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본 : | 김성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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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 김성수 |
주연 : |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주지훈 정만식 김해곤 김원해 윤제문 |
별점 : | ★★★★ |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악에 계속 노출되는 사이,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핑계로 돈 되는 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
그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그 사이 태풍의 눈처럼 되어 버린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고,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이런 식의 비평적 접근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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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수라’ 헬조선의 지옥도
[뉴스타파] 2016년 9월 28일
최광희 영화평론가
나는 영화가 현실을 비추는 볼록 거울이라는 표현을 즐겨 쓴다. 순수하게 장르적인 재미와 흥행을 추구한다 할지라도, 영화가 예술 매체인 이상 창작자가 의식/무의식적으로 느끼는 당대의 현실적 공기가 그 안에 담길 수밖에 없다.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은 “모든 콘텐츠는 기본적으로 저널”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영화 역시 일면 저널리즘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당대 사회에 대한 논평적 성격을 갖는다는 얘기다.
이번 주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그런 점에서 지금의 한국사회를 제목 그대로 ‘아수라’로 규정하고 있다. 불교에서 자주 쓰이는 ‘아수라(阿修羅)’는 원래는 싸우기를 좋아하는 얼굴 셋, 팔이 여섯 개 달린 귀신을 의미한다. 탐욕과 이기심을 가진 이들이 끊임없이 싸우는 곳을 뜻하기도 한다. 과연, 이 영화 속의 인물들이 그렇다. 그러나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은 강력계 형사이며, 안남시(경기도 안산과 성남에서 따온 조어로 보인다)의 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뒤를 봐주는 비리 형사다. 개발 이권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악덕 시장 박성배는, 형사 한도경을 동원해 자신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찰 수사에 맞선다. 그리고 한도경은 법원에서 박 시장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게 뻔한 인물을 납치 살해하는 데까지 관여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형사가 달라붙고, 우발적으로 한도경은 다른 형사의 목숨을 빼앗고 만다. 동료 형사가 죽기 직전 한도경에게 하는 말은,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공권력에 대해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야, 너만 처먹냐? 나도 좀 먹자.”
한편, 박성배의 비리를 캐내려는 검사(곽도원)는 한도경이 그의 끄나풀이라는 것을 눈치 채고 한도경을 붙잡아 추궁한다. 검찰은 한도경이 동료 형사 살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라는 사실을 미끼로 박성배의 청부 살인을 입증할 스파이 임무를 강요한다. 이제부터 비리 시장 박성배, 비리 경찰 한도경, 끄나풀을 협박하지 않고선 증거를 확보할 수 없는 무능한 검찰 간의 삼각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다. 박성배를 배신할 수도, 검찰의 요구를 외면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인 한도경, 과연 그의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영화는 그 지점에 대한 의문을 품은 채 점입가경의 대립 구도로 점층한다.
영화 <아수라>에는, 류승완의 천만 영화 <베테랑>처럼 정의로운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는다(사실 정의로운 경찰과 재벌 3세의 대립이라는 단순하고도 비현실적인 구도로 관객들에게 대리만족의 오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나는 <베테랑>을 훌륭한 영화라고 보지 않는다). 단순한 선악의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영화 속 세상에는 각자의 이권과 이해득실에 따라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악의들의 충돌만이 있을 뿐이다. 정의와 불의의 대결이 아닌, 힘과 힘의 대결, 파렴치한 최악과 기회주의적 차악의 대결, 그것이 영화 <아수라>가 포착한 이 사회의 지옥도인 것이다. 사회 정의를 구현해야 할 공권력은, 더 힘센 권력에 무력하게 무릎을 꿇는다.
최근 한국영화가 보여주는 한국사회의 기득권과 공권력은 그렇게 부패와 기회주의로 얼룩져 있다. 우민호의 영화 <내부자들>이 정, 관, 언의 3각 기득권 카르텔을 역겨운 이중성으로 묘파했다면, 나홍진의 영화 <곡성>이 잇단 일가족 살해 사건을 그저 희한한 남 일처럼 여기던 파출소 경관(곽도원)이 ‘귀신들림’이 자기 딸의 문제가 되어서야 불신에 눈이 멀어 지옥과 악마를 창출해내듯, 영화 <아수라>도 현실 속 악마들의 한판 진흙탕 싸움을 펼쳐 놓는다. 이것은 한국사회에 대한 감독 김성수의 영화적 논평이지만, 그 논평은 꽤 큰 설득력을 갖는다. 시민을 물대포로 쏴 죽게 해놓고 시신을 압류하려는 패륜적 시도를 버젓이 벌이는 이곳, 영화 바깥의 대한민국 역시 여전히 아수라다.
'아수라' 감독과 제작자의 변…"기존 질서 깨고 싶었다"
김성수 감독·한재덕 대표 "관객들이 욕설…애초부터 감수한다는 생각"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김성수 감독이 끌고, 사나이 픽처스의 한재덕 대표가 미니까 더욱 세졌다. 영화 '아수라'를 빚어낸 두 사람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흔들리는 청춘을 그린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8)로 팬들에게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킨 인물. 재난영화 '감기'(2013)도 대표작이지만 그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액션이다.
한 대표는 '부당거래'(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2012), '베를린(2013)'의 프로듀서이자 '신세계(2013)'를 만든 제작자이다. 사나이 픽처스라는 영화사 이름에서 드러나듯 거친 상남자들의 영화를 만드는 게 한 대표의 장기다.
두 사람이 감독과 제작자로 만나 '지옥 끝까지 간' 영화를 탄생시켰다.
영화판에서 온몸으로 구르며 지금의 자리에 온 한 대표는 김 감독의 열성 팬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1961년생, 한 대표는 1970년생이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했지만, 시나리오만 봐도 불편함이 전해지는 '아수라'는 모두가 말리던 영화였다. 그래도 이 영화가 탄력을 받은 것은 캐스팅의 힘이 컸다. 두 사람의 인맥이 시너지를 낸 덕분이다. 김 감독의 페르소나인 정우성이 시나리오도 보기 전에 흔쾌히 합류했고, 한 대표와 호형호제하는 황정민이 출연을 확정지으면서 판이 커졌다. '또 검사역'에 부담은 느낀 곽도원이 막판까지 고사했지만 한 대표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리면서 모양새가 완전히 갖춰졌다.
그렇게 사나이들끼리 뭉친 영화 '아수라'는 개봉 첫날(29일) 47만6천여 명을 동원하며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다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했다. 개봉 이튿날 새벽까지 축하주를 마셨다는 두 사람을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서로 호칭을 "대표님", "감독님"이라고 깍듯이 부르는 데, 툭툭 던지는 농담의 수위가 두 사람의 관계를 말해줬다.
김 감독은 "한 대표는 제작자로서 뿐만아니라 창작자로서도 허심탄회하고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자 감독의 생각을 밀어주는 든든한 지원군"이라고 추켜세웠다. 한 대표는 "앞으로 김 감독과 5편의 영화를 더 찍겠다"고 공언했다.
다음은 김 감독,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 (한 대표) '태양은 없다', '무사'를 너무 좋아해서 감독님의 팬이었다. 그전부터 같이 작업을 하고 싶었다.
▲ (김 감독) 영화 '감기'를 할 때 한 대표가 찾아왔다. 그래서 우중충하고 비극적인 형사물을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2014년 봄부터 시나리오 초고를 써서 가져갔더니 한 대표가 '한번 해볼까?' 하더라. 당시에는 한 대표가 지금처럼 유명해질지 몰랐다. (하하)
-- 영화 개봉 첫날 성적은 좋은데, 관객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 (김 감독) 댓글을 읽었다. 관객들이 욕하고 있더라. '아수라'는 처음부터 비난과 질타를 감수할 용기를 발휘한 영화다. 시나리오를 썼을 때부터 좋아하는 사람 없었고, 하지 말라고 다들 말렸다.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두 가지였다. 왜 등장인물들이 모두 죽느냐, 그리고 관객들은 누구를 응원해야 하는가. '아수라'는 뻔한 장르영화이지만, 기존 질서나 가치를 전복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관객들이 더 불편해하고, 신경에 거슬리는 장면을 계속 추가했다. 액션, 사운드, 공간설계 역시 더 답답하게 하고 시야를 차단하고, 암울하게 했다. 그렇게 벼랑 끝까지 가야만 주인공 한도경(정우성)이 자신의 주인인 박성배(황정민)의 목덜미를 물지 않겠나 생각했다. 한 대표도 끝까지 밀어붙이자고 했다.
-- 악은 결국 폭력인가.
▲ (김 감독) 선도, 악도 실체가 있지는 않다. 악한 사회는 악한 사람이 사회를 지배하고 악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 사이에 긴밀한 악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모든 인물은 폭력적인 주종관계, 폭력을 주고받는 관계다. 그래서 폭력 묘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폭력의 세계에 물들어가는 인간들이 궤멸하는 이 영화다. 지금은 불편하지만, 나중에 기존 관행과 같은 액션 누아르를 보게 되면, 자연스럽게 '아수라'를 떠올릴 것으로 확신한다.
-- 배우들의 연기에 호평이 많다. 그러나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여서 식상하다는 평가도 있다.
▲ (김 감독) 곽도원의 경우 검사 역을 맡아야 한다고 내가 고집했다. 권력의 민낯이 벗겨졌을 때 그 찌질함을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다. 곽도원이 맡아야 그 역할이 완성된다고 생각했다.
-- 정우성의 욕설 연기가 어색하다는 반응도 있다.
▲ (한 대표) 그 얼굴에서 욕설이 나오니까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정우성을 처음 봤을 때 "정우성처럼 보이는 게 가장 큰 핸디캡인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너무 젠틀해서 그렇다. 그러나 정우성이 영화 마지막에 지옥으로 들어가는 한 남자의 표정을 보여줬는데, 정말 소름 끼칠 정도였다.
-- 영화 제목이 처음에는 왜 '반성'이었나.
▲ 이 영화에서 마지막에 반성하고 후회하는 인물은 한도경밖에 없다. 나머지 캐릭터들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한국의 권력자들처럼 부끄러움이 없고 수치스러움이 없는 인간들이다. 한국에서는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반성을 안 하지 않나? 그래서 반성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는 반어법으로 그렇게 제목을 붙였었다.
--영화 속에서 '작대기'로 나오는 김원해의 연기가 인상적이라는 평이 많다.
▲(김 감독) 황정민이 추천해줬다. 대학교(서울예대) 때 연기를 잘했던 형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만났는데, 캐릭터를 함께 분석하다 보니까 빠져들었다. '작대기'가 마약에 찌든 인물이라고 설명했더니, 촬영장에 머리를 자르고 나타났다.
▲(한 대표) 김원해는 배우들이 인정하는 배우였다.
--영화에 한 대표 아이디어가 곳곳에 반영됐다고 들었다.
▲(한 대표) 박성배(황정민) 수하로 들어간 문선모(주지훈)가 박성배에게 걸림돌이 되는 인물을 자동차로 치어 제거하는 장면이 있다. 원래는 한 번만 치는 장면이었는데, 내가 차를 전진, 후진을 반복하도록 했다. 자신을 꼬마로 여기는 형(정우성)에게 "봤지? 내가 한 거야"라고 뻐기는 순간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은 위약적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
--정우성이 맥주잔을 씹어먹는 설정도 한 대표 아이디어라고 들었다.
▲ (김 감독) 정우성은 촬영 당일날까지 그 장면이 '너무 과한 게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사장님이 하라고 하니까 했다(하하)
▲ (한 대표) 예전에 다가구 동네에 살았다. 그곳에서 술 먹은 아저씨들이 그렇게 싸우는 장면을 실제로 본 적이 있다. 영화 속에서 내가 한도경이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해봤다. 박성배와 검사한테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에서 자해함으로써 도발하려고 했다. 저는 잔인하다고 못 느꼈다.
--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이다. 지금 흥행 속도로는 가뿐히 넘을 것 같다.
▲ (김 감독)'아수라'가 손익분기점을 넘으면 한국영화에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장르영화지만, 기존과는 다른 영화를 관객들이 용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영화는 더 용감해져야 한다. 관객들은 재미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잠재의식 속에 새로운 것을 바라는 마음이 있다.
-- 한국영화의 흥행 요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한 대표) 배우들의 이색 조합이 중요한 것 같다. 조합이 신선하면 관객들이 관심을 두는 것 같다. 정우성과 황정민은 이번에 처음 함께 호흡을 맞췄다. 여타 다른 흥행하는 작품들을 봐도 이런 이색 조합들이 인지도를 높이는 것 같다. (김 감독을 바라보며) 감독과의 조합은 잘 모르겠다.
--차기 작품 구상은
▲ (김 감독) 2년 반 넘게 지옥에 빠져서 지금은 이 영화를 떠나보내는 단계다. '아수라'라는 용암에 빠져 다 녹아난 것 같다.
[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2016/09/30
김성수는 언터처블이다!
누구도 못 말린다...ㅎㅎㅎ
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6093008215780039&type=1&outlink=1
세로운 평론가를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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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과 함께할 때면 빛이 난다. ‘비트’(1997)와 ‘태양은 없다’(1998)에서 반짝이던 20대의 정우성이 19년이 지난 후 40대가 되었을 때, 이 세상은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영화는 지금 세상이 더 잔인한 지옥도가 되어 있음을 뼈아프게 보여준다.
이병헌 주연의 미스터리 액션 ‘런어웨이’(1995)로 데뷔하고 ‘비트’로 전성기를 맞이한 김성수 감독은 그간 팩션사극 ‘무사’(2001), 로맨틱코미디 ‘영어완전정복’(2003), 재난영화 ‘감기’(2013)로 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돌고 돌았다. 그리고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장기인 하드보일드 스릴러 액션영화 원점으로 돌아왔다. 자신이 직접 쓴 각본을 연출할 때 가장 빛이 나던 김성수 감독이 정우성과 함께 의기투합하여 만들어낸 스릴러 액션영화 ‘아수라’는 ‘비트’의 에너지를 기억하던 많은 영화팬들을 설레게 한다.
끝까지 밀고 가는 하드고어(hard gore) 액션이다. 그 지독한 장면과 결말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주류 영화에서 이렇게까지나 타협 없이 끔찍한 현실을 보여주는 전개에 환호할 것이다. 폭력 장면의 수위가 높다. 지난 몇 년간 정치, 검찰, 언론 등 권력층의 이너서클로 형성된 구조적 폭력을 다룬 영화들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자본주의의 대안으로 들고 온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다수를 옥죄며 더욱 비인간화되어가는 현실에서, 우리가 알 리 없는 권력층의 추문들이 은밀하게 바깥으로 새어 나올 때, 영화는 상상력을 더해 현실을 날카롭게 직시한다.
‘아수라’는 ‘부당거래’, ‘베테랑’, ‘내부자들’처럼 권력층의 단단한 내부 연대로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적 폭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실체적 폭력이 드러나게 하기 위해 이전 영화들보다 잔인한 폭력 장면을 더 많이 배치한다. 영화에서 그리는 폭력은 빼어난 연출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학적으로 배치되기보다는 현실의 끔찍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삽입된 고통스러운 순간이다. 그리하여 더 현실감이 펄펄 살아 숨 쉰다.
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말기 암환자인 아내의 병원비 때문에 돈이면 뭐든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은 그를 협박하고 이용해 박성배의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양쪽 사이에서 벗어날 길을 찾지 못하던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낸다. 살아남기 위해 혈안이 된 나쁜 놈들 사이에서 서로 물지 않으면 물리는 지옥도가 펼쳐진다.
골목과 폐쇄 공간을 유려하게 따라가는 카메라 움직임, 빛과 어둠의 콘트라스트 효과를 강조하는 조명, 지옥도의 시각화로 설정된 변두리 재개발 도시의 오염된 경관, 적재적소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팝 음악 등이 영화 서사에 흠뻑 빠져들게 한다. 잔인한 가운데 가끔씩 유머가 터져 나오는 순간이 있으며, 멀티캐스팅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이 긴장감을 상승시킨다.
정치인의 따가리 노릇이나 하는 경찰이 영화 서사를 이끄는 주인공이다. 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 회상 구조는 할리우드 고전 ‘선셋대로’(1950)가 사용한 획기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잘한 악을 저지르며 불행한 처지를 연명하는 경찰의 목숨 줄을 잡고 있는 두 악당, 정치인을 잡고 승승장구하려는 검찰과 무한대의 악성을 보여주는 정치인의 대결 및 정복은 낯설지가 않다. 정치인 주변을 둘러싸고 온갖 나쁜 짓을 대신해주는 조직폭력배와 소시민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각종 재난이 매년 발생하고도 안전에 무능한 국가 권력, 현대 민주국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온갖 기이한 권력형 비리, 돈에 미쳐 날뛰는 사람들. 사회 전체가 병리학적으로 피폐해져 가고 희망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헬조선을 반영하는 고통의 폭력 이미지이다. ‘이러다 다 죽는다’는 섬뜩한 경고가 예사롭지 않다. 이것은 ‘핏빛 미학’이 아니라 ‘핏빛 고통’이다. 단순 오락물로 영화를 소비할 수 없는 이유다.
정민아
아수라는 오히려 해외에서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네? 왜일까?
LA 지역 최대 언론인 ‘LA 타임즈’는 “영화 ‘아수라’는 미국 인기 범죄 느와르 ‘더 와이어(The Wire)’의 야망과 홍콩 액션 영화의 냉혹함 모두를 갖추고 있다”고 극찬하며 “특유의 강렬한 분위기와 맹렬한 속도로 진행되는 스토리 전개가 <아수라>에 숨을 불어 넣으며, 여타 범죄 영화와는 다른 차별성을 갖게 했다”고 평했다.
이어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현실보다는 고담시에 가까운 가상 도시에서의 올가미 같은 정치 비리의 세계를 파헤치고 있다”며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정의를 표현하기에 러닝 타임 2시간은 충분하지 않지만 영화는 사회가 방치되었을 때 어떻게 부패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美 영화 전문지 필름 저널도 ‘아수라’의 카 체이스 신과 주연 배우 정우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필름 저널은 리뷰 기사를 통해 “영화 속 한 장면인 미친듯한 빗길 고속도로 자동차 추격 신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치켜세우며 “이 장면에서 정우성은 단연 돋보이며, 무엇보다 그의 강렬한 연기 때문에 ‘아수라’는 평범하지 않은 스릴러 무비로 탄생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아수라’는 해외 현지 시각으로 13일 호주와 뉴질랜드서 일제히 개봉한 데 이어 14일엔 뉴욕, 시카고, 워싱턴 DC, 토론토 등 북미 지역 30여 개 도시를 연이어 찾아간다. 이어서 대만, 태국, 필리핀, 터키 등 아시아와 유럽까지 ‘아수라’ 상영을 앞두고 있다. ‘아수라’가 글로벌 영화 팬들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편 ‘아수라’의 토론토 국제영화제 공식 상영 이후 해외유수의 언론들은 “정우성은 ‘한도경’이라는 캐릭터의 파괴된 영혼을 공허한 눈과 세상의 피로에 일그러진 얼굴로 표현했고, 그의 연기는 거대한 존재감을보여준다" (Variety), “황정민의 연기는 로버 트 드니로를 연상시키고, 곽도원이 극 후반부에 펼친 연기는 무척 인상 깊다. ‘아수라’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범죄스릴러장르의 수작이다” (asianmoviepulse) 등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호평은 물론, 뛰어난 작품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갖춘점에 대해 탄성을 자아낸 바 있다.
결국 아수라는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IP TV와 DVD도 남아있고 무엇보다도 해외시장이 지금부터 펼쳐지니까
그리 큰 손해는 보지 않게 되기를 기원한다
이제 조만간 극장 스크린을 통해서 아수라를 볼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몹시도 서운해서
어제 마지막 회를 나 혼자 또(!) 보러갔다
또 다시 보고 난 이후의 생각도 여전히 같다
아수라는 무자비한 범죄 스릴러의 걸작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엔딩과 동시에 들려오는 오래된 트러디셔널 가스펠이 묘한 울림을 준다
Satan, Your Kingdom Must Come Down...
악마여, 너의 왕국은 무너져야만 한다...
아수라 관람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 계속 생각나고 또 보고 싶은 영화입니다.
정우성의 새로운 눈빛도.
강렬한 장례식장 씬도.
제가 좋아아는 빗길 추격씬도.
무엇보다 극중 한도경의 감정들을 다시 따라가고
싶어 재관람 할 예정입니다.
아수라를 지나치게 잔인하고 폭력적이다 평하는데
오히려 SNS시대에 관객들의 무자비한 평으로
아수라란 영화가 매도당한 느낌이라 너무 아쉽게 되버렸습니다.
정우성의 욕하는 연기가 어설프다고?
전 의도된 연기인 줄 알았어요.
극중 한도경으로 보면 어설픈 욕이 더 잘어울리는 거 아닌가요?
심산쌤 말씀처럼 요즘 관객들이 기획영화에 너무 길들여져 있다고 봐요.
예전 한국영화가 더 좋았던 이유는 감독만의 스타일과 이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평론가들도 지나치게 남혐이니 여혐이니 신조어 써대며
논란만 일으키려는 듯이 보여 안타깝네요.
이 영화를 비난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권리가 있다
다만 나는 그들과 생각이 다르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는 몇 가지 뚜렷한 관습들이 있다
-선악의 구분이 뚜렷해야 한다
-주인공이 멋져야 하고 능동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
-관객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강약 조절을 해줘야 한다
-웃기는 코믹코드, 울리는 신파코드를 적절히 섞어주어야 한다 등등
[아수라]는 이 모든 관습들을 단호하게 거부하거나 철저하게 무시하면서 그냥 제 갈 길을 간다. 선악의 구분 따위는 아예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고, 주인공(한도경)은 모든 다른 등장인물들 중에서 가장 약하고 이중적인 존재이며, 리듬과 템포의 강약 조절 없이 그냥 끝까지 밀어붙이고(마치 [폭주기관차]처럼), 억지로 웃기지도 않고 눈물 쥐어짜기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불편하게, 혹은 불쾌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아수라]의 제작자와 감독 그리고 배우들은 과연 이런 ‘빤한 상식들’을 몰랐을까?
만약 알면서도 이런 플롯과 이런 캐릭터와 이런 스타일을 그렇게 꿋꿋이 유지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글이 자꾸 길어지려고 한다. 줄여서 말하자. 이 영화는 새롭다. 그 새로움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동안 지겹게 보아왔던 한국영화의 기성화(ready-made)된 관습들, 어느 대기업 영화기획실에서 잔 머리를 잔뜩 굴려 얼기설기 직조해 놓은 이른바 ‘기획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른 컨텐츠와 스타일을 보여준다.
[아수라]는 근래의 한국영화들 중 보기 드물게 작가(영화감독 김성수)의 ‘질문’과 ‘스타일’이 강렬하게 살아남아 스크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귀한 영화다.
이 영화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물론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나는 [아수라]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를 바란다. 하지만 설사 넘기지 못하더라도, 이 영화의 감독과 제작자 등은,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들은 이를테면 ‘확신범’인 것이다.
[아수라]가 그 흥행 여부와는 상관없이 매우 길고 격렬한 논쟁을 몰고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