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등산백과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의 배낭 꾸리기에서 해외 트레킹까지
등산교실
이용대 지음, 해냄출판사, 2006
심산(산악문학작가, 심산스쿨 대표)
[img1]스승의 역저에 대하여 사족을 덧붙이려니 혀가 굳는다. 이용대 선생을 처음 뵌 것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1994년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기껏해야 지리산 종주 정도가 산행의 전부였던 내게 코오롱등산학교의 다채로운 등반교육은 마치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듯한 하나의 충격이었다. 선생은 미욱한 늦깎이 학생이었던 내게 등산의 넓고 깊은 세계와 더불어 산악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말씀이 하나 있다. “공부를 해. 책을 읽어. 무턱대고 산에만 다닌다고 장땡이 아니야.”
그의 말씀을 모르쇠 하기 힘들었던 까닭은 그 자신이 자신의 주장을 몸소 실천해 보이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는 ‘공부하는 산악인’이었다. 일찍이 그가 국내의 각종 산악전문지들에 연재했던 [조난사고 사례연구], [장비로 보는 세계등반사], [알피니즘의 역사] 등은 ‘공부하는 산악인’ 혹은 ‘알파인 칼럼니스트’라는 이름으로 펼쳐 보일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그 숱한 연재물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것은 월간 <산>에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연재해온 [이용대의 Q&A 산행상담실]이었다.
불특정 다수의 독자들이 던져오는 질문은 언제나 예측불허이다. 개중에는 도대체 해발 몇 m가 넘어야 산으로 부를 수 있느냐는 황당하나 의표를 찌르는 질문에서부터, 빙벽등반 도중 값 비싼 아이스 스크류를 그냥 버려두지 않고 회수하는 방법은 없느냐는 지극히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질문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경험과 지식이 없이는 도저히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숱하게 쏟아져 나왔다. 이용대 선생이 그 모든 질문들에 대하여 ‘똑 부러지는’ 답안지를 제출하기 위하여 혼신의 노력을 쏟아 붓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그는 먼지투성이의 도서관을 뒤지고, 영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독일어 일본어로 쓰여진 참고문헌들을 헤치고, 때로는 해외의 전문가에게 장문의 편지를 써보내고 답장을 받는 지극정성을 다 한 끝에 ‘의문과 재론의 여지가 없는’ 정답들을 제출해왔다. 이 혼신의 노력들을 집대성한 것이 바로 [등산교실: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의 배낭 꾸리기에서 해외 트레킹까지](해냄출판사, 2006)이다.
스승이 10년 세월의 노력을 쏟아 부운 역저를 펼쳐드니 감개가 무량하다. 처음 이 책의 출간계획을 전해 들었을 때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은 “과연 어떻게 그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을 체계화 시키느냐”하는 문제였다. [등산교실]의 목차를 들여다보면 이 우매했던 기우가 말끔히 해결되었다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다. 저자와 편집자는 거의 잡학사전에 가까울 만큼 다양한 분야에 걸쳐 논의되었던 내용들을 크게 일곱 개의 범주로 체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본문의 적당한 갈피마다 삽입해 놓은 ‘용어로 보는 등산의 세계’나 ‘좀 더 알아볼까요’ 혹은 짤막한 분량의 각종 ‘팁(tip)'들은 자칫 단편적인 지식에 머물 우려가 있는 내용들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자리매김하는 보완적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등산교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미덕들 중의 하나는 그것이 ‘지금 이곳’에서 행해지고 있는 등산의 모든 것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적 사실만을 다룰 뿐 현재 진행형의 내용들을 제외시킨다면 그것은 ‘죽어있는 박물관’에 지나지 않는다. 이용대의 [등산교실]은 알피니즘의 뿌리와 역사에서부터 2006년 현재에 쓰이고 있는 장비와 기술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살아있는 교과서’라 할 만하다. 책 말미에 붙어있는 ‘찾아보기’ 기능을 이용하여 당면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등산백과’의 기능은 물론이거와, ‘등반윤리’와 ‘통사적 안목’까지 제공해줄 수 있는 균형 잡힌 역저이니, 등산의 세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독자 제현에게 거리낌 없이 추천할만한 책이다.
월간 [산] 2006년 10월호
배낭꾸리기부터 해외 트래킹까지라는 부제가 알프스 트래킹에 대한 로망을 갖고있는 주말여행족 맘에 쏙 들겠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