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반 39기(2017년 2월~7월) 수강후기 발췌록
"한 마디로 요약하면...스파르타!!!"
시나리오 작법 책을 5권 읽었을 것이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반복된 가르침에 고개를 끄덕일 순 있었다. 하지만 5권의 작법 책보다 심산 선생님에게 6개월 동안 들었던 현실언어로서의 가르침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옛말이 틀린 게 아니었던 것이다.
산 선생님의 가르침은 우리나라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거칠고 독한 작가의 세계를 학생들에게 몸소 실천하며 전수해 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친 것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수업에 집중할수록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진다. 그러다 결국에는 그 거침을 즐기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과 마주할 수 있었다.
내가 배운 것은 시나리오의 테크닉뿐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선생님의 가르침 방식은 한국영화 시나리오 업계에서 앞으로 살아나갈 수 있도록 스파르타 훈련을 겸한 메타포가 아니었을까? 난 수업이 시작됨과 동시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었다. 아마 나의 선택이 틀린 것은 아니었으리라.
심산반 과정은 모두 끝이 났다. 그리고 난 선생님의 교재인 ‘시나리오 가이드’를 다시 읽고 있다. 수업 때 들었던 강의를 다시 복기하기 위함이다. 시나리오 쓰기의 기본이 좀 더 명확해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책을 읽고 복기할 것이다. 이 방법이 틀리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첫 시나리오는 –5점을 받았지만 상급반에서의 수업을 통한 시나리오는 30점을 목표로 하겠다는 각오를 다져본다. 상급반에서 또 다시 스파르타!(김◯학)
"매주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들었던 수업"
대학 졸업 후 20대에 일을 하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담고 살아간다는 것은 괴롭지만 꿈을 꾸듯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꿈꾸던 삶을 살게 된 2017년 상반기는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생각하는 것을 글로 쓸 기회가 생겼고, 베껴쓰기를 통해 책상에 앉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울-부산 하루 10시간의 버스 안에서 여행의 즐거움과 글 쓰는 친구들 만난다는 기대감에 매 수업 들떴습니다.
심산반의 가장 좋은 점은 시나리오를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 나눌 친구들이 생겼단 것 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쓰는 글은 이면지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뭐든 계속 쓰라셨습니다. 10000씬을 쓰고나면 판단이 설 것이다는 말씀이 희망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처음 쓰고 잘썼냐 못썼냐 재능이 있냐 없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10000씬을 쓰고 판단이 나는 것이라면 꾸준히만 해나가면 승부볼 가능성도 생기겠다는 희망이 듭니다. 부여받은 재능도 지금껏 공부해본 적도 없지만 선생님의 가르침대로 꾸준히 한발씩 걸어나가겠다는 목표도 생깁니다.
이제 겨우 선생님께서 인도해주시는 작은 산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가이드 뒤에 바짝 붙어서 가라고 하는 이정표대로 걷는 것은 힘들지만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상급반에서는 조금 더 큰 산을 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단히 준비해서 8월에 만나요~ :)(황◯경)
“전쟁터에서 죽지 말고 살아남는 방법”
심산반 강의를 수식할만한 표현들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이고 인간다운, 그리고 정말 인간을 위한 (조금 그럴 듯하게 흔히 하는 말로) ‘휴머니즘’을 기본으로 두고 있는 강의가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혹자는 너무도 거창하고 허황된 가치를 거론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느낄 수도 있겠고, 가공되지 않은(!) 그 가르침의 현장에 있었거나 그 면모들을 귀동냥으로라도 들은 분들이시라면 실제 수업과는 전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혹은 일부러 반대로 말을 함으로써 교묘하게 비꼬고자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강의계획안 속의 ‘취미반이 아니라 취업준비반이다’라는 한 문장 속에 다 담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시나리오와 관련하여서 예술에 대한 이야기라면 어떤 사람이든 그럴 듯한 말 한마디 던질 수 있고, 추상적일수록 더 깊이는 있어 보이면서 쉬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그런 잡히지 않는 허상들을 정면돌파 하면서 정말 도움이 될 만한 수업을 하셨다고 생각을 합니다. 사고 파는 상품으로서의 시나리오를 말했고, 직업으로서의 시나리오 작가를 말했고, 노동으로서의 글쓰기를 말했습니다.
이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먹고, 입고, 자고, 싸고, 그리고 놀며 살아가야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돈이나 물질과 상관없이 고고하게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습니다. 누군가는 문학이나 예술 등을 현실과 묶으면 ‘속물적’이라고 여기며 그 중요성을 무시해버리곤 합니다만 선생님은 당당하게 먹고 사는 일과 생활, 그리고 (외면해버리는 게 편할지도 모르는) 현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계셔서 인상 깊었습니다.
그 결과는 바로 상업용 시나리오 집필과 관련된 체계적인 커리큘럼으로 이어졌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커리큘럼은 이론이 아닌 여러 레퍼런스로 이루어져 당장이라도 실전에 써먹을 만한 스킬을 높이는데 총 동원되었지요. 수업에서의 선생님은 복싱 교본을 보면서 그 동작의 역사와 원리에 대해서 책에 코 박고 설명해주는 강사가 아니라, 직접 샌드백을 때려보도록 하고, 코앞에다가 미트를 대주며, 링 위에서 스파링 상대를 자청하시어 실컷 두들겨 주시기도 하는 (저를 비롯하여 많은 동문 분들이 앞에서 그로기 될 때까지 맞으시기도 했지요..) 코치와 같다고 할까요?
전쟁터에 나가야 하는 군인에게 이 전쟁의 당위성과 국가에 대한 도리 등등을 거창하게 말해주는 사람보다, 당장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무기를 쓰는 법과 숨는 법, 혹은 정 안되면 (설령 누군가는 비겁하다 할지라도) 안전하게 투항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더욱 ‘인간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마지막 수업에서도 ‘자 꿈을 잃지 말고 정진하자!’라는 따듯한 말, 하지만 어찌 보면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말이 아니라 ‘이것이 너희 길이 아닐 수 있다, 그게 뭐? 다른 거 하면 되지’라는 말을 하신 게 더욱 본질적으로 수강생들을 위한 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그 덕에 많은 수강생들이 어떤 쪽으로든지 자기가 나아갈 길을 좀 더 명확하게 보게 되었으리라고 봅니다.
특히 어떤 노력이나 능력 없이는 어떤 직업이라도 되기 힘들다는 그 표현이 제 자신에 대해서 한번 더 채찍질을 하도록 하더군요. 그만큼 선생님은 꿈과 희망을 잔뜩 넣어두고 일단 나가보라며 냉혹한 전쟁터로 보내버리는 사람들보다도, ‘저긴 정말 엄청나게 무시무시하다. 죽을 수도 있다’ 라며 내가 아니겠다 싶으면 개죽음 당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거나, 그래도 전쟁터에 나가겠다면 죽지 않게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사람의 스타일이신거죠.
선생님의 수업과 가르침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먹고 사는 것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현실적 조건을 이미 충분히 갖추어서! 굳이 어떤 종류의 전쟁터에나 나갈 필요가 없는 분들도 있으실 테니까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전쟁터에 나가야만 하는 현실적이고 일반적인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그 전쟁터가 시나리오 작가의 세계라면 일단 심산 코치님한테 훈련을 받으며 연습해나가는 것이 필수라고 확신합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가르침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요.
하고자 하는 말은 사실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었는데, 또 쓸 데 없이 길어져버린 듯합니다. 시나리오 작가라면 이렇게 긴 글들을 한 칼 안에 담을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시나리오 쓸 때 잘하도록 하겠읍니다!!!) 이번 수업 동안 저를 비롯하여 우리 39기 분들 모두 수고 많이 하셨고, 어떤 전쟁터에서든지 죽지 않고 살아남을 군인들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심산 선생님께도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한 달 뒤에 뵙도록 하겠습니다(최◯영)!
“세상에 완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데미안이었던가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새는 온 힘을 다 쓴다고 하였던 것은. 나름 글쓰기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한 주 한 주 수업을 들어가며 느낀 것은 아, 나는 아직 알 속에 갇혀 껍데기에 실금 하나 못 만들고 있었을 뿐이구나! 하는 충격적인 반전이었습니다. 알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엄청난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껍데기를 깰 수 있는 방법과 노하우를 쉽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전수 받을 수 있는 명강의였습니다.
시나리오 작법의 기초부터 응용, 알려지지 않은 현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유용한 팁까지, 세상에 완벽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심산스쿨의 수업을 두고 한 말일 것입니다. 원푸드 다이어트는 몸을 상하게 하는 지름길. 기초영양군이 담뿍 담겨 있으면서도 몸만들기에 좋은 것들이 가득한 이 수업을 좀 더 일찍 들었다면 이미 필드인하여 좋은 스코어를 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을 정도입니다(구◯회).
“시나리오작가라는 직업과 그 세계”
새로운 길을 나선다는 부담감으로 심산스쿨에 입문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6개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했었고,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몰라 어쩔 줄 몰라 하던 저에게 심산스쿨은 좋은 이정표가 되어주었습니다.
시나리오작가라는 직업과 그 세계에 대해 때로는 비정할 정도로 저희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그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셨다면, 허황된 꿈이나 꾸며 살았겠지요. 지금은 이 치열한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어떤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심산스쿨을 다니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만남이었습니다.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을 가지고 살던 저에게 심산스쿨에서 만난 모든 분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큰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앞으로도 이 인연이 계속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10000씬을 목표로, 그보다 더 많은 씬을 쓰면서 살 수 있길 바라며 계속해서 정진하려합니다. 지금보다 더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상급반에서 뵙겠습니다(이◯주).
“100개씩 뜨는 밀린 카톡들”
글 쓰는 게 느리고 힘겨워 결국 장편 시나리오는 쓰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새로운 이야기를 쓰려 하지 말고 처음에 냈던 시놉시스를 되든 안되는 밀어 부쳤어야 했나 후회도 됐습니다. 상급반 수업 전까지 꾸준히 쓸 수 있는 아이템을 고심해서 상급반에서는 장편 시나리오를 완성하고 싶습니다. (상급반은 바로 가고 싶은데... 이번 한달 간 상황이 어떻게 변할 지 몰라 한 번 쉬고 내년에 수업 듣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수업을 들으면서 그동안 제가 써왔던 글의 문제점 깨닫고 단편 시나리오지만 참고해서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3년 동안 물먹었던 필름게이트에 우수작가로도 선정되고 이번 영진위 단편제작지원도 받게 됐습니다. 이 수업을 듣고 조금은 발전했나 봅니다. 항상 심산쌤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제대로 표현은 못했네요.
무엇보다도 같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수업 때 배웠던 걸 서로 상기 시키고, 같이 공부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났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소득입니다. 그동안 영화를 배우면서 외로운 시간들이 많았는데 100개 씩 뜬 밀린 카톡을 주욱 읽으며, 힘든 아르바이트 중에도 킥킥 웃을 수 있는 일상의 즐거움을 주는 동료들을 만나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만나기도 하고 혹은 먼훗날 다시 볼 수 도 있겠지만 2017년 6개월의 시간동안 함께해서 좋았습니다(황◯영).
“대구에서 올라와 들은 수업의 결과”
늘 영화감독이라는 꿈을 꾸면서 극장을 쏘다니고 시나리오를 끄적여 보았지만 마음 한켠에 존재하는 불안감을 떨쳐내긴 힘들었습니다. 또한 대구에 살면서 영화에 대해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눌 상대조차 없었기 때문에 ‘나는 정말 감독이 될 수 있을까? 작가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수도 없이 고민을 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 심산스쿨을 마친 지금까지도 그 불안함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것은 뚜렷한 목표가 생겼다는 것이겠지요. 특히나 심산 선생님의 냉혹하면서도 열정적인 강의를 들으면서 앞으로 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며, 또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해서 확고한 방향을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건 심산스쿨을 다니기 전에 방황하던 것과는 다른 것이겠지요. 방향을 잡았으니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뚜렷한 목표와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해주신 심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 6개월은 제겐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상급반에서 뵙겠습니다^^(안◯수).
“직장에 다니기 싫어서 글을 쓴다”
돌아보면 막연하지만, 늘 영화를 하고싶다고 상상하고 그리며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유일하게 꿈꾸던 세계이기에 언젠가는 영화를 꼭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어떻게 시작을 해야할지 노력조차도 해본 적 없이 시간이 흘러갔던 것 같아요. 안정적인 회사생활을 하면서 여유가 생기자, 가슴 한켠에 있던 것을 꺼내어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 기회가 바로 심산스쿨이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너무 좋았습니다. 선생님의 영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고,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동기분들을 보며 동지애 같은것도 느꼈어요. 또한, 선생님의 현실적인 조언을 들으면서 또 동기분들이 시나리오 쓰는 것을 보면서 난 정말 어설픈 마음으로 뛰어들었구나.. 현실을 직시하며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수업을 마치며 마음이 좀 불편한 것은 마음껏 뛰어들지 못한 것과 제 시나리오를 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직장인이라는 기둥 뒤에 숨을 수 있었기에 합리화 하며 스스로 핑계를 대었지만, 사실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시간을 내어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을 테니까요. 하지 못하고 또 하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아직 상급반을 들을지 고민이 되기는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마지막 수업에 하신 말씀 중에 취직하기 싫어서 계속 글을 쓰셨다는 말이 너무 와 닿아요. 저도 그것이 가장 강한 동기거든요. 나름 직장생활을 편하고 안정적이게 하고 장점이 많은곳에 있어서 감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장점이 있다 하더라도 저는 정말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거든요. 이 마음을 놓지 않아야 제가 앞으로 나아 갈 수 있을 것 같아요(황◯라).
“내 인생에서 가장 뜻 깊은 반년”
늘 영화를 좋아하고 즐겨 보며 작가의 꿈을 꾸면서도 영화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았는데 심산 선생님을 뵙고 시나리오 작가라는 제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반년 동안 즐겁게 달려올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같이 수업을 들은 동기들의 작품들을 읽고 서로 리뷰해주는 시간도 정말 뜻 깊은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많이 참가하진 못했지만 수업 외에 스터디 시간에서 명작 영화들을 분석하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도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직접 시나리오 한 편을 쓰면서 지금 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알게 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동기들과 선생님의 리뷰를 들으며 제가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좋았습니다. 선생님께 배운 점 중에서도 제일 감명 깊었던 점은 만장을 채울 때까지 노력하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니까 좌절하지 않고 꿈을 이루는 그날까지 끝없이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리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심산반 39기는 제 인생에서 제일 뜻 깊은 반년이었다고 생각합니다(백◯환).
“홀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너무 외로워”
사실, 2016년도와 2017년도 초반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몸이 급격하게 나빠져서 매일 피던 담배와 매일 먹던 술을 끊고, 자존감의 급격한 상실로 하루하루가 내 의지대로 되는 날이 없었습니다. 2017년도에는 시나리오고 영화고 나발이고, 몸이나 나았으면 좋겠다 라는 게 목표였으니, 욕심 많은 제게 몸 상태는 정말 크게 다가왔었나 봅니다.
2월 초에는 집중력이 떨어져 심산 샘의 질 좋은 강의에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될 때가 부지기수였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어떡하나...라는 자괴감에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을 버틴 것 같습니다. 다행히(?) 5월 이후로 몸이 많이 좋아져서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고...쌤에게 리뷰는 받지 못했지만, 내 인생에서 도굴자 이후로 2번째 시나리오를 썼다는 것, 그리고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 이것 하나만으로도 저에겐 엄청난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심산스쿨에 들어가야겠다, 라고 생각한 결정적인 계기는 시나리오 리뷰에 있었습니다. 소속감 없이 홀로 외로이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너무나도 외로웠고.. 이야기가 산으로 갔을 때.. 내가 모르는 부분을 잡아주는 리뷰가 저에게는 몹시 필요 했었습니다...단지, 그 하나만이 내게 이득이 되겠다 싶어서 들어온 심산 스쿨은 제게 많이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첫째로는, 인연이었습니다. 저 같이 외로이 글을 써 나가는 39기 동기들을 보면서 힘을 얻게 되었고...둘째로는, 시나리오를 배운다는 게 말이 돼? 라고 항상 생각하던 제게.. 배움이라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구나. 라고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한없이 느껴졌던 수업이었고.. 그와 반대로..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자, 이제 몸도 나았고.. 배웠고.. 저의 시나리오 인생은 아마 굉장히 달콤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자아자 파이팅. 이제부터 다작 습작을 통해 질 좋은 시나리오를 들고 상급반에 가서 심산 샘을 놀래킬 준비를 할 차례 입니다!!(이◯우)
“심산스쿨에서의 몇 장면”
S#1. 스토리텔링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2016년 말
곧바로 내가 시작한 일은 로버트 맥기가 쓴 ‘story’라는 책을 읽는 것이었다. 주변에 뭐 좀 안다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추천 때문이었다. 시나리오 쓰기의 바이블이라는 그들의 추천이 ‘나만 당할 수 없지’ 일 거라곤 1%도 의심하지 않았다. ‘story’의 하드커버를 넘겼다. 하루, 이틀…그 책은 무척 두꺼웠고, 내용(문장)도 어려웠으며, 간간이 번역자의 영화적 소양이 의심 가는 대목들이 보이니, 독서의 효율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다. 뭐 좀 안다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지…뭣도 모르는 나를 위한 책은 아니었던 건가…읽으면 읽을수록 늪에 빠지고 있는 느낌, 당최 뭔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불에 탄 성냥개비를 들고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에 나체로 쓰러진 기분이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옛 동료가 카톡으로 말을 걸어왔다. “저 요새 심산반 다녀요~” 그녀의 문자엔 낙타를 타고 유유히 사막을 건너는 아라비아 상인들의 자신감과 확신이 배어있었다. 나는 지체 없이 책을 덮고 ‘심산스쿨’을 검색했고, 그렇게 ‘심산반’이라는 오아시스를 찾게 되었다.
S#2. 2017년 2월. 심산반 개강일. 오리엔테이션.
놀랬다.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심산 선생님의 언변과 포스에 놀랐고, 강의의 목표와 원칙, 각종 벌금과 과제물 등에 대해 빼곡히 양면 프린트된 강의 계획안에 놀랐다. 나는 앞으로 시놉시스를 쓰고 피칭을 해야 하고, 전공 영화 베껴 쓰기를 해야 하고, 동기들의 시나리오 리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제작자에게 팔 수 있는 상업용 장편 창작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 모든 과제들에는 시간적 원칙이 있고, 각각의 원칙을 지키지 못하면 퇴출. 벌금. 또는 죽음의 장기자랑이 기다린다. 정신이 버쩍 들었다. 수업 중 하품을 하거나, 핸드폰 벨이 울리면 선생님의 대나무 작대기가 춤을 출 것이다. 20명이 넘는 동기들의 이름을 재빨리 외우지 못한다면 더 큰일이었다. 선생님은 강의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오리엔테이션을 다 듣고 나서 48시간 이내에 수강 철회를 하고 수강료를 환불받으라 하셨다.
[시간 경과]
S#3. 2017년 7월 6일. 39기 심산반을 수료했다.
벌금 벌점 없이, 지각 결석 없이, 다행스럽게도 공포의 장기자랑 무대에 서지 않고 무사히. 선생님은 매 수업당 많게는 4~5편의 명작 영화들의 예를 들어가며 수업 진행을 하셨다. 대부분 개봉 10년이 넘은 고전들이었다. 나는 선생님께서 수업 중 언급하신다는 영화 126편의 목록이 적힌 문건을 입수해 대부분 사전 감상을 했기에 무리 없이 선생님의 ‘구연 영화’를 잘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제출한 창작 시나리오가 0점을 넘지 못하는 좌절도 있었지만, 나의 현재 수준을 냉정하게 파악하고 인정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은 겉보기에 과격하고 센 마초맨, 혹은 독재자 같았지만, 묘하게도 바로 그런 점이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를 극대화하고 있었고, 간간이 일부러 티 나게 던지시는 선생님의 학생 무시(?)의 발언들은 우리들의 사기를 꺾고 포기를 유발하기보다는 오히려 오기가 발동해 은근히 전의를 불태우게 하는 부작용(?)도 유발하고 있었다. 분명 선생님께서는 작용 반작용의 물리학 원리를 생활화하고 계시고, 모든 신약의 개발은 우연히 발생한 부작용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도 통달하고 계신듯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심산 선생님은 분명 배려심이 깊고, 훌륭하신 분이란 것이다. 확실하다. 선생님은 B형에 소띠 남자니까.
S#4. 2017년 7월 10일. 심산반 리뷰를 쓰고 있다.
심산스쿨 동문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다. 개봉하는 영화들의 슈팅고도 얻어보고 싶고, 선생님의 수업을 다시 듣는 그날, 반드시 5% 할인도 받아야 한다. 다른 39기 동기들도 다 가입할 테니 나도 가입하고 싶다. 내 인생의 소중한 인연이 된 그들과 뭔가 하나라도 공통점을 더 갖고 가고 싶으니까.
심산반이 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난 맛 집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통의 시나리오 맛 집. 손님들은 대문짝만 한 광고나, 비까번쩍한 간판을 보고 모여들지 않았다. 20년의 전통과 명성을 전해 전해 듣고 서울, 인천, 대전, 부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동기들이다. 심지어 또 다른 별 화성에서 온 성이도 있었으니, 미슐랭 가이드 별 3개는 충분하지 않은가. 내가 입수한 문건 내 126편 영화의 수업 중 언급률은 상당히 높았고, 그로 미루어 보면 선생님의 수업 방식은 모두 미리 정교하게 계산된 것으로 짐작된다. 즉흥적인 것처럼 보여도, 20년의 노하우가 축적된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비법. 즉 ‘시나리오 수업 레시피’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맛집의 주인장이신 심산 선생님은 전주 300집의 욕쟁이 할머니를 능가하는 정겨운(?) 입담을 갖고 계시지 않은가.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심산반을 맛 집으로 정의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맛’이다. 바로 ‘맛’ 이 있다는 것이다. 선생님의 수업이 학생들의 감각을 일깨워서 ‘맛’을 느끼게 하고 감탄을 자아내게 했으므로…‘맛’집인 것이다.
시나리오 쓰는 법을 다 배웠냐고?
또 누군가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다. 시나리오 쓰는 법은 10000씬을 쓰면서 스스로 터득할 것이다. 나는 심산반이라는 오아시스에 와서 목을 축였고 앞으로도 내 앞에 계속 펼쳐질 사막의 크기와 위험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뿐이다. 이제 심산반이라는 맛 집에서 일깨워진 감각으로 내 이야기의 ‘맛’을 찾아 다시 사막을 횡단해야 한다.
그럼 도대체 뭘 배웠니?
집요한 누군가가 또 내게 묻는다면, 생뚱맞지만 조금이나마 인생을 배웠다고 말하겠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살면 나의 인생은 재미있어질까. 내 인생의 주인공인 나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 목표는 무지무지 어려운 것일지라도 이룰 수는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루기 어렵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자. 어려울수록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자, 내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다면, 주변의 그 누구도 나를 돕거나 응원하지 않을 것이다. (감정 이입이 안되므로.) 훼방꾼,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에 짜증 내거나, 좌절하지 말자. 이들은 결국 내 인생을 더 흥미진진한 성공 스토리로 이끌어주는 고마운 조연일 테니까. 노력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하자. 그리고 되도록 목표는 이루도록 하자. 그것이 만족스러운 결말이고 해피엔딩이니까.
이것이 심산반에서 내가 배운 조금의 인생이다. 아, 또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 로버트 맥기는 뜨거운 라면 냄비를 적절하게 받칠 훌륭한 하드커버 책자를 전 세계에 히트 시켰다는 것.(김◯민)
“여러 모로 아찔했던 체험의 연속”
심산반의 수강신청서를 끄적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수강후기를 쓰고 있다니 놀랍고 한편으로는 아쉬움과 섭섭함이 밀려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말하라면 역시 여러모로 ‘아찔했다’란 감상입니다.
먼저 등록한 친구로부터 참 좋은 수업이고, 선생님도 유쾌하시며, 함께 하는 동기들도 열심히더라는 평을 듣고 즉시 수강신청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저는 개인적인 일들을 모두 정리한 후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지 딱 6개월이 된 시점으로, 계속해서 30씬을 넘지 못하는 뫼비우스 테크에 막 들어선 지지부진한 상태였기에, 심산반의 존재는 정말로 한줄기 빛처럼 느껴졌습니다. 당시 수강신청서를 쓰면서 제게는 딱 2가지의 단순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2편 이상 초고를 완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6개월의 결과를 냉정하고 솔직하게 내려보자면 딱 절반의 성취인 것 같습니다. 애석하게도 시나리오는 딱 한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평가는 대단히 냉혹한 것이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비판에 맷집이 어느 정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한두달간 그 여진이 지속되었던 것을 보니, 아직도 무른 나 자신을 자각하는 계기였습니다.
감사하게도 동료를 만들자는 목표에 대해서는 현재까지는 제법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부분인데, 잘 표현을 못해서 수강후기를 통해서나마 이 마음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저 역시 자극과 따뜻한 격려를 모두 줄 수 있는 성실한 동료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저에게 심산반은 취업준비반과 같았습니다. 이곳의 6개월을 통해서 제 글쓰기 능력이 월등하게 향상되지는 않았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현재 상태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알게 되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게다가 작가로서 필드인 하고자 하는 저에게 적절한 가이드와 전략, 더욱이 프로작가로서 반드시 갖춰야할 태도에 대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었던 최초의 시간이지 않았나 생각하며 이 부분에 대해 심산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지독한 성실함이란 기본기의 강조, 목숨처럼 지켜야하는 시간 약속의 중요성 그리고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상의 부대낌과 주변을 향한 미안함 속에서 스스로의 마음이 작아질 때, 글을 쓴다는 건 원래 ‘나쁜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거라고, 그러니 ‘나쁜 사람’이 되는걸 주저하지 말라는 사이다 같은 조언이 유독 제 마음에 남았습니다.
만약 영화를 통해 예술을 하고자 한다면 예술학교를 가거나 혼자만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은 것 같습니다. 영화를 취미로 즐기고자 한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과 동호회를 만드는 것이 수강료를 날리지 않는 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말로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로서의 목표를 세웠고, 이 길을 꽤나 진지하게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그 첫 발을 이곳 심산반에서 내딛는 것은 매우 현명한 시작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나 딱 그 한 발자국일 뿐, 이곳 역시 모든 해결책이 될수는 없습니다. 결국 다시 해결의 키는 오롯히 자기의 맨주먹에 쥐어지게 됩니다. 또 어쩌면 부푼 기대를 안고 온 몇몇은 ‘아, 이길은 정말 내 길이 아니구나’를 깨닫고 발길을 완전히 돌려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선생님은 이런 조언을 해주시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으시며 그것이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더 행복하는 사는 방법이라고 강한 확신을 가지고 말씀해주시기도 하니까요.
‘천재는 필요 없고 지독한 성실함만을 요구한다.’ 제가 아찔함을 저의 감상으로 언급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선생님의 이 조언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은 제게 희망보다는, 매일 매일의 해치워야할 엄청난 글쓰기의 작업량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하는 말이고, 다소 게으르게 살아온 저를 몹시도 분주하게 만드는 말이며, 당장 노트북 앞에 앉아서 한글자라도 쓰게 만드는 주문같은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렇게 생각합니다. 매일 매일 이 말에 서슴없이 동그라미를 칠 수 있다면, 머지않아 이룰 거라고(마◯은).
“밥값 하는 작가가 되기 위한 훈련”
헤드윅이 재개봉 했죠? 2002년도 중학교 시절 쌈짓돈을 모아 극장에 들락날락 거리면서, 언젠간 존 카메론 미쉘 저 냥반처럼 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야지 꿈꾸던 학생이었습니다. 부모로부터 일찍 떼어져 얹혀사는 처지에 애니고나 예고는 갈 여유가 없었고, 뺑뺑이로 들어 갈 고등학교 홈페이지에서 미리 동아리를 알아보고, 입학하자마자 영상제작반에 들어가야지 고대했지만, 제가 들어가던 해에 없어져 버렸습니다...꿩 대신 닭으로! 연출하겠다고 들어간 연극반에서 어쩌다 무대 맛에 들려 연기전공 한 사람입니다.
저는 30대 무명 배우입니다. 졸업하고 2년 정도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볼까 잠시 외도했던 시간 빼고는, 대략 10년간 “나는 배우다!” 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왔으니 본업으로 승부 봐야하지 않겠나 하는 알량한 자존심과 연기자로서 역량 키우고 밥값하기도 바쁜데, 시나리오? 뭔 딴 짓이냐 하면서- 글 쓰는 일은 저만치 멀리 미루어 두었던 일이었습니다.
2017년 1월. 너무 아파서 한 달 내내 나 혼자만의 방에 갇혀서 무력하게 누워있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던 어느 날 결심했습니다. 내일 죽어도 덜 후회해야겠으니 지금 해야만 한다. 지금이다! 당장 시나리오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원들을 샅샅이 털고, 지인들을 통한 뒷조사를 하여, 조금 더 수강료가 싼 모 교육원과 지인에게 추천받았던 심산스쿨을 두고 고민을 했었는데요. 고민 끝에 이곳, 심산스쿨에 등록하게 되었지요. 심산 선생님 관상이 좋으셔서, 그리고 더군다나 산과 와인을 좋아하신다니 덜 꼰대이겠다 싶어서요(죽비소리).
역시 제 직관이 맞았습니다.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 곁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기 마련이니까요. 이곳에서 저는 아버지 같고 때론 친구 같은 훌륭한 스승과 소중한 동료들을 선물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혼자서 싸워내야 할 몫이나, 굳이 학원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것은 함께 시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취향 맞는 동료를 찾는 것이 저의 1번 목표였기 때문입니다. 훌륭한 동료들을 찾았으니 저도 좋은 동료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만 남았을 뿐입니다.
먼저 수강했던 지인들로부터 선생님의 냉정하고 직설적인 화법에 상처받지 말라 당부 받았었기에 긴장하고 수업에 들어왔었습니다만, 스스로 냉정하고 솔직하다는 선생님의 표현들이 제게는 따뜻한 응원으로 와 닿았습니다(평가 받는 일에 단련이 되어있어서 일지도).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들은 불필요한 겉치레 없이, 진정으로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을 바탕으로 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일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은 취미반이 아니라 취업반이다!” 라는 선생님 말씀대로, 심산스쿨에서 배운 것은 밥값 하는 작가가 되기 위한 훈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죽비로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 멍청한 뇌에 각인은 되었으나, 앞으로 그것들을 실천하여 습관이 될 때까지, 영화인으로서 밥값 해내기는 본인의 몫이고 재량이겠지요. 선생님이 말씀하신 1만 씬 중에 300 씬 가량 써내었으니, 9700 씬 남았습니다. 아쉽습니다. 종강까지 최소 500 씬은 써내야지 했던 목표를 못 채웠으니까요. 상급반에서 부지런히 채워보겠습니다.
2002년 중딩에게 극장은 유일하게 도망갈 수 있는 탈출구였고, 연기를 하면서 좀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 중이고, 2017년 2월 심산스쿨에서 영화 만드는 설계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반드시 100년 뒤에 사람들도 즐겁고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지 구체적으로 꿈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내세에는?^^). 선생님. 감사합니다! 차가운 겨울을 녹이는 봄비가 내리던 날부터 뜨거운 여름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유◯현).
“여행도 좀 많이 해보고 이런 글 저런 글도 읽으면서”
지난 2월 제대로 글을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서 추천을 받아 신청해서 들어왔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났습니다. 그 당시 촬영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3주를 빠지고 부랴부랴 들어가서 가지고 있던 컨셉 가자마자 요상하게 피칭하고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끝나는 주에도 부랴부랴 정신없이 제대로 마무리도 못한 첫 장편 시나리오를 내고 자다가 이불킥을 아직도 차고 있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
생각해보면 2017년은 혼자 끙끙 앓고 힘든 일이 많은 날들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 일주일에 한번 심산스쿨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남은 4학년은 마무리도 해야했고 졸업프로젝트로 무언가를 또 해야했고...막상 졸업하고 진로에 대한 생각이 많았던 저에게 심산 선생님이 얘기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들과 생활, 그리고 글을 푸는데 있어서 들려주셨던 생동감있는...영화연기...를 보고 뭉쳐져 있던 고민들이 사라졌다기 보다는 좋아하는 영화를 많이 보기도 하고 글도 많이 읽으면서 후에 제 글 하나 제대로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들게 되었습니다.
'취업이 하기 싫으셔서 작가가 되었다'는 선생님의 얘기와는 다르게 영화대사들을 풀어놓으시면서 수업하시는 모습을 보면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알았다고나 할까요...어느 순간부터 무언가의 압박을 받으면서 쉬지 않고 어떤 무언가만을 하려고 움직이던 저에게 심산스쿨 수업은 제가 영화를 하고자 할 때 영화를 정말 많이 보고 글도 많이 읽고 사람들의 글도 보고 리뷰도 해보고 이야기도 하고 또 저만의 여행도 다녀봐야 한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선생님이 말하는 초등학생 수준의 스토리 테크닉을 넣어 어마어마하진 못해도 '재미는 있군'이라는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기에는 제가 아직도 많이 경험도 없고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선생님 말씀처럼 여행도 좀 많이 해보고 이런 글 저런 글도 읽으면서 여러 사람들도 만나보고 많이 성장해서 '재미는 있군' 말씀 한번 들을 수 있는 글 몇개 들고...! 상급반에 돌아오겠습니다. 호호호호호 정말 즐거운 반년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김◯진)
“수업을 듣다가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내고”
하고 있던 일에 도움이 될까, 시나리오를 보는 직업이니 나도 나중에는 작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그 생각으로 등록했던 심산스쿨이었습니다. 첫 수업 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심산스쿨은 취미반이 아니라 취업준비반이다! 잠시 생각했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하지만 이상하게 기대가 되고 설렜습니다. 왠지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시나리오를 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 이 분위기에 힘입어 나도 시나리오 한권을 쓸수 있지는 않을까?!
또 다른 이유는 심산 선생님입니다. 반말이 기분 나쁘지 않은 어른은 정말 오랜만이었습니다. 다시 고등학생이 된 기분이었죠. 저는 학교 다닐 때부터 심산 선생님 같은 선생님과 궁합이 (혼자) 잘 맞았거든요. 핫.ㅎㅎ 선생님이 이끌어 주신다면 나 같은 의지박약도 시나리오를 쓸 수 있지 않을까? 또다시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 힘으로 베껴쓰기까지 완성을 해냈습니다! 그리고 그 기분에 저는 다시 착각을 하게 됩니다. 퇴사를 하고 나면 내 시나리오를 낼수있겠지!
하..그러나 저는 결국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못했습니다. “수강하는 동안 시나리오 못써내면 평생 못 써내요”라고 했던 지인의 저주를 생각하면 저는 글을 평생 못 쓸 수도 있겠지만ㅎㅎ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을 하던 분들도 온전한 글을 써내는 걸 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힘도 얻었습니다. 비록 심산스쿨 수강기간 동안에는 시나리오를 제출하지 못했지만 두 달 안에 꼭 완성해보려 합니다. 다니는 동안 정말 즐거웠습니다. 다시 학교를 다니는 것 같았어요.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던 술자리가 너무나 오랜만이었습니다. 모두들 수고 많았습니다. 그리울 거에요(이◯선).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영화의 세계로”
성장하면서부터 저의 세계는 온통 만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아마 티비는 뉴스와 다큐 이외엔 안되지만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괜찮았던, 다소 특이한 가정환경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어릴 때의 저는 아무런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그대로 성장해서 관련 회사에 취업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영상 기획을 하고, 설정을 짜고 콘티를 그리는데 항상 듣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연씨 영화 안 봐요? 왜 안 봐요?”
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나는 애니메이션 하려는데 왜 자꾸 영화를 보라고 하지? 그렇게 28살까지 본 영화가 한 손에 들어갈 정도의 삶을 살다가 계속되는 권유 속에 어쩔 수 없이 보게 된 영화들이 저의 시야를 바꿔놓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샤이닝, 블레이드 러너, 아비정전, 일대종사 등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영화는 타인의 인생을 체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2시간짜리 방법이다 라는 직장 동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차무진 작가님과의 만남. 시야도, 시각도 전혀 다르지만 영상을 글로 쓰는 사람, 그리고 시나리오 작업과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어깨너머로 이것저것 배우게 되고, 이 작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라고 점차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6년 12월, 퇴사 직전 마지막 면담에서 회사 대표님에게 시나리오 공부를 계속하고 싶으면 심산 스쿨에 가봐라 라고 추천 받았습니다.
당시에 전 실사 영화의 세계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이 스쿨의 존재도 당연히 알지 못했습니다. 마침 쉬면서 배우고 싶은 것들이 있었고 시나리오도 그 중 하나였기에 심산 스쿨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모르고 하던 것들을 알고 할 수 있도록. 수업을 들으면서 느낀 점은, 내가 그 동안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면서 영상 기획과 콘티 작업을 해왔는가였습니다. 3장 구조나 대사 쓰는 법에 대해 모르면서 이야기를 짜고, 미장센이나 장면 전환을 생각하지 않고 콘티를 그렸습니다. 그마나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던 건 하도 많은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봐서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게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았던 점은 예전에 내 콘티를 감독과 이야기 하거나, 시나리오 회의에서 설득시킬 때 언제나 무언가 부족하다는 걸 느끼곤 했는데 심산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제 기초반을 반 년 들은 것뿐이니 제대로 습득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고 그런 개념과 이론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정도지만 무엇이 부족하고 모자른지 가늠하게 되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발전이고 도움이었습니다.
어떤 의미로는 회사에 다녔던 8년 보다 많이 배웠던 6개월이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준 귀중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못 가지만, 기회가 된다면 몇 년 후라도 상급반에 들어가 배워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내가 봤던 좋은 이야기들처럼, 나도 좋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1만씬, 1만 장, 1만 컷에 매진하겠습니다. 심산 선생님, 그리고 39기 동기분들 다들 건강하고 하는 일 잘되시길 바랍니다(김◯연)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
우선, 저는 심산스쿨을 다니면서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항상 좋은 친구로 지냈던 조은언니와 인연이 또 이렇게 닿아 같이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또 한 분의 스승님으로 심산쌤을 만나게 된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동기들과 친해지면서 오래오래 친한 동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믿기 힘드시겠지만) 아웃사이더 경향이 강하고, 낯가림도 심해서 왠만하면 사람들하고 잘 안어울리고, 주로 집에만 있고, 사람들도 잘 안만나고 하는 경향이 강한데 여기서 만난 좋은 동기들과 스승이신 심산쌤과는 매주 새로운 추억을 만들면서 이 소중한 인연들을 오래오래 잘 간직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처음에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어렵고, 제 시나리오의 퀄리티도 좋지는 않다는 것을 잘 알지만, 저는 이곳에서 시나리오를 쓰는것이 참 재미있는 일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건 아마 선생님의 생생한(연기가 곁들어진) 강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도 이것이 재미있는 일,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안했었는데, 이곳에서 시나리오를 쓴다는 것이 참 행복한 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써보려고 합니다(최◯빈).
“동기들의 순수한 열정과 희망에 대한 아찔함”
막연히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에 수강 신청을 하였는데 시나리오의 구조와 어떤 요소들이 배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개념을 잡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동기들이 쓴 시나리오을 보고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고민하고 상상하던 시간들이 주는 즐거움이 직장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저에게는 신선한 휴식이었습니다. 늘 일과 이익에 관련된 사람들과 치이고 살아가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 만난 동기들의 순수한 열정과 희망에 대한 아찔함이 새로운 나를 발견하게 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늘 내 자신을 브랜드화해서 먹고 사는 문제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곡도 해보고 웹툰도 몇 달 그려보다가 만난 시나리오가 향후 5년 이후에는 제 주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정◯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