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심산스쿨에 들려 우편함을 열어보니...대부분은 돈 내라(!)는 청구서들 뿐이지만...반가운 소식들도 몇몇 눈에 띄네요. 가장 반가왔던 것은 제가 영국에 있는 동안 전시회를 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던 [김경선 개인전 STREET](서울 인사갤러리, 2006.4.12-18)의 도록입니다. 도록을 펼쳐들자...눈에 익은,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은, 꿈결 같은 길이 시야를 사로잡습니다. 바로 '길-이 길을 가는 동안'이라는 제목을 가진 그림입니다.
수년 전에 인도 히말라야의 난다 데비로 트레킹을 떠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임현담님의 개인 홈페이지를 통하여 알게된 사람들끼리 떠난 산행이었지요. 아아 난다 데비라...저는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산입니다(제 책 [마운틴 오딧세이]의 제일 앞에 실린 글에 저간의 사정이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위의 작품은 그곳으로 가는 길을 그린 것입니다. 저 길을 걸으면서...마치 하얀 영원 속으로 소멸해 들어가는듯한 느낌을 받았었지요.
김경선님은 당시 정말 '초짜'였습니다. 히말라야 트레킹은 커녕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다니까요. 마흔을 넘긴 독신녀였는데 어찌나 소녀 같던지...우리는 모두 그녀를 '공주'라고 놀렸습니다. 하지만 여행은, 특히 산행은, 사람들을 아주 가깝게 만듭니다. 난다 데비 트레킹을 통하여 우리는 아주 좋은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녀가 그림을 그린다는 말을 얼핏 들었는데...도록을 받아보니, 와우, 엄청난 수상경력과 숱한 전시경력을 가진 대단한 화가네요! 이제 '공주'라는 별명은 철회합니다...저는 모든 종류의 예술가들에게 일종의 RESPECT를 갖고 있거든요...^^
김경선님, 전시회에 못 가서 죄송했어요. 도록으로라도 그림을 보니 참 좋네요...덕분에, 여행에서 돌아온지 겨우 이틀이 되는 오늘, 또 다시 어딘가로 나가고 싶어졌으니...이를 어쩐다? 도대체 어떻게 책임지실 생각이에요?^^ 저 길을 걸을 때 우리 참 행복했었어요, 그렇죠? 언제 다시 좋은 시절인연을 만나 저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걸어갈 수 있을지...그런 날을 기다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