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재,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시공사, 2009
-인생을 보다 맛있게 요리하는 25가지 레시피 노하우
얼마 전에 받은 조선희 선배의 책 [클래식 중독]에 이어 또 다른 여성작가가 쓴 책 한 권이 심산스쿨로 배송되었습니다. 김희재 작가의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입니다. 받아들자마자 제가 툭 뱉은 말은 “희재, 정말 못 말려!”입니다. 제목이 정말 섹시하지요? 하지만 제목과 부제에서 연상되는 모든 예감은 틀렸습니다. 이 책은 미용(?)에 관한 책도 아니고 요리(?)에 대한 책도 아닙니다. 그저 멋지게 사는 이야기와 멋지게 늙어가는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김작가의 글솜씨야 뭐 만천하가 아는 사실이니 부연설명도 필요없을듯 합니다.
김희재 작가는 현재 한국영화시나리오작가조합의 대표입니다. 창립 당시 세 명이 공동대표로 일했었는데, 김대우 김희재 그리고 저였습니다. 2기로 들어와서는 제가 단독대표로 잠깐 일했지요. 그러다가 조합 내부의 문제로 ‘나쁜 남자의 전형’(!)인 김대우와 제가 손을 탁탁 털고 뒤로 물러났습니다. 아마도 김희재 작가가 나서지 않았다면 조합은 공중분해되었을 것입니다. 무척 힘든 결단이었을 텐데도 “형님, 제가 해볼게요.”(김작가는 저를 ‘형님’이라고 부릅니다)하고 덜컥 결단을 내려준 김작가에게 아주 많이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김작가는 정말 유니크한 여자 혹은 유니크한 사람입니다. 저는 여지껏 김희재 작가처럼 포커를 잘 치는 여자(!)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그녀는 보기 드문 비즈니스맨, 아니 비즈니스 우먼입니다. 현재 조합의 대표뿐만 아니라 추계예술대학의 교수이고 자신이 설립한 ‘올댓스토리’의 대표이사이며 그 바쁜 시간을 쪼개어 영화학과 박사과정도 밟고 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김작가에게 말했습니다. “난 자기가 좋아, 내가 절대로 좋아할 수 없는 세 가지 유형의 여자들을 한 몸에 구현하고 있는데도.” 김작가가 빙긋 웃으며 물었습니다. “어떤 여자들을 좋아할 수 없는데요?” 저는 물론 평소의 소신(!)을 밝혔지요. “담배 안 피우는 여자, 술 못 마시는 여자, 교회 다니는 여자.”
그렇습니다. 김희재 작가는 [실미도]나 [한반도] 혹은 [공공의 적2]의 관객들이 흔히 상상하듯 터프하고 과격한 여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너무 여성적이지요. 베스트 드레서로 꼽힐만큼 옷맵시도 좋고 몸매도 근사하며 깜짝 놀랄만큼 부드럽습니다. 게다가 교회 일은 또 얼마나 열심인지. 여하튼 제가 만나본 적이 없는 타입의 여자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그런 김희재 작가가 아주 섹시(!)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랬더니 아예 이번에 낸 책 제목도 그렇게 붙였군요. [죽을 때까지 섹시하기]! 저는 김희재 작가가 ‘죽을 때까지 섹시’할 거라고 믿습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어보시면 제 믿음에 공감하시게 될 겁니다. 책을 주루룩 훑어보고 제가 김작가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멋진 책이야! 자기 정말 섹시해...^^” 김작가가 즉각 답문자를 보내왔습니다. “ㅎㅎ 감솨함다 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