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이전트는 한 선수를 죽이고 살린다. 스타를 만드는 것도 그들이고 천문학적 액수의 연봉을 따내는 것도 그들이다. 그들은 심지어 한 구단 전체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이윤의 극대화만이 이들이 신봉하는 유일한 가치다. 제대로 된 스포츠 에이전트라면 적어도 이렇게 말하지는 않는다. “돈을 위해서라면 거짓도 서슴치 않는 비즈니스 풍토에 신물이 나!”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인간관계야.”
카메론 크로우가 각본·감독·제작을 겸한 [제리 맥과이어](1996년)는 제 본분(!)을 잊은 돌연변이 스포츠 에이전트에 관한 영화다. 거대 스포츠 에이전시에서도 수석 에이전트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제리(톰 크루즈)가 갑작스럽게 해고통보를 받은 것은 그의 순진하기 짝이 없는 이상주의 때문이었다. 프로의 세계에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가 도대체 자본주의적 계약관계 안에서 인간미를 찾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제리는 그렇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당연히 해고당한다. 그의 아름다우나 어리석은 꿈에 기꺼이 동참을 선언하며 함께 사표를 던진 사람은 같은 직장의 여성동료 도로시(르네 젤위거)뿐이다.
[제리 맥과이어]는 프로스포츠계의 이면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이며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꿈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그것은 자본주의적 울타리 안에서는 폄하되고 조롱받는 사회주의적 이상에 대한 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순진한 믿음만을 찬양하진 않는다. 온갖 우여곡절 끝에 제리의 유일한 고객이 된 천방지축 미식축구선수 로드(쿠바 쿠딩 주니어)가 바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오직 ‘돈’ 뿐이었던 것이다. 로드가 노상 입에 달고 사는 “쇼우 미 더 머니!”는 이 영화가 남긴 가장 익살맞은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감독의 빼어난 균형감각이 제리의 아름다운 꿈 못지 않게 로드의 솔직한 욕망 역시 밉지 않게 느껴지도록 만든다.
[한겨레] 2004년 5월 5일자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누구나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오면 더더욱 강력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