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을 깨고 달려나가자!
피터 예이츠 [브레이킹 어웨이](1979)
데이브(데니스 크리스토퍼)는 한심한 열아홉 청춘이다. 고등학교는 가까스로 졸업했지만 그 이후론 도무지 풀리는 일이 없다. 대학진학에는 실패했고 취직도 안되며 군대에 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인디애나주의 대학도시 블루밍턴에서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고문이다. 데이브에게 현실을 잊게 해주는 것은 엉뚱하게도 이탈리아다. 그는 이탈리아 자전거팀의 광팬으로서 그들처럼 되는 게 꿈이다. 그래서 그는 짝사랑하는 여대생에게 자신이 이탈리아 교환학생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온갖 해괴한 소스를 버무려 이탈리아 요리를 만들어 먹고, 멘델스존 교향곡 제4번 [이탈리아]의 4악장을 줄기차게 듣는다.
유고 출신의 시나리오작가 스티브 테시크는 청춘영화라는 낯익은 장르 속에 계급문제와 실업문제 그리고 자기정체성의 발견이라는 힘겨운 주제를 솜씨 좋게 담아내어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다. [브레이킹 어웨이]는 그 이외에도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음악상 등의 후보작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빼어난 작품성을 갖춘 영화다. 피터 예이츠의 섬세한 연출 못지 않게 인상적인 것은 패트릭 윌리엄스의 음악이다.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이나 비발디의 [사계]는 이 곡들이 애당초 자전거 경주장면을 위하여 작곡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감동적인 영상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브레이킹 어웨이]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 뛰쳐나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진다. 때마침 내일은 ‘전국적인 쓰레기 청소를 위해 국경일로 지정된 날’이다. 일찌감치 일어나 ‘쓰레기 청소’를 해치운 다음 한결 깨끗해진 내 나라 내 강산을 자전거로 마음껏 달린다면 날아갈 듯한 기분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브레이킹 어웨이’가 뜻하는 바 그대로 장벽을 깨부수고 달려나가자!
[한겨레] 2004년 4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