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도 클래식이 있다
조선희, [클래식 중독], 마음산책, 2009
-새것보다 짜릿한 한국 고전영화 이야기
엊그제 저의 딸이 제게 책을 한 권 내밀었습니다. 조선희의 [클래식 중독]이었는데, 책 앞에 저자의 싸인이 되어 있었지요. 저는 내심 “아니 이 녀석(제 딸)이 나한테 온 소포를 먼저 뜯어보았단 말이야?”하고 뜨악해했지만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주말에 이 책을 잃고 오늘 조선희 선배에게 문자를 보냈지요. “굿잡! 멋진 책이야!^^” 조선배가 제까닥 전화를 해왔습니다. “언제 받았어?”“토요일.”“아하, 은이가 제까닥 가져다줬구나!”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그 책은 소포로 보내온 것이 아니라 ‘심은택배’였습니다. 제 딸과 조선배의 딸이 같은 과외선생님(심산스쿨동문 조현옥) 아래서 공부를 하고 있었거든요(ㅋㅋ).
조선희 선배를 알게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었습니다. 그때는 저도 조선배도 소설을 쓰고 있었죠. 그래서 ‘초짜 소설가’로서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이후로는 서로 각자 다른 길을 걸었죠. 조선배는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씨네21]을 창간하고 5년간 편집장으로 근무한 다음, 과감하게 사표를 제출(!)하고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 동안 장편소설이며 에세이 등을 발표해오다가 노무현정권 말엽에 한국영상자료원장으로 취임했습니다. 오늘 통화에 따르면 바로 지난 주 목요일에 ‘임기를 채우고’ 물러났다는군요. 왜 굳이 ‘임기를 채우고’에 따옴표를 붙였냐 하면, 그게 아주 힘든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정권이 들어서면서 ‘전정권에서 임명한 사람들 쫓아내기’가 거의 광적인 수준(!)으로 자행되었거든요. 어찌되었건 이제 조선배도 다시 백수가 되었습니다. 오늘 통화의 끝에 서로 약속했습니다. “한달에 한번이라도 같이 산에 가자.”
조선희 선배의 [클래식 중독]은 역작(!)입니다. 결과적으로 읽자면 일종의 ‘한국영화감독열전’ 쯤 될듯한데, 결코 영화평론가 스타일(제가 경멸하는 스타일입니다)로 쓰여진 것이 아니고, 조선희만의 독자적인 스타일로 쓰여진 책입니다. 여기서 ‘조선희만의 스타일’이란 ‘저널리스트+한국영상자료원장’의 결합을 말합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감독들은 신상옥, 유현목, 이만희, 하길종, 임권택, 이장호, 장선우 등이며, 친일파 영화인들도 대거 등장하는데, 그들이 찍은 작품들이야말로 ‘한국영화의 클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시민케인]이니 [카사블랑카]니 하는 외국의 클래식에는 빠삭한데 한국의 클래식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이 책을 통해 한국영화의 클래식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건 어떨지요?
함께 산에 다니던 시절이....
어언 5년 쯤 전인가요?
언젠가 북한산 계곡에서
물놀이 하다 마주친 적도 있는데.
책으로 만나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