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 온 첫날, 제일 먼저 한 일은 TOTTENHAM COURT ROAD에 있는 DOMINION THEATER에 가은 것이었습니다. 왜냐고요? 이곳에서 바로 그 유명한 QUEEN의 록뮤지컬 [WE WILL ROCK YOU]를 공연하거든요...!^^ 대낮에 극장 직영의 BOX OFFICE를 찾아가 제일 좋은 자리로 두 좌석을 예약했습니다...흐흐흐, 그때의 뿌듯함이란...!!^^
점심은 근처의 인도식당에서 해결했습니다. 마살라 칠리 치킨과 인도산 맥주 한 병...그리고는 WEST BROMPTON에 있는 IBIS EARLS COURT HOTEL로 직행, 짐을 풀어놓고 다시 런던 중심가로...OXFORD CIRCUS에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습니다. 뭐 하릴없는 여행자들이 흔히 그러하듯 기웃기웃 구경이나 하면서, 거리의 연주자들을 만나면 아예 퍼질러 앉아 몇 곡씩 듣고, 주머니를 무겁게 하는 동전들(영국에는 웬 동전들이 그리도 많은지 원)을 음악값으로 던져주고...한손엔 TAKE OUT COFFEE, 다른 손엔 담배를 들고(영국 오니까 좋은 건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거에요)...대형서점에 들어가서는 역시 복도에 퍼질러 앉아 멋진 책들을 뒤적뒤적...결국 [CHRIS BONOINGTON/THE MOUNTAINEER], [BRIEF HISTORY OF BRITISH MOUNTAINEERING], [WORLD CLIMBING/IMAGES FROM THE EDGE]...이렇게 세 권을 샀습니다. 심은은 친구들에게 줄 생일선물과 카드를 사고요...저녁은 극장 근처의 그리스식당에서 케밥으로 해결!
공연장인 DOMINION THEATER...훌륭했습니다. 그다지 화려하진 않으나 아주 오래된, 손때 묻은 느낌이 나는 극장입니다. 좌석은...벌써 5년째 매진(!)이라지요? 극장 정문 위에는 멋진 황금빛 조각상이 강렬한 조명을 받으며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는데...바로 프레디 머큐리(!)입니다. 중딩 시절 저의 우상들 중의 하나였죠. 아아 저 친구, 죽은 줄 알았더니 저렇게 살아있구나...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7시 반이 되자...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는데, 그야말로 초장부터 기를 확(!) 죽입니다.
때는 2302년, 모든 음악들이 금지되고, 특히 ROCK은 최악의 금기들 중의 하나입니다. 세상은 GLOBALSOFT라는 사이버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지배하는 GAGA의 시대...그런데 시스템에 길들여지지 못하는 인간들 귀에는 그 옛날의 ROCK음악이 마치 전설처럼 들려오는데...여기서부터는 [MATRIX]의 플롯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솔직히 스토리는 별반 새로운 것이 없어요...그리고 음악은 몽땅 다 QUEEN의 오리지널들이니 다 아는 것들이고...그런데도 공연은 압도적이었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무대미술! 그야말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최첨단 멀티미디어 스크린을 완벽하게 구사하고...배우들의 가창력과 연기력도 탑클래스, 무대 옆에서 직접 라이브로 연주하는 록밴드의 연주솜씨도 흠 잡을 데가 없고...무려 3시간이나 지속되는 공연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으면 그 점잖다는 영국인들도 모두 일어나 춤을 추고 박수를 치며 거의 광란의 도가니(!)가 되어 갑니다. 록뮤지컬을 처음 본 제 딸도 거의 정신을 잃을만큼 열광하더군요...^^
극장을 나설 때 ORIGINAL LONDON CAST가 직접 무대에서 녹음한 CD를 한 장 사왔습니다. STAFF들의 면모를 자세히 살펴봤더니 역시 QUEEN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더군요. 제작과 기획이 브라이언 메이(!)입니다. 그런데...연주나 노래는 2006년 멤버들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뭐...아무려면 어떻습니까? 늦으막히 호텔로 돌아오면서 동네 수퍼에서 GUINESS를 몇 병 사가지고 왔습니다. 간단히 샤워를 마치고 호텔 침대에 누워 GUINESS를 홀짝거리면서 [WE WILL ROCK YOU]를 다시 듣고 있자니...나도 모르게 만세(!)소리가 나옵니다. 퀸 만세! 록 음악 만세! 프레디 머큐리 만세!^^
2006년 4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