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카펫 걷어 버린 '스토리의 힘'
‘앤젤리나 졸리도, 조지 클루니도 없었다.’
13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골든글로브상 기자회견의 분위기를 AP통신은 이같이 전했다. 스타들로 가득 차야 할 호텔엔 TV 카메라와 리포터들뿐이었고 북새통을 이뤄야 할 주변은 한산했다. 시상식이 취소되고 기자회견으로 바뀐 이유는 배우들이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미국작가조합(WGA)의 파업에 동참해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 아카데미 시상식 어떻게 되나
이제 관심은 다음 달 24일로 예정된 아카데미 시상식 개최 여부다. 미국 연예 전문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 따르면 시상식 개최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뉴욕의 매디슨 애버뉴(광고업의 중심지)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슈퍼볼’(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 챔피언 결정전) 다음으로 광고가 비싸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중계하는 ABC 방송은 지난해의 경우 시상식 중간에 나가는 30초짜리 광고 하나당 약 15억 원을 벌었다.
연예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골든글로브 시상식 취소로 로스앤젤레스 지역 경제가 약 8000만 달러(약 750억 원)의 손해를 봤으며 아카데미가 취소된다면 1억3000만 달러(약 1220억 원)의 손해를 더 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드 개니스 아카데미 회장은 “(시상식 준비는)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WGA는 이미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극본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라이어티는 “영화계 인사들이 아카데미는 (세계적인 지명도 등을 감안하면) 골든글로브처럼 되진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고 보도했다.
○ 1만500명 가입한 작가조합
골든글로브에 이어 아카데미까지 위협하는 WGA에는 시나리오 작가와 TV 드라마 작가, 방송 구성작가 등 모든 부문 작가 1만500명이 가입돼 있다. 이들이 파업하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마비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WGA는 지난해 11월 5일부터 영화방송제작사연합(AMPTP)에 대해 DVD와 온라인의 드라마 영화 판매 수입을 적절히 배분해 줄 것을 요구하며 파업하고 있다.
작가들은 TV 시리즈와 DVD에 대해 20년 전과 같이 수익의 2.5%(하한선)를 받고 있으며 인터넷 등 뉴미디어에 의한 수익에서는 지분이 없다. 올해 6월 30일까지 AMPTP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미국감독조합(DGA)과 영화배우조합(SAG)도 WGA의 편에 서 있다. 이 파업으로 로스앤젤레스 지역 경제는 약 4억5000만 달러(약 4220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 충무로와는 큰 차이
그렇다면 충무로는 어떨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의 대표 심산 씨는 “한국에서는 시나리오 원고료가 끝이며 모든 저작권 일체를 제작사에 넘긴다는 ‘말도 안 되는’ 계약서를 쓰는 것이 관례”라며 “미국 작가들은 ‘플러스알파’를 원하는 상태이지만 한국에는 WGA 같은 단체도 없으니 하늘과 땅 차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한국 영화의 판권이 해외에 팔릴 때도 시나리오 작가에게는 수입이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동아일보] 2008년 1월 16일
우리는 차근 차근 준비해나가고 있어...각오하고 기다려라, 충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