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놀다
-걷기여행을 준비하며 읽어야 될 세 권의 책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걷기여행]
서명숙, 북하우스, 2008
이번에 제주 올레 순례를 떠나는 사람들의 필독서.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의 에세이. 한때 ‘글빨 끝내주는 정치부 여기자’로 손꼽혔던 서명숙의 책이니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은 사족일 터. 최근의 증보판에서는 올레길 가이드북이 책 속 부록의 형태로 들어있어서 아주 요긴합니다. 스페인 카미노 델 산티아고를 걷다가 문득 자신의 고향 제주에 이런 길을 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서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img2][길 위에서 놀다]
김화성, 동아일보사, 2009
김화성은 한때 저희 심산스쿨에서 [김원익신화반]을 운영했던 김원익 선생님의 친형입니다. 저도 술자리에서 몇 번 뵌 적이 있는데 아주 호탕한 분이지요. 제가 스스로를 ‘한량’이라고 소개했더니, 이 분은 자신을 ‘건달’이라고 하시더군요(헉!ㅋㅋㅋ). 축구 관련 베스트셀러를 여러 권 냈고, [책에 취해 놀다][전주에서 놀다] 등 ‘...놀다’ 시리즈를 계속 집필하고 계신데, 현재 [동아일보] 스포츠전문기자로 재직 중이십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걸어볼만한 길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는데 제주올레길은 제일 첫 번째로 나와 있습니다. 화성 형님 특유의 빠른 문체와 삼합을 닮은 걸쭉한 입담이 책읽기를 즐겁게 합니다.
[img3][꿈 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
신정일,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신정일은 향토사학자이자 산악인이자 걷기여행의 전도사입니다. 저는 신정일이 쓴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지요. 진정한 ‘작가’입니다. 당일치기 명상산행이나 강 따라 걷기 등으로 우리 국토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작가인데, 그가 꼽은 ‘꿈 속에서도 걷고 싶은 길’들이란 도대체 어떤 길들일까 궁금하지 않습니까?
[제주걷기여행]은 올레길에 갈 사람들이 당장 읽어야될 책입니다. 나머지 두 권은? 그야말로 ‘놀멍 쉬멍’ 읽어놓으세요. 왜냐고요? 그 길들을 모두 걸어가 봐야지요. 바다 건너 가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 타고 가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 버젓이 나있는 ‘걷기 좋은 길’들인데 죽기 전에 한번쯤은 다녀와야 되지 않겠습니까? 생각 같아서는 매달 이곳 저곳을 걸어다니는 여행을 기획(!)해서 심산스쿨 식구들이랑 함께 걷고 싶은데, 그게 생각처럼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여하튼 그럴 생각이 있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아래는 김화성 형님이 쓴 책의 서문에서 몇 줄 옮겨온 겁니다.
“마라톤 시대는 가고 이제 걷기 시대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일 때는 마라톤 인구가 급격히 늘었다가,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 가까워지면 주춤해진다고 합니다. 국내 마라톤 인구도 2000년 전후로 급격히 늘었다가 요즘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대신 걷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걷기 천국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걷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걷기 코스가 완벽합니다. 영국은 전국에 15개 코스 4,000Km가 실핏줄처럼 뻗어 있습니다. 이른바 내셔널 트레일스(National Trails)가 바로 그것입니다. 한해 1,20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8개 코스 21,000Km에 이르는 ‘장거리 자연보도’는 해마다 6,000만명이 다녀가고 있습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스포츠도 걷기가 단연 1위(37.2%)입니다. 2위 체조(15.9%), 3위 볼링(13.2%), 4위 각종 구기운동(11.9%), 5위 골프(8.3% 이상)를 압도합니다(2004년 일본 내각부 여론조사). 미국의 900코스 80,000Km에 이르는 내셔널 트레일 시스템(National Trail System), 호주의 25개 코스 12,000Km에 이르는 워킹 트랙(Walking Track)도 참 대단합니다.
우리의 걷기는 아직 걸음마 수준입니다. 2008년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을 다녀간 사람은 각각 3만명으로 모두 합쳐야 10만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즘 40대 주부들과 싱글 직장 여성들을 중심으로 걷기 여행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