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좌를 오르는 동안 한명의 대원도 잃지 않으셨는데요 비결이 뭘까요?
- 겁이 많아서요. (일동 웃음) 진짜예요.
전 겁이 많아서 날씨 안좋아도 내려오고, 문제가 있겠다 싶음 바로 내려와요.
다음에 또가면 되는거죠 뭐.
산을 오를려고 무리를 하면 꼭 사고가 나요. 위험하고 문제가 있음
그냥 내려왔어요. 다음에 또가면 되니까. 그렇게 가다보니 14좌를 완등했더라구요.
앞으로 또 정상 도전하실 계획은 없으세요?
- 한번 했으면 됐지 그걸 뭐하러 또 해요.
한왕용씨는 히말라야의 14개 봉우리를 완등한 사람이다.
14개 봉우리의 정상을 모두 밟은 사람은 전세계에 딱 11명,
11번째로 오른 사람이 바로 한왕용씨다.
우리 나라 사람으로는 세번째 였다.
한왕용씨는 산악계의 "넘버 3"로 불린다.
처음 14좌 완등에 성공한 엄홍길씨
두번째 성공자 박영석씨는 너무도 유명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아직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엄홍길씨는 하나의 봉우리를 추가하며 15좌를 달성했고.
박영석씨는 남극점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나 한왕용씨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다.
히말라야 K2 청소등반.
하산시 주워왔으면 되었을 쓰레기를
왜 이제와 줍는다고 수선이냐 할지 모른다.
나 또한 그랬다.
8000m 고지를 오르는 일은 그야말로 사투.
고소증과 악천후를 이겨내야만 한다.
그중에서도 K2는 "하늘의 절대자"라고 불리우며
하산시 사망률이 에베레스트의 10배에 달한다.
8000m 고지를 정복한 산악인들은 하산시 무게를 줄이기 위해
종이 한장을 두고 버릴까 말까를 고민 한다고 한다.
한가지 예로 정상정복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들고간 카메라 마저도
필름만 빼고 버릴 정도라고 하니
체력이 바닥난 그들에게 무게라는 것의 압박이 어떠한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K2를 한왕용씨는 청소하기 위해 올랐다.
세계 산악계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목숨을 내놓고 정상 정복이라는 명분이나 명예도 없이
남이 살기 위해 버린 쓰레기를 주워오겠다"고 나섰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한왕용씨는 K2 청소등반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히말라야 보호운동에 대한 세간의 이목을 끌어냈다.
방송을 준비하며 한왕용씨를 만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너무 순수한 나머지 조금 바보스럽지 않나 했었다.
나의 오판이었다.
한왕용 대장에게선 정상을 정복한 자의 오만도
경험하지 못한 자에 대한 교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산이 좋아 산을 오르는 사람.
산을 오르며 한번도 정상을 정복하겠다는 도전 정신을 품지 않았던 사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 나는 산을 정복하겠다고 오른 적이 없어요.
그냥 좋아서 올라가다 보니까 14좌를 다 올랐더라구요.
앞으로도 뭐 도전해야 겠다 그런 생각도 없어요.
그냥 산이 좋아요. 그냥 좋으니까 또 가고 또 가고 그런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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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도 한왕용 대장을 만나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때 나눈 이야기들과
방송을 준비하면서 느낀 것들은 메모해 놓았드랬죠.
이것저것 뒤지다가... 오랜만에 읽게 되었습니다.
천식으로 산을 잘 타지 못하는 저로서는
백분지일도 공감하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분을 만났던 기억이 오래남았던만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곳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