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다면 아무 것도 없다
존 리 핸콕 [루키](2002)
짐은 촉망받는 좌완투수였으나 십여년 전 심각한 어깨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나야 했던 불운한 사내였다. 외면상 그는 이제 안정된 직장과 가정을 가진 평범한 중년남자이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서는 여전히 접어두지 못한 ‘젊은 날의 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의 꿈이란 메이저리그의 선발투수가 되는 것이다. 짐의 꿈과 도전에 감명을 받은 마크가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자는 제안을 던질 즈음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메이저리그 트라이아웃(투수선발 테스트)이 짐을 부른 것이다.
짐이 마운드에 올라섰을 때 관중석을 메운 것은 냉소와 조롱 뿐이었다. 마흔이 다 되었고 어깨마저 부실한 늙다리 사내가 루키(신인투수)가 되어 보겠다고 하지만 짐이 혼신의 힘을 다 해 첫 번째 공을 던졌을 때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무려 시속 98마일(157Km)의 광속구를 뿌려대는 괴물투수로 돌변해 있었던 것이다. 짐 모리스는 최근 40년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최고령 신인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존 리 핸콕 감독의 [루키](2002)는 이 특별한 남자의 감동적인 실화를 스크린에 담은 정통 야구영화다.
이 영화는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다. 영화 속의 짐(데니스 퀘이드)이 최고령 루키로 마운드에 처음 오르는 감동적인 장면은 레인저스와 인디언스의 실제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막간에 전격 촬영되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야구장은 물론 박찬호 덕분에 우리에게도 친숙한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구장 알링턴 볼파크다. 짐은 자신의 인생을 증언한 영화 [루키]를 통하여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꿈이 없다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한겨레] 2004년 3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