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어느 골목.
벌써 10년이 지난이야기다. 초짜 사진기자(의욕이 철철 넘치던) 시절 선배에게 기획 아이템을 냈다.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다루고 싶다." 그러자 선배는 단 한마디로 나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거리 말고 다른거나 열심히 해."
아마 선배의 쓸데없는 짓이라는것은 힘들고 어려운 취재일거라는 판단에서 해준 충고일것이다. 한참을 고민하고 난 선배의 충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은채 새벽에 후배를 데리고 무작정 동대문 시장으로 나갔다.
시장에 도착해서 이 사람 저사람 수소문을 하고 섭외를 하고 그렇게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했다.
기사가 나가고 반응은 "고생했네 그런데 2~3번 하면 지쳐서 나가떨어질거야"였다.
하지만 그 연재는 이후 1년 6개월 동안 계속 되었다.
어제 일을 마치고 새벽녁에 집에 들어갔다. 집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하는데 창문밖으로 큰소리가 들려온다.
"찹쌀떡~ 메밀묵~"
여자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다.
반가운 소리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을 취재 할 당시 저 소리를 듣고 무작정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자리에서 섭외를 하고 취재를 했던 기억이 생각난다.
취재할 당시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여자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