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슬기 시나리오픽션, [악마], 바이람북스, 2011년
안민정 시나리오픽션, [내가 죽였다], 바이람북스, 2011년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세상에 발표한다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일입니다. 그것이 영화로 만들어져서 개봉해야 비로소 발표가 되는 것이니까요. 그 과정이 너무도 험난해 상처도 많이 받고, 파김치가 될 정도로 지치고, 심지어 도용당하는 일도 생기고, 결코 동의하기 힘든 크레딧만을 얻고 물러서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신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보호하는 일 혹은 그 시나리오의 저작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온 세상에 확실히 선포하는 일, 그것이 바로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하여 출판하는 일입니다.
그렇게 출판한 소설이 많이 팔린다면? 좋은 평판을 얻는다면? 더 이상 좋은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소설 판매에 따른 인세 수익이 발생하게 되고, 영화계에서 손을 벌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될 경우 원작을 판매할 수도 있고, 내가 직접 각색하겠다 혹은 이 소설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판매하겠다고 역제안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렇게 출판한 소설이 판매와 평가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인다면? 그래도 역시 손해 볼 일은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그 스토리의 분명한 저작권자는 바로 나이니까요.
심산스쿨 출신의 감독과 작가가 자신들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각각 소설 형식의 단행본으로 출간하였습니다. 심산반 7.5기-심산상급반 1기 출신인 안슬기 감독의 [악마]와 심산반 13기 출신인 안민정 작가의 [내가 죽였다]입니다. 이 책들을 출간한 바이람북스(출판사)는 ‘시나리오픽션’이라는 장르명을 붙였더군요? 그냥 ‘장편소설’ 혹은 ‘장르문학’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만 ‘시나리오픽션’이라는 이름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자신의 시나리오를 소설로 각색하여 출판’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에 신간을 선보인 안감독과 안작가에게도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건네주십시오.
아래는 출판사측의 장르 및 작가와 작품소개입니다.
시나리오픽션, 시나리오를 소설화하다!
생생한 묘사와 거침없는 대사, 빠른 이야기 전개.
심산스쿨 출신 작가들이 내놓는 시나리오픽션.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뼈대를 이루는 시나리오에서 작가는 자신이 상상하는 이미지를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자본의 제약과 대중성과의 협의 등 영상화를 위한 작업을 해나가면서 시나리오의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할 때, 시나리오의 순수성은 때로는 방향을 잃고 만다. 따라서 시나리오 작가들이 생각하는 초기 시나리오에 깃든 이미지가 궁금해진다.
시나리오픽션은 작가의 시나리오를 집필 당시의 순수성에 기대어 작가의 의도가 명확한 세부묘사를 더하여 소설화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 시나리오 픽션은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에 숨을 불어넣기 위한 시작인 셈이다.
[악마]와 [내가 죽였다]에서 사용한 대사들과 묘사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을 준다. 일반 소설들이 절제된, 정제된 표현을 선호한다면, <악마>와 <내가 죽였다>는 다소 거칠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걸러지지 않은 대사는 등장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반영하고, 단문 위주의 묘사는 한 편의 영화의 장면이 지나가는 듯하다.
자! 이제 글을 통하여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img1]안슬기, [악마], 바이람북스, 2011년
작가소개 안슬기
인디영화 감독인 안슬기는 한겨레 영화제작학교와 심산스쿨 시나리오 워크숍을 수료했으며, [고지식한 자판기(1999)], [가장자리(2000)], [생활대백과사전 GD(2001)] 등과 같은 단편 영화를 제작했었다. 2002년 단편 영화 [사랑 아니다]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사랑 아니다]와 [Kiss me, please!(2003)]는 2003 트멍영화제 본선에 진출하였으며, [결혼이야기 Ω(2003)]는 제11회 소니코리아 사이버단편영화제 사전제작지원을 받기도 하였다.
첫 장편 연출작인 [다섯은 너무 많아(2005)]는 2005 부산국제영화제, 2005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가 된 후 국내외 호평을 받아, 2005 제1회 오사카 코리안엔터테인먼트영화제, 2006 스위스 프리부르 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또한 2005 CJ 아시아인디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인기상을 수상하였고, 서강 알바트로스 영화제에서는 그해 최고의 데뷔작으로 뽑히기도 하였으며, 2006년 12회 리용아시아영화제에서는 최우수관객상, 최우수기자상을 수상하였다. 두 번째 장편 [나의 노래는(2008)]과 세 번째 장편 [지구에서 사는 법(2009)]을 연출하여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영화제에 꾸준히 초청받은 그는 [아시아 영화 펀드]로부터 시나리오 개발비 지원을 받아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소개 [악마]
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의 반대편 가족을 그린 소설.
사회와 가족 속에서 악마가 되어가는 한 가장의 이야기 [악마].
인디영화감독 안슬기의 첫 책 [악마]는 가난하고 연약한 한 가장이 악마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안슬기 감독의 첫 장편영화 [다섯은 너무 많아]는 일반적인 사회와 가족의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대안 가정의 경쾌하고 밝은 모습을 그린 영화였다. 혈연관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며 한 가족을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세상의 따뜻함을 웅변하는 듯 했다.
그러나 소설 [악마]는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그의 첫 소설은 사회와 가족의 이데올로기 속에 갇힌 가정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족의 해체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현대 사회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가족을 위해 악마가 되어가고, 가족에 의해 악마가 되어버린 한 가장의 모습은 우리에게 가족과 가장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새로운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img2]안민정, [내가 죽였다], 바이람북스, 2011년
작가소개 안민정
시나리오작가 안민정은 1999년 제1회 사이버영화제 진행스텝을 맡으면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같은 해 서울예술원 영화홍보기획과정을 수료하였고, 2000년에 단편영화 [잠수]를 연출하였다. 이후 4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포함 여러 영화제 및 영화 홍보기획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2004년 심산스쿨 시나리오과정 13기를 수료하였다. 2006년 기획시나리오인 [전설의 고향] 시나리오를 완성하여 영화화에 착수, 2007년 5월에 박신혜, 재희가 주연을 한 동명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그 이후에 꾸준하게 시나리오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시나리오 [내가 죽였다]를 소설화하였다.
작품소개 [내가 죽였다]
나의 유죄를 입증해야 한다!?
아들을 위해 자신에 대한 살인죄를 입증해야 하는 형사이자 아버지의 이야기.
시나리오 작가 안민정 작가의 첫 책 [내가 죽였다]는 자신의 유죄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전직 형사의 이야기이다. ‘내가 만약 3개월 후에 죽는다면, 가장 나쁜 놈 한 놈만 죽이고 죽으면 어떨까?’ [내가 죽였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러한 발상해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스릴러적 요소 즉 미궁에 빠진 사건을 실낱같은 단서를 통해 해결해 나가는 재미 외에 [내가 죽였다]는 주인공의 심리와 동기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형사라는 직업 속에서 느끼는 나쁜 놈을 잡아도 잡아도 줄지 않는 현실과 자신을 기다리는 죽음 사이에서 갖는 형사 손기철의 갈등은 이내 자신을 살인자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완전범죄를 꿈꾸었지만, 엉뚱하게도 잊고 지내왔던 자신의 아들이 범인으로 잡혔다는 소식을 접한다. 죽인 건 내가 죽였는데, 왜 내 아들이 범인이라는 걸까? 자신의 아들이 용의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 살인자 손기철은 아버지 손기철이 되어 아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의 죄를 증명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내가 죽였다]는 가족의 의미를 잃고 지내온 한 형사가 자신이 빠진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가족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언제 와서 책을 놔두고 갔어?
슬기는 MT 가기로 했고...민정아, 너도 가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께!!!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