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아! 웃어라! 노래하라!
안슬기 감독의 <나의 노래는>
지리멸렬한 현실을 지탱하는 나의 노래는 나의 힘.
성실한 안선생이 부르는, 발랄솔직담백깜찍한 영화연가
선생님이 돌아왔다. 교사발령 받은 이듬해부터 한겨레 영화제작학교에서 영화를 배운지 9년. 첫 장편 <다섯은 너무 많아>의 촬영과 편집을 겨울방학 동안 뚝딱 마친 공력에 놀란 것이 2년 전이었다. 그간 안슬기 감독은 <다섯은....>을 개봉시켰고, 서울산업정보학교로 일터를 옮겼다. 수학이 아닌, 영화제작 실습과 시나리오를 가르치게 된 것도 큰 변화다. 가출 소년과 조선족 처녀와 분식집 사장 등 너무 다른 이들의 대안가족형성기 <다섯은...>과 꿈도 미래도 없이 주변을 맴돌던 청춘의 소박한 성장기 <나의 노래는>. 안슬기 감독의 장편 영화 두 편 사이에도 2년을 훌쩍 뛰어넘는 차이들이 존재한다.
<다섯은...>은 쉽지 않은 플롯을 마감하느라 다소 뻑뻑했지만 <나의 노래는>은 다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할머니의 무심함 때문에 수능시험 날 늦잠을 자버린 무기력한 청춘 희철을 놓치지 않는 핸드헬드 카메라며, 래퍼를 꿈꾸는 희철의 일상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음악 등 자연스런 감정이입을 돕는 장치들이 곳곳에 있다. 흑백화면 역시 집중력을 높인다. 영화에서 희철의 엄마는 언급도 되지 않고 10대 시절 ‘사고’로 희철을 낳았고 기분 내킬 때마다 집에 들르는 아빠는 숫제 철없는 큰형 같다. 캐나다 이민을 앞둔 소꿉친구, 늘 희철을 이용하는 동네 형, 분식집 배달 중에 만났고 희철을 선뜻 자신의 실습작 주연으로 캐스팅한 영화학도 연주까지, 마음 둘 곳 없는 희철이 주변 인물과 맺는 관계는 공들여 묘사된다.
안슬기 감독에게 <나의 노래는>은 익숙한 스탭들과 결별하고 새로운 관계를 시도한 영화기도 하다. “(개런티를 지불할 수도 없는데) 미안한 걸 또다시 부탁하기도 힘들었고, 스스로도 풀을 넓혀보고 싶었다.” 지만 “스텝과의 의사소통과정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진 않는다.”는 걸 보면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단 얘기다. 그렇다고 <나의 노래는>이 안슬기 감독이 어설픔을 집어던지고 안정과 매너를 택한 결과물이라는 건 아니다. 잔잔한 드라마 사이로 코믹액션이나 호러시퀀스를 집어넣는 난데없음.
‘교사의 몸’으로 가출소년과 동거하는 청춘을 들먹거리는 능청스러움 등<다섯은...>을 흥미롭게 만든 안슬기 감독은 여전하다. 철없는 아버지는 끝까지 철이 없고, 마냥 헌신적이던 할머니는 “나 ‘짐’ 나간다”는 쪽지를 남기고 자신의 인생을 찾아 가출한다. 피로 맺어진 가족의 신화를 완벽하게 부정하는 속 시원한 불온함에 덧붙여진 것은, 창작의 윤리를 둘러싼 감독 자신의 딜레마. 연주는 희철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관객도 희철도 그것이 배우를 통제하려는 연출자의 과욕이었는지 한순간이나마 진심을 담았던 것인지 알 수 없다.
“캐릭터를 관찰하고 보여주는 영화가 있다면,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캐릭터를 이용하는 영화가 있다. 전자가 윤리적이지만, 내 영화는 후자에 가까웠다.” 안슬기 감독의 고민이 담겨있다. 선생님은 당분간 학교를 떠날 생각이 없다. 마지막 한발을 내딛지 못하는 아마추어의 소심함이든, 보장된 현재를 포기하지 못하는 생활인의 현실성이든 상관없다. ‘나의 노래는, 나의 꿈’이 라는 노래 가사를 연상케 하는 노골적인 제목을 끝내 바꾸지 못했다고 그는 말한다.
“꿈보다는 노래가 좋다. 꿈은 이상이지만, 노래는 현실에서도 부를 수 있으니까.” 당연히도, 그에게 영화는 꿈이 아닌 노래다. 영화의 마지막, 퀵서비스 일을 하던 희철이 카메라 가게에 진열된 캠코더에 눈길을 돌린다. 캠코더의 시선으로 보여지던 화면, 급하게 암전된다. 이후의 희절에 대한 질문에 그는 답한다. “그냥 계속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 나처럼.” 대가를 바라지 않고 즐길만한 뭔가를 가지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이 결말에는 별다른 욕망도 없이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그의 바람이 담겨있다. 천생 교사 기질을 버리지 못한 ‘꼰대’라고? 뒤늦게 만난 자신의 노래를 최선을 다해 부르는 자의 말을 오해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의 노래는 무엇입니까.
[씨네21] 2007년 10월 1일
[img2]이상은 이번주 [씨네21]의 부산영화제 관련기사들 중 한 토막입니다. <나의 노래는>을 만든 안슬기 감독은 심산스쿨의 자랑(!)이자 애물단지(?)입니다. 나 원 참...사재를 털어가며 자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니...ㅠㅠ...게다가 이 애물단지는 전염성(!)도 강해서 <나의 노래는>의 스탭들 중 몇 명은 심산스쿨동문회원들이기도 합니다. 이래 저래 <나의 노래는>은 심산스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영화인 셈이지요.
올해 부산영화제에 내려가시고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위에 올린 상영시간표를 잘 체크하셔서 <나의 노래는>을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아주, 매우, 대단히, 이스페셜리 중요한 일정 하나! 10월 6일(토) 밤 9시쯤 부산에서 [심산스쿨동문회 부산번개]가 있습니다! 이 날의 번개 술자리에서는 아무래도 안슬기 감독이 쏘겠지요? 그런데...쏠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심산스쿨 동문이며 부산이 고향인 김영희입니다. 김영희는 이번 부산 번개의 현지 코디네이터(!)입니다.
현지 코디네이터면 코디네이터지 왜 쏘냐구요? 뭐 그럴만한 일이 있습니다...ㅋㅋㅋ...어쨌든 이날 번개에서는 안슬기님과 김영희님이 거하게 쏠 겁니다! 부산에 머물면서도 이 번개에 참가하지 못하면 두고 두고 후회할 겁니다. 다들 잊지 마시고 번개 일정 체크하세요. 어디서 만나느냐? 당일날 약속시간 즈음에 심산스쿨동문회장 강상균 혹은 <나의 노래는>의 감독 안슬기 혹은 현지 코디네이터 김영희에게 전화하십시오! 핸펀번호는? [심산스쿨동문회] 안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어찌되었건 슬기, 축하해! 영희도 미리 축하해! 상균, 수고 많이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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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로 좀 갈켜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