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12-16 03: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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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 21명에 묻다 2007년 한국영화는…

저주받은 걸작엔 ‘오래된 정원’

궁극은 콘텐츠다. 한국영화 위기론의 해법은 결국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의 생산에 달려 있다는 판단이 지배적. 한국의 톱 시나리오 작가들은 2007년의 한국영화를 어떻게 판단했을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회장 심산) 소속의 작가 22명에게 물은 10개의 질문으로 올해의 한국 영화를 결산했다.

▲작품 부문

가장 흥미로웠던 결과는 올해 각종 영화제 시상식에서 거의 이름을 들을 수 없었던 임상수 감독의 ‘오래된 정원’이다. 수작이라고 생각하지만 처절하게 외면 받은 작품을 물은 ‘저주 받은 걸작’ 부문에서 ‘오래된 정원’은 작가들의 몰표(5표)를 받았다. 관객에 따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지진희·염정아 주연의 이 드라마는 80년대 운동권 이념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도 읽을 수 있는 영화. “비루한 역사 앞에 맹목적으로 분노하기보다는 꼿꼿하고 올곧게 사는 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발견’으로 뽑힌 공포영화 ‘기담’(형제감독 정범식, 정식)은 8월 개봉했으나, 흥행부진으로 막을 내렸던 영화. 그러나 “올해 충무로가 건진 단 한 편의 공포영화” “한국영화에서 본 적이 없는 새로운 미장센” 등의 평가가 이어졌다.

반면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은 빈약한 작품을 물은 ‘올해의 과대포장’에는 ‘디워’가 4표, ‘화려한 휴가’ ‘그 놈 목소리’가 각각 3표를 받았다. 심형래 감독의 ‘디 워’에 대해서는 “시나리오 작가의 입장에서는 재앙”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현상수배극’이라는 표현을 썼던 유괴 실화극 ‘그 놈 목소리’에 대해서는 “그렇게 직설적일 필요가 있나. 불쾌했다. 역겨울 정도로”라는 감정적 표현까지 있었다.

이미 각계의 인정을 받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은 시나리오 작가들에게도 ‘올해의 영화’였다. 과반수가 넘는 12명의 지지를 받았고, 시나리오 작가들의 입장에서 본 ‘올해의 시나리오’에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원신연 감독의 스릴러 ‘세븐데이즈’와 ‘밀양’이 공동 1위로 뽑혔다.

▲배우 부문

칸과 국내의 영화제들은 올해의 배우로 전도연을 선택했지만, 작가들이 뽑은 ‘올해의 배우’는 송강호였다. “그림자처럼 존재감이 없지만 전도연의 연기가 돋보일 수 있게 해 주는 결정적 역할”(밀양) “감히 말하건대 그가 없으면 한국 배우도 없다” 등의 격찬이 이어졌다.

2007년의 뉴스는 박희순(37)의 등장. 13년 전 장준환의 단편 ‘2001 이매진’(1994)으로 스크린에 데뷔했지만 거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던 그는, 신인으로서 관객을 놀라게 만든 배우를 물은 ‘올해의 발견’과 “아니,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를 물은 ‘올해의 재발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스릴러 ‘세븐 데이즈’에서 부패했지만 유능한 불량형사 역으로 대중적 인기를 모았고, 작가주의 영화 ‘나의 친구, 그의 아내’에서는 자기 자식을 죽인 친구를 대신해 감옥에 가는 터무니없는 캐릭터를 관객에게 설득시키는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줬다.

‘올해의 재발견’에서 또 ‘죽어도 해피엔딩’의 예지원(솔직히 말하자면, 올해는 전도연이 아니라 예지원의 해다), ‘M’ ‘행복’의 공효진(배우로서 스펙트럼이 세 뼘은 넓어졌다. 조연으로서 영화에 기능하는 법을 배웠다) 등이 추천됐다.

올해의 추락’에 관한 작가들의 답변은 신랄했다. 7명의 작가가 ‘언니가 간다’의 고소영에 대해 힐난을 쏟아냈다. “배우 맞는가?” “공주는 이제 그만” “매니저들이라도 영화를 잘 골라줬으면 한다”는 가혹한 한 줄 평가를 덧붙였다. 소수 의견으로는 ‘어깨 너머의 연인’의 이미연(그녀는 언제나 그대로다. 그게 추락이다), ‘그 놈 목소리’의 설경구(점점 매너리즘에 빠져간다) 등이 있었다.

설문 참여 시나리오 작가 (가나다순)

강수진: 조폭마누라 3(2006) 못 말리는 결혼(2007)
고윤희: 연애의 목적(2005) 어깨너머의 연인(2007)
김대우: 스캔들(2003) 음란서생(2006·각본·감독)
김민주: 튜브(2003) 애인(2005)
김지혜: 인디안썸머(2001) 안녕 UFO(2005)
김현정: 스캔들(2003) 황진이(2007)
김희재: 실미도(2003) 한반도(2006)
노진수: 해변으로 가다(2000)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5)
박성경: S다이어리(2004) 소년 천국에 가다(2005)
박수진: 양아치어조(2004) 뚝방전설(2006)
박연선: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연애시대(2006·SBS)
백승재: 공공의 적(2002) 이중간첩(2002)
변원미: 중독(2002) 열한 번째 엄마(2007)
손정우: 강적(2006) 연애(2005·조감독)
신정구: 작업의 정석(2005) 안녕 프란체스카(2005·MBC)
심산: 비트(1997) 태양은 없다(1999)
이영화: 키다리아저씨(2005)
이원재: 혈의누(2005) 짝패(2006)
이해영: 품행제로(2002) 천하장사 마돈나(2006 각본·연출)
최희대: 영어완전정복(2003) 중천(2006)
하수진: 키다리아저씨(2005)

[조선일보] 어수웅기자 2007년 12월 14일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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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12.16 14:10
나만 박희순이 맘에 들었던 게 아니었군...^^

강민정

2007.12.16 20:46
독기를 가득품고도 그렁그렁 타원형의 눈물을 눈매에 가득 담는 박배우의 눈을 보고 있으면 당신의 그 사슴보다도 깊은 눈매에 빠져들려면 "얼마면 되는데? 얼마면 되는 건데..."의 원빈의 심정이 내 심정이 되는 건지...

3장 구조, 3장 구조... 내면의 외면화, 내면의 외면화... 데이타의 압박... 알프레도 히치콕&마틴 스콜세지... 할 일은 태산이고 갈 길은 멀 건만 'Fou U'라는 단 한마디하면서 박배우에게 시나리오를 건내고픈, 내가 시나리오를 써야되는 단한가지 이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잊고 있다가 이렇게 불쑥 또 박배우의 이름이 나오면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그 이름 하나만으로 어째 집중이 안 되는 거냐구요??? ㅋㅋㅋ

박사현

2007.12.16 20:49
제발 결혼하지마라. 희순아~ ㅠ.ㅠ 해일이 결혼 한것 만으로도 슬프다.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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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12.17 16:26
근데 내가 궁금한 건...정말 고소영이 [언니가 간다]에서 그렇게 못했어?
올해의 발견과 올해의 과대포장에 [화려한 휴가]가 동시에 올랐다는 것도 흥미로운 현상...
[화려한 휴가]의 나현 작가가 최근 조합에 합류했는데 아주 멋진 남자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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