.... 라는 시선을 받을지라도 한다.
6. 앞의 과정 반복.
7. 내 시나리오가 재밌다는 착각, 대충해도 잘 될거라는 오만, 시간이 없어서 못쓴다는 거짓말을 쓰레기통에 쳐넣는다. 대신 언젠가는 잘 쓰게 될거라는 희망을 아주 약간 가져본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간다는 것. 어찌됐던간에 시나리오를 완성한다는 것. 선생님의 강의 또한 명강의고, 베껴 쓰기도 중요하고, 조활동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시나리오 쓰기라는 것.
선생님이 개강 때 하신 말씀인 '이곳은 취미반이 아니라 직업학교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강의였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 진심이 담긴 솔직한 선생님의 말씀들을 지난 5개월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 동안의 방황은 심산반에 오기 위한 것이었구나...싶을 정도로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앞으로 몇년간 제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시나리오 작가가 되기 위해 하는 일들'이 될 것 같습니다.
쓸데없는 사족들은 모두 쳐내고, 영화 속 주인공처럼, 내적갈등과 외적갈등을 하고 고난과 역경을 겪을지라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겠습니다. 결말이 비터 스윗 엔딩이지 해피엔딩일지는 모르겠지만, 실패하더라고 미련은 없도록.이게 무슨 말인지는 수업을 듣고나면 알 수 있어요 ㅎㅎ)(권◯지)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스물다섯 여름, 심산 선생님과의 만남”
20살, 대학에 가지 못하고 처음 가보는 지방에서 호텔 웨이터 생활을 했다. 친구들 대학 다닐 때 돈 걱정하면서 일을 했다. 그러다 집이 좀 여유가 생겨서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하면서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생각해보았고 그게 영화 였다. 연고 없는 지방에서 살면서 퇴근 후 잘 때까지 영화만 보았던 게 나름 위안이 되었던 기억 때문이었나 보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스터디도 하고 관련 서적들도 읽어 보면서 나름 좋았다. 군대 가기 전까지 뭔가 영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에 설레면서 영화 감독 지망생 코스프레가 너무 즐거웠다. 군 제대 후에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들면서, 정작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건 없으면서도 코스프레가 너무 좋았다. 그러다 25살이 되었고, 정작 결과물은 없었다. 취직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하는 것들을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고, 초조해졌다. 그리고 친구에게 '심산스쿨'을 소개 받았고 수강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작법서와 '글 쓰는 법'을 정리하면서 더 많이 알게되면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심산반 수업에 갔다. 그러나 여기는 취업반이었고, 당장 글을 써야했다. 작법서나 모으며 작법이론 노트만 쌓아놓던 나는 정작 그 것들의 목표인 '글쓰기'는 하지 않았었다. 작법책 10권 읽느니 한편 써보라. '작가가 되고 싶으면, 써라' 라는 말이 이 수업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맞는 말이었다. 내가 이 수업을 들으면서 얻은 것 중에 하나는 매일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고, 하다 못해 베껴쓰기라도 매일 하는 것이다.
선생님의 강의도 물론 도움이 많이 되었고, 동기들의 조언도 물론 도움이 많이 되었지만 이 수업에서 가장 소중하게 얻어 간 것은 내가 더이상 지망생 코스프레가 아니라 글을 쓴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쓰기'가 달콤한 목표가 아니라 이제 내 피부로 다가오게 되었다.
심산반 강의가 끝나면 매일 뒷풀이를 한다. 뒷풀이에선 심산샘은 강사가 아닌 좋은 아저씨(형?)이자 인생 선배이다. 작가란 직업에 대한 샘의 생각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 강의에서 배우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작가로 살아가면서 삶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 할 것인지, 나이를 먹으면서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이 어떤건지, 무엇을 추구하고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정말 많이 배웠다. 내가 만난 어른들 중에 멋진 어른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 좋은 스승으로 기억할 것 같다. 더이상 징징대지 않고 공상과 망상으로 설레면서 정신나가지 않고 삶을 영리하고 솔직하게 살아가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 같다(류◯준).
“더 이상 예술가 지망생 코스프레는 하지 않겠다”
늦은 나이에 도전한 한예종도 떨어지고, 어떻게 해야 영화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겨울이었다. 바에서 일했을 때, 시나리오작가인 손님과 얘기를 하게 됐다. 그때 나는 단편시나리오 워크샵을 다니고 있었다. 단편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분은 단편과 장편은 전혀 다르다며 여러 가지 조언과 함께 심산스쿨을 추천해주셨다. 마침 단편워크샵에서 만난 준희 오빠도 심산스쿨에 간다고 해서 고민 중이었는데 확신을 실어주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신촌이구나!
선생님은 첫 수업부터 환상을 깨주셨다. 영상미학이 어쩌고 하면서 예술영화 좋아할 거면 네이버 카페 만들어서 지들끼리 떠들라며, 여기는 상업영화를 위한 곳이고, 취미반이 아닌 취업준비반이라며. 유럽영화를 좋아하는 나는 속으로 뜨끔했다. 그리고 수업을 들을수록 내가 얼마나 무지한 상태로 예술가지망 코스프레를 했는지도 깨달았다.
심산반의 가장 큰 특징은 시나리오작법을 선생님의 풍부한 액션과 말발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워크샵 내내 진행되는 과제를 통해 수업을 마칠 즈음이면 시나리오의 설계도를 읽을 수 있게 된다. 거기에다 생생하게 몸소 경험하신 영화판 이야기를 통해 시나리오작가의 현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아쉽게도 나는 마지막을 완수하지 못했다. 열심히 써서 다음번 돌아오는 박헌수반에 꼭 갈 것이다(한◯영).
“시나리오를 쓰게 만드는 환경”
작년 한 해 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10년 직장 생활 종지부를 찍었다. 100세 시대에 나의 브랜드를 갖는 것이 정년 퇴직을 목표로 하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출퇴근 생활에 지쳤고 너무나 싫다. 행복하지 않았다. 우선 나를 분석해 보았다. 잘 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교차 분석해 보니 영화였다. 물론 영화를 잘 한다는 건 몹시도 자위적 해석이다. 그냥 보고서 쓰는 일만 해서인지 글 쓰는 데 필요한 자료조사, 인터뷰 스킬, 엉덩이 무거운 것, 등은 자신 있다는 알량한 생각이었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배워보고자 심산반에 등록을 하였다.
그럼 수강을 마치고 나니 힘이 솟고 희망에 몸이 들썩거렸을까? 절대 아니다! ‘가장 잔인한 것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두려움이 점점 커졌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니면 미쳤는지 몰라도 그 두려움, 그 세계의 어려움을 한 번 뚫어보고자 하는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8할은 선생님의 수업 덕택이었다고 난 생각한다. 특히, 선생님 설명의 명확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풍부한 영화 작품과 장면들의 예시와 덤으로 재미난 선생님의 연기도 함께! 그리고 그 명확성의 백미는 리뷰 시간이다. 듣는 사람 입장을 생각해서 말을 하게 되면, 길어 지고 그러다 보면 모호해지기 쉽다. 아닌건 아니라고 직설 화법으로 말을 해야 그 뜻이 정확히 전달된다. 그래야 자신의 문제를 명확히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직설화법에서 오는 선생님의 솔직함이 너무 좋았다. 가끔 순수함도 느껴지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이 수업이 최고의 가치는 시나리오를 쓰게 만드는 환경이다. 물론 패널티가 있지만 그것보다 시나리오를 안 쓰면 이렇게 된다 라는 말씀이 더 큰 동기부여였다. 지구 대기권에 비유한 말씀은 너무나 와 닿았다. (길어져서 생략!) 비록 선생님이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신 스토리텔링의 기초 8가지 모두가 내 시나리오에 반영 되어 있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렇게 쓰면 망하는구나’를 정말 수 십번 느꼈다. 그리고 선생님 강조하시는 베껴쓰기도 시나리오를 완성 후에 해보니 더 재밌고 신났다. 5번 넘게 본 ‘부당거래’를 베껴쓰기 하면서 ‘와, 정말 이 장면 좋다’ 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그리고 그게 왜 좋은지 구체적으로 알게 되고 그래서 내 시나리오에 적용, 응용할 수도 있게 되었다(박◯민).
“무엇을 해야될지 알게 되었다”
극장가기를 좋아했다. 그냥 그렇게 좋았다. 설레고 벅찬 그 감동 영화가 시작하기 전 암전이 되는 그 어둠 그때부터 두근두근 거린다. 또 어떤 감동을 받을까 하는 기대감. 열여덟에 연기자가 꿈이라기보다 방송을 하고 싶었다. 임 창정 같은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고...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가게 된 여의도 MTM연기학원 그때부터 난 점심 사먹으라고 준 돈을 모아 매주 토요일 마다 친구랑 동시상영을 하는 극장을 찾아갔다. 그전에도 극장은 우뢰매니 슈퍼 홍길동이니 하며 매년 방학 때 마다 늘 찾았던 시네마 키드였다. 꿈을 꿔야 하고 찾아야 했던 그 열여덟 난 그냥 그게 좋았다. 늘 한주가 영화보는 낙이었다.
그땐 집에 비디오도 없고 그저 영화관에 가서 볼 수 있는 영화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어렴풋 영화 비트 누가 나오나 정 우성 고 소영 재밌겠다. 만화보다 영상은 어떨까 하는 기대감으로 원작에 나오는 허 영만 박하 만화책으로 봐왔던 이름들 그리고 영화 속 포스터에 나오는 이름 감독 김 성수 시나리오 심산 그렇게 알게 되었다. 이름도 특이하고 뭔가 나이 들어 보이는 이름 심산 되게 올드해 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에 내가 느낀 이름에서는 그러다 또 보게 된 이름 심산...뭐하는 사람인가 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의 정확한 정의를 몰랐던 때이니 하지만 각인되는 이름 심산...뭔가 기억에 남는 이름...그때 그랬었다. 뭐하는 사람이고 뭐 어떻게 보겠어 그런 사람을 그냥 기억에만 있는 이름.
그러고 난 평범하게 지내온다. 시나리오랑은 전혀 다른길을 그러다 접하게 된 시나리오 뭔지도 모르고 시작한 처음엔 나 혼자서 2년간 끙끙 앓은 작법서 하나 필독 하지 않은 채 시작했었다. 어디서 어떻게 이게 맞는지 조차 모르고 혼자 좋아서 설래여 하며 써 내려갔던 지난 2년간 그러던 어느 날 벽에 부딪혔다. 과연 이게 잘하고 있는지 맞는지 조차 알지 못하던 때 저절로 멈춰버렸다.
그 벽에 한계에 그렇게 멈춘 나의 작가 코스프레는 우연한 기회에 -100점쯤 되는 시나리오 초고...달콤 살벌한 연인의 감독인 손 재곤 감독님에게 시나리오를 보여주게 된다.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게 리뷰를 해줬다. 너무나도 고맙게도 너무나도 친절하게도 고향 후배라고. 그것도 동생을 통해 알게 된 후배를 말이다. 역시 인맥이다. 또 한번 새삼 느낀다. 거의 씬 바이 씬 으로 그러다 내가 뭘 잘 못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길로 달려와 평소에 인터넷이나 자료 찾을 때 블로그나 카페에 링크 된 심산스쿨을 떠올리게 되었고...
손 재곤 감독님도 추천을 해주어서 오게 된 지난5개월의 시간들. 처음엔 쭈뼛쭈뼛 거렸으나 뒤풀이 하고 서로의 이름을 알아가면서 알았다. 만만치 않고 너무 혼자 갇혀 살아왔구나 하고 수업을 하면서 영화를 제대로 보게 되는 눈을 키우게 되었다. 베껴 쓰기를 하면서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다 뜯어보게 되었고 몰랐던, 놓쳤던 장면과 대사 심지어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마저도 다시 보게 되면서 그 어느 작법서 보다 더 큰 깨달음과 공부가 되었다. 쓰는 게 다가 아니라 어떻게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그리고 작가 코스프레 하느라 놓쳤던 혹 잊고 지낸 앞날의 생각과 계획들을 막연한 꿈같이만 알고 있던 현실의 벽도. 난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난 여기 오기 전까지 천재처럼 생각했었다. 내가 쓴 방법으로 시나리오 작가가 된다면 말이다. 다시 기초부터 시작해야 했고 내가 쓴 시나리오를 다시 뜯어봐야 하고 앞으로 쓸 시나리오는 이렇게 써야 한다는 걸 배웠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시행착오에서 다 잃은 것만은 아니다. 최소한 2년을 버렸지만 다시 그 2년을 되찾을 공부를 배웠으니 최소한 다시 그 무지한2년은 겪지 않아도 될테니... 정말 이적의 노래처럼 다행이다. 만나서 다행이고 내가 어떻게 나아갈지 알게 되어서도 다행이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 늘 글만 쓸 수는 없고 지금 현업 작가 및 여태껏 지내온 선배를 만났고 인생의 길라잡이를 만난 듯 하다. 무슨 간증처럼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어쩜 간증일수도 있겠다. 33기 심산반은 이제 끝났다 그동안 함께한 우리 동기들 생각 날 것이다. 리뷰리뷰 하면서 좀 더 눈이 뜨여졌고 과제 수행하면서 계획이라는 걸 배웠고 5개월의 시간동안 인생을 다시 돌아보고 앞날의 계획을 수정 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비록 원하는 시나리오를 다 쓰진 못했지만 앞에는 나 혼자 멋대로 썼지만 이제는 배운 대로 배운 걸 써 먹을 때가 된 것이다. 인생의 한 편이 멋진 시나리오가 아니어도 내가 지금 여기서 배우고 또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이미 멋지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재 진행형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시나리오를 말이다.
그리고...실은 심산 상급반이 개강하면 상급반으로 가서 이왕 시작한 거 끝장을 볼 작정이었다. 물론 상급반은 개강 하지 않지만 그래서 박 헌수 반으로 가서 끝장을 볼려고 한다. 이왕 한거 끝장을 보려 한다. 끝을 봐야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할테니...마지막 100씬은 써 봐야 할 것 아니겠는가...기왕이면 주인공이 졸라이 뭘 설치고 하다 행복하게 웃는 해피엔딩으로 말이다(박◯호).
“시나리오 쓰기를 제대로 배워 볼까?”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결심에 5월 심산스쿨 33기에 등록했다. 작년에 결혼해서 당시 5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나에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이를 허락해준 아내에게 고마웠다. 감독을 꿈꾸는 몽상가로 살아온지 어언 10년...영상제작일을 하다 힘들때면 영화감독을 상상하며 위안을 삼곤 했다...나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첫 수업때 선생님께서 한국 영화판과 시나리오 작가의 비전에 대해 얘기해 주시며 오늘 이후 48시간안에 수강철회하면 환불해 주신다는 말에 뒤풀이 가기 전 딱 1시간 고민했다^^ 이후 뒤풀이 자리에서 함께 하게 된 동기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를 즐기며 그래 해보자! 결심하며 첫 수업을 마쳤던 것 같다.
시놉 쓰기와 떨리는 시놉 피칭...^^ 사실 피칭은 영상제작할 때 콘티 작업 후 스텝들과 늘상 해오던 일인데...자료를 보지 않고 하려니 쉽지는 않았다...더군다나 시놉 소재도 3년전부터 생각해 온 내용인데...뭐부터 얘기 해야할지 요점이 정리가 안된 상태로 두서 없이 얘기를 마쳤다 ㅠ ㅠ(그러고 보면 내기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확신없이 소재만 생각한 결과 인지도...ㅠㅠ)
시놉 인기 평가에서 3번째 순위가 되어 불꽃조의 조장이 되었지만...현실적으로 시간을 내어 동기들을 잘 섬길 자신이 없고 장편시나리오 한편 습작해 보지 못한 내가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같은 조 박영호에게 조장 활동을 부탁했다 흥쾌히 허락해 준 영호와 조원들에게 고마웠다. 과제를 제출할 때마다 느낀 점은 나는 글을 참 못 쓴다는 사실이었다. 과연 작가가 될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냈고 암튼 그렇게 시나리오 제출은 못 했지만 5개월을 마쳤다.
이제 어떻게 하지? 현재 시나리오 베껴쓰기와 작품 소재와 관련 영화 10편을 보고 줄거리 요약해서 로그라인을 써보고 있다. 종강 후 박헌수반 수강을 하고 싶었지만 생계문제로 도저히 시간을 낼수가 없어서 스터디를 만들어서 공모전을 준비해볼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망 없어 보이는 나에게 애정으로 대해주신 선생님과 부실한 리뷰에도 고마움을 표현해 준 동기들에게 감사드립니다(신◯일).
“왠지 동네 형의 쏘울이 느껴지는 수업”
30대 중반까지 영화판에 버티면서 똑똑하고 있어 보이는 척 하는데 이골이 나 있었다. 제법 글 좀 쓴다는 소리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들 내가 금방이라도 감독으로 데뷔할 것처럼 대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못 쓴다는 사실은 비밀이었다. 나 자신도 모르는 비밀.
시나리오 강좌에 등록한다는 것은 자기가 시나리오를 못 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절반은 성공이다! 시나리오에 막 입문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좀 다를 수 있지만, 영화연출이나 글쓰기를 전공한 사람에게 시나리오스쿨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지난 10여년의 정규 교육과정이 적어도 자신에게는 무의미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하면 자존심을 꺾는 것이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무려 불혹이라는 나이 40에 해내다니.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기특하다고 해야 할지, 스스로 대견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친구가 생각보다 많았다. 30대인 그들이 나보다 몇 년 빨리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부러웠다. 그나마 동안인 것이 다행이었다. 어머니, 아버지 감사합니다.
어쨌든 시나리오를 못 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일단 인정하기 시작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발판도 될 수 있고, 한 편으로는 만에 하나 내가 정말 재능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도 별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인정한다는 건 좋은 거다.
영화학교의 시나리오 수업과는 많이 달랐다. 그런데, 영화 같은 저잣거리 예술은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것으로는 결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정규 교육과정의 선생님들은 학교 당국의 감시 아래 있기 때문에, 학생들로 하여금 학업 의욕을 상실하게 하거나 다른 진로를 모색하게 해서 학교의 수입을 떨어뜨리는 진심 어린 충고를 할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심산 선생님은 개강부터 종강까지 한결같이 ‘이래도 시나리오를 꼭 써야겠니?’라고 묻고 최대한 많이 포기시키는 것을 미덕으로 삼았다. 아마도 상당한 자산가이기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런 거친 교육 방식은 세계적인 락 뮤지션들을 키워낸 그들의 동네 형들에게서 발견된다. 대게 아빠의 차고에서 세계적인 거장들에게 기타를 가르친 이 형들은 미래의 거장들을 수 차례 문전박대 했으며 때로는 기타로 머리를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선생님의 죽비는 이와 유사한 용도로 쓰이는 것 같다. 동네 형들은 채보를 직접 하기 때문에 가끔 노래 몇 곡이 뒤죽박죽 되거나 자기만의 애드립이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심산반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설명해준 명장면을 확인하려고 힘들게 불법 다운로드 받은 영화에 문제의 장면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수 차례 적발한 것이다. 같은 영화를 본 친구들과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대략 두 가지로 좁혀졌다, “선생님도 나이가 있으시잖아.”와 “선생님이 말해준 대로 찍었으면 영화가 훨씬 좋았을 텐데.” 그렇다. 심산반에는 왠지 동네 형의 소울이 느껴진다.
심산반에 등록한 이후 목요일 저녁 시간을 모조리 비웠다. 어쩌다 외부 미팅 시간을 조정해야 될 때, 시나리오 수업을 가야 한다고 하면 다른 회사 사람들이 “어, 강의도 나가세요?”라고 물어왔다. 나는 당연히 “아니요. 강의 들으러 가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내가 강의를 하든 강의를 듣든 죽어도 목요일 저녁이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거다. 대학원 다닐 때는 수영강습 간다고 지도교수님 회식도 빼먹었다. 시간은 내가 만드는 거다.
역시 가장 중요한 건 시간관리다. 나는 아직도 선생님 말대로 글 쓰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 매일매일 공무원처럼 글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수업을 듣는 동안 적어도 1주일에 이틀 이상은 숙제 하는데,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시나리오를 잘 쓸지 구체적인 트레이닝을 하는데 투자할 수 있었다. 종강해도 이것이 가능할까. 나는 불가능하다는 쪽에 내 왼팔과 전 재산을 걸겠다. 결론적으로 나는 또 다른 수업을 등록해야 할 것 같다(정◯민).
“제작부에서 일하며 시나리오 수업을 듣다”
영화계에 입문한지 어언 6년...계속되는 촬영과 정산, 야근, 회의에 시달리다가 처음으로 여유라는 놈이 생겨 그동안 미뤄놓은 숙제를 하듯 시나리오 공부를 제대로 해보자란 생각에 평소 좋아하는 유영아 작가님께 추천을 받아 심산스쿨에 등록, 하자마자!!! 두둥. 일이 두배, 세배...정말 전 복있는 자 맞나봐요. 특히 일복...
목요일이 되면 신촌에 꾸역꾸역 와서 딱(!)하는 소리와 함께 맞기도 하고, 굳이 사서 벌금도 내고...덥수룩한 속을 확 뚫어주는 위청수(부채표는 왠지 안어울리시고...ㅎㅎㅎ)같은 선생님의 욕설같은 담화를 듣다보면 어느새 나만의 시나리오를 쓰고 싶은 욕망이 꿈틀 꿈틀...그런데... 그래도... 명량이 이렇게 터질줄 몰랐어요...계속 바빠. 너무 바빠... 그만두고 싶어도 일이 계속 쓰나미 처럼...그래도 결석은 두번 밖에... 아 종강일 까지 하면 세번했졌군요. 나름 선방했습니다!
심산반의 교훈 중 가장 큰 것은 "시나리오는 아무나 쓰는 것이 아니다." 시간과 돈과 노력과 나눌수 있는 영혼의 소유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고통이자 행복 인 것 같아요. 그동안 몇몇 작가들과 기획피디랍시고, 이렇게 저렇게 고쳐주세요. 캐릭터가 어쩌구, 톤앤매너가 어쩌구...얼마나 그들 입에서 "그럼 니가 써 보든지"라는 말이 나오고 싶었을까요. 또한 시나리오를 쓴다는게 영혼을 때어내는 과정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들게 석고대죄를 해야겠다고 다짐할 정도 였으니까요.
또 하나는 세상엔 참 해야 할 것이 많다란 것입니다. 일단 한바탕 쉬면서, 여행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많나고, 책도 많이 읽고, 밀린 영화도 보고, 내 글도 쓰고....전 아무것도 가진게 없는 사람이라 일단 한다하면 하면 아무도 못말리겠지만. '일'이란 놈을 뿌리치고 가는 것이 제일 힘드네요. 그래도 선생님을 보며, 33기 동기들을 보며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내꺼를 갖자!입니다. 명량이 1760만명의 대역사를 이루며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썼지만, 결국 기획,각본,연출,제작한 감독님의 '공'이지 제것은 아니더랍니다. 그리고 전 연출할 능력도 없고, 각본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더욱 더 제 영화가 하고 싶어 졌습니다.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에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있는 것. 저도 열심히 글을 쓰고, 내것을 만들고, 그리고 그런 사람을 알아보고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 가는것...그게 바로 영화가 가진 최대의 매력인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꿈과 희망을 주는 영화. 그런 영화인. 심산스쿨에서 만난 사람들과도 이 꿈을 함께 나눌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최◯정).
“준비기간의 어려움을 뚫고 갈 수 있는 용기와 투지가 있는지!”
심산반은 한마디로 시나리오 작가 혹은 영화감독의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자신의 꿈의 실체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즉 자신이 정말 시나리오를 좋아하는지, 그 준비기간의 어려움을 뚫고 갈 수 있는 용기와 투지가 있는지! 를 시험 받게 됩니다. 심산쌤의 강의 자체는 명불허전입니다. 강의교재인 '시나리오 가이드'를 집에서 혼자 본다면, 절대 알 수 없는 내용의 깊이와 넓이를 심산쌤의 일인극을 통해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또한 풍부한 현장경험에서 난 살아있는 영화이야기로 막연한 환상을 품은 이들을 친절하게 꾸준히 밟아 주십니다.^^
기억나는 심산쌤의 명언
시나리오 작가의 재능이 있는 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만씬 써보면 알 수 있다.
어떻게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습니까?
만씬 쓰면 된다.
스치는 아이디어를 따라 계속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지 말고, 한 가지 아이디어를 붙잡고 10고까지 써 봐라!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다.
99%다.
시나리오를 써야 행복한 건 아니다.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해라.
저는 마지막 명언이 가슴에 남는군요. ㅋㅋㅋ 심산쌤은 권위주의적이지 않은 독재자입니다. ㅎㅎㅎ 쌤의 스타일에 적응하면 애정있는 프로폐셔널한 수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김◯진)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마음에 칼을 품은 사람이라면”
'장편 시나리오쓰기'는 내내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감독이 되려면 일단 영화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단편영화만 만들어왔다.어쩌면, 여러 다른 핑계들을 대면서 정작 중요한 것은 미루고 또 미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실은 너무나 괴롭다. 여전히 나는 시나리오 쓰기 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수업을 통해서 스스로 감독 코스프레, 시나리오 작가 코스프레를 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볼 수 있었고, 짧은 시간 안에 시나리오 쓰기를 돌파해내는 동기들을 보며 자극도 많이 받았다.
아무리 영화를 많이 보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장편의 호흡이라는 것을 체감하는 시간들은 동료들의 시나리오를 보고 리뷰를 하는 시간을 통해서였다. 수업의 많은 시간은 재미있는 선생님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발린 꿀, '시나리오 쓰기의 비밀'들을 발견하는 시간들이었다. 특히 [해피엔드]의 시나리오와 영화를 씬바이씬으로 분석했던 대장정의 시간들은 그 무엇보다도 배움이 큰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시나리오의 행간을 읽어내는 선생님의 시각은 적잖은 놀라움과 교훈을 주었다.
어제는 2호선역 플랫폼에 섰다가 심산스쿨에서 같이 수학한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요즘은 "그러다가 내세에나 쓴다." 라는 선생님의 말도 하루에 두세번은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럴 순 없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꼭 시나리오를 써보려고 한다.그렇지 않으면 정말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내세에나..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시나리오를 써야겠다고 마음에 칼을 품은 사람이 듣는다면 칼을 꺼내 벼려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긴가민가.. 내 마음 나도 몰라 하는 사람에게도 수강하기를 권한다. 어쩌면,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말이다. 5개월 여의 여정을 이끌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함께 해준 동기 언니, 오빠, 동생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건네고 싶다((임◯미).
“선생님의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충고들”
목요일엔 아주 짧게 일했지만 평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신촌까지 가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하고 번거로웠다. 그래도 몸살이 났던 하루를 제외하고 빠짐없이 수업에 참석했다.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지불한 수강료가 아까워서이기도 했지만(‘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당신, 그 돈으로 사서 고생하라’를 자처한-) 무엇보다 선생님의 ‘사람을 끄는 힘’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 힘의 정체는 거칠고 냉정한 선생님 뒤에 숨어 있다가 한 번씩 모습을 나타내는 의외의 ‘따뜻함’이다. 수업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선생님의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충고들은 어디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얘기들이 아니다. 환상이 밥 먹여주는 건 더더욱 아니고 꿈을 실현시켜 주는 것도 아니다.
글을 써서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그러면 ‘니가 글을 쓰기는 썼냐’라고 자문하면 더더욱 모르겠다. 어제 글을 썼나? 아니요. 그저께는? 아니요. 그러니까, 글을 안 쓰고 있다. 고등학교 때 학교 안의 생활이 답답해서, 선생님이 '백일장 나갈 사람 손들어' 할 때 저요, 하고 나갔다가 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백일장 있을 때마다 수업 빼먹고 학교에서 나가는 게 좋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문예반 반장을 하면서 폼 잡은 문학소녀였는데 그래도 그때가 가장 성숙했던 시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장 치열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시절이기 때문이다.
나의 글쓰기는 ‘거짓말’에서 시작됐다. 초등학교 2학년 땐가 일기 숙제를 써서 내야 하는데 내용이 지루해서 상상해서 거짓말을 덧붙였다. 그랬더니 상을 받았다. 거짓말을 하면 주목받고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는구나 생각했던 첫 경험이다. 대학은 엄청 오래 다녔다. 대한민국의 보통 아이들처럼 나도 대학생 때부터 바보가 됐구나 생각한다. 게으르고 오만하고 글 정도야 혼자 쓸 수 있고 그보다 여러 일을 해보고 싶단 생각으로 휴학했다가 늦게야 복학했었다.
그래도 나를 결국 글쓰기로 이끄는 건 작은 기억 때문이다. 언니와 함께 있던 작은 월세 방 구석, 어두침침한 그 공간에서의 4시간가량의 시간이 아주 역동적인 짧은 순간으로 느껴졌던 몰입의 경험. 쾌감과도 맞닿은 그 기억이 나를 결국 다시 노트북 앞에 앉힌다. 온전히 내가 만들어낸 마법 같은 시간. 멋진 악기와 화려한 공간이 없어도 만들어낼 수 있는 마법.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가 시나리오 쓰기는 아니지만 지금 나에게 무엇보다 도움이 되고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문◯원).
“산전수전 다 겪은 후에 찾아온 심산스쿨”
심산반 시나리오에 등록하게된 이유부터 얘기하자면 이렇다. 지금까지 거처온 직업만 세 번째이다. 지금의 가로수길에서 "리마쥬"라는 웨딩숍 운영. 결혼식을 하면서 둘러보던 웨딩드레스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이 아름다움에 대한 매혹이 지루한 결혼 생활을 몇년 한끝에 겉으로 튀어나왔다. 아현동 거리를 무작정 걸으며 "직원구함"이라는 푯말이 붙은 샵에 무작정 쳐들어가 일자리를 얻었다. 직원 생활을 하며 웨딩드레스를 뜯어가며 패턴을 혼자서 익히고 미싱을 밟았다. 어찌어찌 작은 나만의 웨딩샵을 운영하며 몇백벌의 웨딩드레스를 만들고 납품하는 생활을 한 6년 한끝에 까탈스럽고 말도안되게 피곤한 젊은 여자들 비위 맞추는 것이 싫어 때려치고 놀았다.
일본 화장품 "라멘테" 화장품에서의 잠깐 동안의 생활, 화장품 쇼핑몰 운영. 역시 여자들 비위 맞추고 거짓말 하는 것이 싫어 때려치고 또 놀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다. 매우 매우 재미있게 술마시며 놀고,,,,그림 그리는 생활을 또 거진 10년 했다. 골방같은 작업실에서 맨붕 상태로 그림을 그리다 답답해서 상업벽화 일을 한 5년 정도 했다.
처음에는 너무 재미있었다. 지방이며 서울 곳곳의 점포를 돌며 벽화 그리고 놀고 사람 만나는 생활이 재미있었다. 생각보다 돈도 잘 별렸다. 그러나 한 5년 정도 하고보니 뼛골이 쑤시고 병원 드나드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다른 직업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슬슬 들었다. 지금까지 거쳐온 직업을 보니 충동적인 매혹과 재미, 매이지 않는 생활이 기준이었다.
시나리오반을 등록한 것도 매이지 않는 자유직업이라는 점, 어쩌면 한탕 크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아주 아주 순진무구한 생각으로 저지르게 되었다. 물론 첫시간부터 심산샘은 이런 기대를 망치로 조각상을 때려부수는 장인처럼 철저히 깨부수는 작업을 하셨다. 송곳처럼 찌르는 내용과 해머같은 말투,,,흠,,,,때려칠까,,,근데 샘이 좀 깨고 호기심 땡긴다.,,,좀더 지켜보자,,,뭐,,,이쯤이야,,,,
나이 젊은 친구들과 영화판에 발을 걸치고 있는 친구들에게는 좀 창피하기도 하지만,,,틀에 갖힌 생각과 생활패턴에 익숙해지지 않은 나이 많은 내겐 마지막 경험이자 기회라는 생각에 5개월의 과정을 이어왔다.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한 수업, 배우며 아는만큼 글을 쓰는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다.
과연 수업을 진행해보니 만만치 않았다. 글을 쓴다는 것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과의 힘겨운 조율과정을 거쳐야한다는 점, 많은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힘들게 느껴졌다. 또한 결코 돈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감지되었다,,,,에공 고생만 바가지로 하겠구만,,,일단 그동안 벽화그리며 모아놓은 돈으로 산이나 좀 타고 다시 벽화나 슬슬 그리다 뭘해서든 돈을 벌자,,,,이 나이에 무슨 거창한 꿈이 있겠나,,,또 무슨 수가 생기겠지,,,(박◯분).
“뼛속까지 이과인 여자의 수업 참가기”
나는 뼈 속까지 이과다. 어릴 적부터 기기 분해하고 조립할 때 제일 집중 잘 했다. 인형 참 좋아했지만 인형의 집이 더 중요했다. 냄비 태워먹는 등 엄마가 싫어하는 짓이 재미있었다. 과학실에서 성냥 가지고 놀다가 천장까지 불길이 올라가는 걸 보고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가만히 앉아 있는 건 거의 증오하다시피 했다. 그림 그리기 완전 싫다. 아직도. 손 아프니까. 일기는 왜 쓰는 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독후감. 굳이 왜?
이런 나는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긴 글을 쓴 적이 없던 것 같다. 글씨로 A4 한 장 채운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과학, 수학에서는 조사만 한글로 쓰면 모든 논술이 가능했으니까. 이런 내가 시나리오 수업을 듣다니. 미친 짓이었다.
나는 예전부터 나를 남들에게 표현하는 걸 즐기고 있었다. 어른들이 싫어하는 짓을 할수록 내가 어떤 사람인지 다들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연극을 했다. 무대에 서서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정말 제대로 날 표현하는 일이다. 배우를 한다는 건 정말 즐겁고 신나고 나에게 놀라운 집중력이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 연극을 한지 4년 즈음, 다른 걸 하고 싶었다. 결국 배우도 작가, 연출이 허락한 틀 안에서 움직이니깐. 내가 글이란 걸 써 보고 싶었다.
역시나 힘들다. 어렵다. 수업을 들으면서 나 빼고 다들 정말 대단해 보였고 나는 역시나 글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이 수업이 정말 맘에 드는 건, 이런 나에게 (쓰레기 같은) 첫 장편 시나리오를 안겨줬다는 것!!! 엄청나다. 리뷰를 듣고 나선 다 던져버리고 싶었지만 멈추고 싶진 않다. 아직은 포기하고 싶진 않다. 좀 많이 써보고 즐기다가 이걸로 난 절대 먹고 살 수 없겠구나 생각이 들 때, 적어도 연극에 몸담은 만큼은 해보고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의 말솜씨, 깨알 같은 연기, 못된(하지만 계속 들어도 좋은) 말투 덕분에 수업이 즐겁다. 역시 뒷풀이는 더 짱짱하다. 어떨 땐 뒷풀이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ㅋㅋ) 심산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꼭 뵈어요. ^.^ 하, 다들 우리 모두 잘 해봅시다. ^.^ 게시판 폭파되는 게 아쉽네요…그리고 산행! 담엔 꼭 참여하겠습니다(◯솔).
“픽션이란 배워서 되는 거구나”
작가가 되고 싶어, 란 생각을 한 건 초딩 때부터였다. 사과랑 배랑 월드유니버스대회쯤 나가서 일등상 먹는 엔딩으로 농촌어린이글짓기 대회에서 연필깎이를 탔다. 중딩 때 돼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소설이랍시고 써서 여동생한테 보여줬다가 이게 뭐야, 재미없어~ 단칼에 빠꾸를 맞고 좌절한 다음부턴 문제집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학에 가선 술 먹고 세미나 하고 데모하러 다녔다. 덕분에 성적은 꽐라. 동아리 잡기장은 열심히 썼다. 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결국 다 떨어졌다. 그러다 고딩 선생이 됐다. 무지하게 재미있었다가 곧 재미가 없어졌다. 이후로 방황 혹은 방랑의 시작. 10년 동안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 작가가 되고 싶어, 란 생각을 재작년에 다시 했고, 올해 처음 글쓰기를 배웠다.
제일 큰 수확은 픽션이 '배워서 되는 거구나', 란 생각을 한 거다. 사실 안 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지금까지 어떻게 이걸 까맣게 몰랐을까 싶을 정도다. 그리고 '계속 고치면 만들어지는구나', 란 생각도. 문제는 시간. 취미들을 많이 줄여야겠다. 암튼 이 픽션을 써보고 싶은 순위가 1번 소설, 2번 영화 같은 소설, 3번 영화가 되었다. 단편영화를 말도 안 되게 마구잡이로 만들어 보고 싶다. 인물이 뭔 생각을 하는지 구구절절 설명하는 소설 말고 보일 듯 말 듯 다 보여주는 소설을 쓰고 싶다. 나중엔 문장이 아름다운, 무지하게 잔혹한 소설을 쓰고 싶고. 난 미문이 여전히 좋다. 정말 하고 싶은 걸 오랫동안 안 보고 멍청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이 맘을 강하고 빠르게 열어주신 심산 선생님께 큰 빚을 졌다.
선생님 말씀 중에서 '끝내지 못한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란 것이 젤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아무 것도 없다. 무엇을 만들어서 선생님께 숙제 검사를 맡는 것이 지금의 내 꿈이다. 재미있다는 얘기를 선생님께 들을 수 있다면 하늘을 붕붕 나는 듯한 기분이 들 거다. 그리고 그게 또 시작일 거다. 중딩 때였는데, 어쩐지 엄청 이해해 보고 싶어서 어려운 소설을 읽다가 제대로 다 못 읽고 수학점수가 엄청 떨어져 가지고 옮긴이가 쓴 독후감을 베껴쓰고 나서 그 담부턴 딴짓 안했던 게 나한텐 나름 아픈 기억인데, 이런 이상한 짓을 최대한 안 해보려고 한다. 이젠 국어공부만 엄청 열심히 할 거다. 몰라, 맘대로 살란다. 그냥 되는 대로 다 해 볼 생각이다. 언젠간 이어지겠지, 난 산만한 여섯 살이다(윤◯은).
“선생님의 육두문자 섞인 1인극 연기로 재탄생 되는 영화의 한 장면”
20대 초반 영화관에서 근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때 같이 일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영화관 직원이 되고 싶어 했는데, 나는 생뚱맞게도 재미있는 내 영화가 만들고 싶어졌다. 그 때부터 삽질의 연속이었다. 내년이면 반 일흔이 되는데 지금까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무언가를 하고는 있는데 그걸 취미처럼 하고 앉아 있는 내 자신이 한심했다. 스스로에게 무언가 강력한 자극이 필요했고, 절실해야겠다는 생각에 심산스쿨을 찾았다.
첫 수업. 분명 일반인의 두상 사이즈 그 이상 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임이 틀림없는 굵은 파마머리에 반바지와 슬리퍼 차림으로 수강생들 앞에 서신 선생님은 내가 제일 나이가 많으니까 앞으로 존댓말은 하지 않겠노라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여러분도 저처럼 잘 할 수 있습니다.” 가 아닌 작가나 감독이 되는 길은 너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졸라 힘들고 괴로우며 될 수 있는 확률도 희박하니까 그만 둘 수 있을 때 어서 그만두라는 잔인한 멘트를 심지어 웃는 얼굴로 이야기 하셨다. 뭔가 섬뜩한데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았다. 또 막상 하면 나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은근 기대도 됐다.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재미있었다. 근 삼십년이 넘도록 셀 수 없이 수많은 강의들을 들어 봤지만 선생님의 강의는 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재미있었다. 사실 선생님의 강의는 이전 선생님께서 쓰셨던 ‘한국형 시나리오쓰기’에 나오는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날에는 책에 실려 있는 토씨 하나, 예시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책에 있는 내용들을 그대로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적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는 분명 느낄 수 없는 선생님의 육두문자 섞인 1인극 연기로 재탄생 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책의 이론과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지를 보여주실 때 마다 와-!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으나 동네 노인정 같은데서 약장사들이 할아버지 할머니들 모아놓고 약을 팔 때, 노인 분들이 약장사가 파는 약이 그다지 효능이 없는 걸 알면서도 약장사가 하는 이야기에 홀딱 넘어가 어느 새 꿍쳐놨던 주머니 돈 쌈짓돈을 빼드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정작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이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쓰기만 하면 나도 금방 약을 팔 수 있을 거 같았는데 이상하게 쓰면 쓸수록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하지 말라는 짓은 꼭 다시 따라 하고,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하신 부분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영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전형적으로 공부 못하는 애들이 하는 짓을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었다.
가끔 시나리오 열심히 쓰고 있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으면 선생님께서는 네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비웃으시며 베껴 쓰기라도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베껴 쓰기 역시 그 중요성에 대해 선생님의 책에 이미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번 수업을 통한 선생님의 겁박과 정신봉의 위협이 아니었다면 아마 다음 생에서나 베껴 쓰기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싶다. 남이 만든 훌륭한 영화를 보며 시나리오로 써 내려가는 과정은 예상외로 힘들고 의외로 또 재미있었다. 당장 좋은 글을 써낼 수 없다면 이미 만들어져 있는 영화를 보고 따라 글로 바꾸어 가며 이 영화가 왜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지를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여전히 나에게 장편 시나리오를 쓰는 과정은 너무나 멀고도 험했다. 산악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 아니었는데 내 이야기는 점점 산 정상을 향하고 있었다.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부족했겠지만 다른 형, 누나, 친구, 동생들도 비슷한 고민과 문제들을 겪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럴 때 마다 선생님께서는 시장에 판매되는 시나리오를 완성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투여되는지를 누누이 강조하시면서 지금 너희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너무나 당연하고 만약 이 문제들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다면 절대 이 분야의 직업인이 될 수 없다고 말씀 하셨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내가 바라는 무언가를 이루어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물리적인 시간과 횟수들이 솔직히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여전히 장편 시나리오는 내게 어렵고 시간은 진짜 미친 듯이 잘도 간다. 분명한 건 예전에 해왔던 대로 하면 틀림없이 망한 다는 거? 내가 잘하려고 노력해도 망할 확률이 90% 이상일 것 이라는 정도 아닐까?
스무 번의 수업이 끝나고 지금을 돌이켜 봤을 때 초라한 나 자신을 전보다 훨씬 더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 수업을 수강한 가치가 나에게 충분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재미있는 이야기가 쓰고 싶고, 좋은 영화를 꼭 만들고 싶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선생님은 또 껄껄 웃으시면서 넌 아마 안 될 것 같다고 하실 거다. 흑.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부터는 정말 내가 해야 할 몫만 남은 것 같다(장◯희).
“용기를 주시는 뒤풀이에서의 좋은 말씀들”
“와하하하” 이 소리는 제가 심산스쿨을 다녔다고 하자 비웃는 영화과 동기들의 웃음소리입니다. “뭐 하러 돈 주고 그걸 들어! 그냥 쓰면 되지.” 쓰면 된다. 그걸 모르는 사람 있겠습니까? 쓸려고 하지만 못 쓰는 사람들이 태반이죠. 전 그 원인을 단순히 의지박약과 게으름 따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심산반에서 제공해줄 채찍과 데드라인만 있으면 될 거라 생각하고 등록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수강기간 내내 벌점 1위를 한 걸 보면 기대한 대로 된 것 같진 않습니다. 그
럼 무엇을 얻었나... 생각해 보면 나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시선을 얻은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내가 누구인지, 왜 쓰려하는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있는지, 가슴은 뛰는지 그래서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스스로를 보게 만드는 질문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은 쪼메 괴롭습니다.
전 다른 친구들 사이에서 영화와 시나리오를 이야기 할 때 말이 많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심산스쿨 안에서 저는 대부분의 시간을 벙어리로 보냈습니다. 모르는 게 많았습니다. 스스로가 많이 무식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선생님의 강의뿐만 아니라 함께 수업 듣는 수강생들의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어느 클래스든 간에 나를 성장시켜 줄 수 있는 건 역시 존경 할 수 있는 동료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노력에 감탄했고 그들의 시선과 깊이를 공유 할 수 있어 감사한 시간들이었습니다. 특히 조별 모임은 또 하나 수업 시간과 다름없었습니다. 저의 노력과 결과물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때의 화끈거림과 상대의 노력과 결과물에 감탄할 때의 자극은 잊지 않고 가져가려 합니다. 함께 한 상민형님, 창민형님, 준희형님, 승미누나 감사합니다.
또 중요한 것, 심산 선생님의 수업은 단연 최고입니다. 저에게 심산반 등록비는 절대 적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고민과 또 고민... 우짜지 우짜지, 그 돈으로 생활하면서 자기작업에 몰두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때 상암에서 우연히 심산반 수강생이었던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심산 반 어땠냐는 질문에 그 친구는 별 말없이 양손의 엄지를 치켜 올리고 가던 길을 갔습니다. 그날 바로 등록했습니다. 그리고 초반 한 달 가량은 후회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다 보아왔고, 들어왔던 내용들이였기 때문입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고 수업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는 발걸음엔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길을 걸으며 강의내용을 계속 복기 했습니다. 어느 샌가 빠져 들어있었고 힘을 얻고 있었던 것입니다. 명연기를 곁들은 수업과 아닌 듯 해도 용기를 주시는 뒤풀이에서의 좋은 말씀들은 수강료 그 이상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선생님께 더 많이 맞고 더 많은 욕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욕도 노력에 비례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더 많이 욕먹지 못해 아쉽습니다. 많은 후회를 안고 돌아가지만 그 만큼 좋은 기운도 얻어갑니다. 선생님, 언젠가 다시 뵙고 욕 실컷 듣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수강생 여러분 항상 건강하시고 다들 만씬을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수고(이◯수).
“스승의 날에서 개천절까지”
2014년 5월 15일. 스승의 날 심산반 첫 수업이 있었습니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첫 수업을 듣고, 아, 잘 찾아왔구나 생각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에너지 넘치는 심산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으면 저절로 흥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수업 중간마다 심산선생님이 직접 해 주시는 영화 재현이 너무 재밌었습니다.집에서 해당 영화를 직접 찾아보면, 수업시간에 들었던 것보다 훨씬 재미없을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영화 장면을 극적으로 잘 전달해 주신 것에 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사실 장편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수업에 참여했습니다. 한 달이 지나며, <시골의사>라는 제목을 정하고 인물을 설정하면서 나름 재밌게 시나리오를 개발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제 영화 속 인물들을 죽이고, 살리기를 반복하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고한 것을 100씬 80장의 시나리오로 적어 내려가는 것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순간적 아이디어로만 장편 시나리오가 완성될 수 없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20주차가 끝날쯤에야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비록 제대로 된 시나리오가 나오진 못했지만, 형, 누나들이 해주신 소중한 피드백과 선생님의 충고를 바탕으로 끝까지 개발하려고 합니다. 아마 지금 실력으로는 내세에나 완성될 수 있을 것 같지만 ㅎ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심산반 수업을 통해 시나리오를 잘 쓰는 스킬 같은 것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그 어떤 거장 감독이 가르쳐 준다고 해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상업 장편 시나리오를 대할 때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최고의 수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어떤 생각과 호흡으로 생활해야 하는지 아직 명확지는 않지만, 아주 조금은 그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제게 간절히 필요했던 부분이었습니다.
끝으로, 심산반 수업에서 얻은 소중한 다섯 가지를 공개합니다.
1. 베껴 쓰기
2. 만 씬 쓰기
3. 카드놀이
4. 알프레드 히치콕과 브라이언 드 팔마
5. 그리고 김현식
좋은 시나리오를 위해 이것만큼 정확한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2014년 10월 3일 개천절 새벽 5시. 20주의 수업이 모두 종강됐습니다. 심산 선생님과 노래방도 가고, 첫차 때까지 술도 마시며 마지막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무엇보다 막연했던 장편 시나리오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하겠습니다. 함께한 형, 누나들과 심산선생님 모두 감사합니다(양◯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