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로 살아있음이 모처럼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푸름을 벗어 던진 겨울 산을 오르며
계곡 습기를 머금은 갈참나무 잎들의 요란한 바스락거림은 오히려 음악처럼 상쾌했습니다
처음 마셔보는 뱅쑈와 곁들여 먹던 독일빵...
산 아래 복작거리는 세상도 잠시 발밑에 놓아 보고...
음유시인 레너드 코헨의 음악도 듣고...
수락산밑 에서
석경환 선생님과 천상병 시인의 시 이야기를 하다가 내용만 생각났던 시,
[편지] 를 올려봅니다.
편지
천상병
점심을 얻어 먹고 배부른 내가
배고팠던 나에게 편지를 쓴다.
옛날에도 더러 있었던 일,
그다지 섭섭하진 않겠지?
때론 호사로운 적도 없지 않았다.
그걸 잊지 말아 주기 바란다.
내일을 믿다가
이십년!
배부른 내가
그걸 잊을까 걱정이 되어서
나는
자네에게 편지를 쓴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