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엔터테이너 명로진
2007년부터 심산스쿨에 출강 계획
“춤을 출 때면 제가 전생에 남미의 댄서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껴요.”
소문난 춤꾼인 탤런트 명로진씨(41)는 자신이 직접 가져온 살사 CD 음악을 음미하며 스텝을 밟았다. 처음 본 사람들 앞에서 파트너도 없는 단독 무대였지만 어색함이 전혀 없었다. 2000년 초 우연히 방송 취재차 살사바를 찾았다가 한눈에 반해버린 살사 댄스는 그에게 몸이 원하는 것을 알게 해 준 소중한 기회였다.
“제가 학창시절에 체육을 잘 못했습니다. 아니, 실은 몸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살사를 추면서 균형 잡히고 절제되고 가벼워지려는 몸의 욕구를 느꼈어요.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살사에 몇 년간 거의 미쳐 살았다. 춤의 기초를 어느 정도 배운 2001년 가을 ‘오마이라틴’이라는 살사 동호회를 만들어 시샵으로 활동하고 회원들을 직접 가르쳤다. 또한 국내 살사 축제인 ‘코리아살사콩그레스’를 2003년 처음 기획한 이가 바로 명로진씨였다. 당시 사재를 털어 ‘코리아살사닷컴’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같은 이름의 인터넷도메인도 등록했다.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해외를 비롯해 총 3,000여명의 관객이 모여들면서 축제는 성황이었다. 이 축제는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며 대표적인 살사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04년 겨울에는 살사의 본고장인 쿠바를 혼자 여행하며 춤과 음악의 열정을 직접 느꼈다. 이때의 경험을 살려 쓴 책이 ‘명로진의 댄스, 댄스, 댄스’다. 책 속에는 그의 춤 경력과 인생이 녹아들어가 있다.
“춤을 추면서 누구나 일생에 한번쯤은 춤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몸에 대한 스스로의 관심을 키울 수 있고 신체언어를 통한 타인과의 의사소통 등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요소가 참 많아요.”
하지만 ‘살사바에서 춤을 춘다’ 하면 마치 카바레에서 춤바람 났다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일부 시각이 그는 여전히 안타깝다. 그에 따르면 카바레든, 살사바든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춤을 마음껏 출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은 똑같다. 단지 주로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다를 뿐이다.
“해외에서 왈츠는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 추는 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왈츠가 처음 유럽에 도입된 18세기에도 남녀가 손을 잡고 추는 춤이라는 것에 사회적 거부감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해외에선 요즘 무도회장은 체육관과 비슷하게 인식될 정도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전혀 없어요. 국내 사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봅니다. 20~30대 젊은이들에게 춤을 춤다는 것은 수영이나 테니스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어요. 그 사람들은 춤에 대해 카바레식 사고를 하는 것에 절대 동의할 수 없는 것이죠.”
연기자인 그에게 춤은 연기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과거 여배우들과 연기할 때면 늘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생겼다. 파트너와 호흡을 맞추며 신체언어를 자연스레 익힌 덕이다. 요즘은 의식적으로 춤에만 빠져 지내지 않으려고 절제한다. 아들이 점점 커가는 것을 보며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 많이 갖기 위해서다.
“춤에만 매달리다 보니 친구 관계가 멀어지고 가정에도 덜 신경쓰게 됐어요. 연기자인 만큼 너무 하나에 몰입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두루 익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요즘은 춤 외에 클래식기타와 골프에 취미를 붙이고 있다. 기자 출신이라는 이력에서 드러나듯 글쓰기도 여전히 좋아한다. 현재까지 13권을 책을 냈고 올해 2권의 책을 더 낼 예정이다. 하나는 사랑에 관한 산문시이고 또 하나는 어른이 읽는 동화다. 하루 2~3시간씩 짬짬히 습작한 결과물이다. 연기자와 작가. 그에게는 둘 다 놓칠 수 없는 인생의 꿈이다. 올해 말 개봉되는 임상수 감독의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배우 지진희씨의 동생으로 출연하고 내년 1월부터는 시나리오 학교 심산스쿨에서 인디라이터 강좌를 할 계획이다.
욕심 많은 그였다. 연기를 계속하며 꼭 해보고 싶은 두 가지 일이 있다. 하나는 선량하면서도 바보같은 역할을 해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너무 악역만을 맡아왔다. 슬슬 이미지 변신을 꾀할 때란다. 두번째는 ‘댄싱히어로’와 같은 전문적인 춤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3년 전 영화 관계자들과 춤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작업한 적이 있었지만 작가가 영화 ‘실미도’에 스카우트되는 바람에 무산됐다. 그에게 춤과 영화의 만남은 포기할 수 없는 ‘사나이의 로망’이다.
글 문주영·사진 권호욱기자 mooni@kyunghyang.com
[경향신문] 2006년 11월 2일
흠, 정말 새로운 개념의 워크숍이 될듯!^^
여하튼 크리에이티브한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