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9-08-28 10:01:11 IP ADRESS: *.237.8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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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

딴지총수의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심야택배사건

올해 중3으로서 이미 저 유명한 ‘한국의 입시지옥’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제 딸이 얼마 전 깔깔깔 소리 높여 웃어댔습니다. [한겨레]에 연재되고 있는 ‘김어준의 그까이꺼 아나토미’를 본 거죠. “아빠, 이거 읽어봤어? 이 아저씨, 넘 웃기고 통쾌해!” 내가 그 아저씨, 잘 알어, 라고 했더니 “정말?”이라고 반문하는 게 영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어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책에 싸인해서 내 딸한테 한 부 보내주라.” 그랬더니 우리의 딴지총수는 뜻밖의 문자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오토바이 타고 개인퀵하겠슴다 아빠 폼 좀 나시라고 ㅎㅎ”

김어준은 평소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닙니다. 그는 이태원의 [WAgit]에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는 호주 쉬라즈 와인 [Lackey]를 꼭 한병씩만 사가지고 갑니다([Lackey]는 제가 좋아하는 와인으로서 [심산의 와인예찬]에도 등장하지요). 덕분에 우리는 그를 ‘래키장복자’(장기복용자)라고 놀려댑니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그가 래키 한 병을 가죽잠바 안에 쑤셔넣고 오토바이 굉음을 내며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의 사내...뭐 그런 느낌이지요.

본래는 월요일 자정에 저희 집으로 온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당일날 갑자기 지방에 갈 일이 생겼다네요? 그래서 어제(목요일) 밤으로 다시 약속을 옮겼는데...어제는 또 무슨 인터넷 방송을 해야된다네요(나 원 참 그렇게 바쁘면서 뭔놈의 택배야 택배는)? 결국 자정이 다 되어서야 오토바이 대신 차를 타고 저희 집으로 들이닥쳤습니다. 딴지총수로부터 직접 저자싸인본을 받아든 제 딸이 환호성(!)을 질러댄 것은 물론이고요. 이상이 ‘김어준의 [건투를 빈다] 심야택배사건‘의 전말입니다.

김어준이 저의 집에 머문 시간은 채 10분도 되지 않습니다. 들어보니 인터넷 방송 도중 잠깐 빠져나온 거라서 빨리 복귀해야 된다네요? 뭔 방송이냐고 물어봤더니 그가 킬킬대며 말했습니다. “요즘 모두들 너무 당하고 지쳐서 이명박 욕하기마저 포기했잖아? 나라도 계속 씹어대야지, 잘근잘근.” 그는 정말 유쾌한 사내입니다. 멋진 청년...이라고 쓰려다 보니 어느새 그도 벌써 마흔을 넘어선 중년 사내가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젊음의 기준이 꼭 나이의 많고 적음에 의해서 나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에게 제가 선물한 와인은 ‘염소가 배회한다 회사(The Goats Do Roam Company)'의 [Goats Do Roam White]와 [Goat-Roti]와 [Goatfather]입니다. 그야말로 ‘딴지일보스러운’ 와인들(!)이지요. 두뇌회전 빠른 김어준은 이 와인들의 제목만 보고서도 박장대소를 했습니다(이 와인들의 ‘유머’를 설명하려면 글이 너무 길어지니 생략). 그는 물건값에다 택배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이 얻어간다며 껄껄 웃었습니다. 이로써 제 딸과 김어준 그리고 저까지 세 사람 모두 해피(!)해진 거지요.

아 참, 말나온 김에...이 책 [건투를 빈다] 읽어들 보셨나요? 부제는 ‘딴지총수 김어준의 정면돌파 인생매뉴얼’일데, 한 마디로 뒤집어집니다. 그런데 단지 농담일 뿐이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온몸으로 인생을 살아온 멋진 사내, 그의 표현을 빌자면 한 ‘본능주의자’의 통쾌한 시선으로 인간관계와 세상사를 꿰뚫어본 근사한 책입니다. 게다가 글빨 아니 말빨은 또 얼마나 걸고 좋은지...So Modern and Unique! 김어준식 말투를 빌려쓰면 이렇습니다. 졸라, 재밌다, 쓰바.

P.S. 헤이 총수, 어제 고마웠어! 자네 덕분에 딸한테 가오 좀 섰네!ㅋㅋㅋ

[img2][img3]

김명수

2009.08.28 10:18
*.253.60.49
은이 표정이 정말 행복해 보이는데요... 심쌤은 정말 좋은 아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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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록

2009.08.28 14:01
*.55.120.46
갈수록 레벨이 상승하고 있는 은이...그래도 초딩땐 말이 좀 통했는데...ㅋㅋㅋ
profile

명로진

2009.08.28 14:14
*.192.225.73
참....심샘은
발이 도대체 몇 평이신가요? ㅋㅋㅋ
은이는
정말 처녀가 다 됐네 ^^

이유정

2009.08.28 15:35
*.51.9.183
나도 이런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30대. -.-;
profile

심산

2009.08.28 15:43
*.237.82.125
푸하하 유정 너 왜 그래? 너...내 딸 할래...?[깔깔]

박주연

2009.08.28 23:53
*.18.193.73
김총수의 오랜 팬입니다.
자기가 얼마나 멋진지 전혀 모르고 관심도 없는 남자... 제 이상형이죠.
저도 얼마전에 애인과 헤어졌고 김총수도 돌싱이 되었다고 들었는데 ...
심샘 ...이 참에 좋은 일 한번 하시죠...^^ (농담 아닙니다.)

김성훈

2009.08.29 00:54
*.116.250.204
딴지총수...랙키...ㅋㅋ
profile

심산

2009.08.29 01:44
*.110.20.16
아니 주연, 그 친구랑 헤어졌어?
누군가 애인과 헤어졌다는 소식을 전해오면
내가 늘 해주는 이야기가 있지...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근데 뭐...별 의미는 없는 소리야
왜냐하면...누군가 새 애인이 생겼다고 하면
그때도 이렇게 말하거든...
"Don't Think Twice, It's Alright..."

총수가 돌씽이 됐다고...?
글쎄...그런 이야기는 본인한테 직접 들어야지
난 남의 애정문제 혹은 남녀문제에 대해서는
본인이 입을 열지 않는 한 워낙 확고한 원칙(!)을 지키는지라...
"No Comment..."^^

이정환

2009.08.29 04:36
*.222.56.24
와~ 멋집니다 ^^

올 초였나요? 강헌반 엠티로 강헌선생님댁 갔다가, 시뻘건 책 한 권 있길래
무심코 집었다 끝내 남들 자는 동안 혼자 읽고 담 날 집에와 주문하고 또 읽었던 책.

와~우 선생님 이 책 꽤 좋은데요?
라는 저의 반응 앞에 강헌선생님 특유의 억양으로,

"걔가 원래 구라가 좀 되잖아.. " ^^

빤한 소리에 설탕 뿌려가며 중언부언.. 아이고야 못 읽겄다
하는 책들과는 스피드부터 다른 문체, 직구만으로 올 스트라잌 잡아내는
추천 추천 추천 책!

p.s
김어준의 뉴욕타임즈 거의 첫회인가 봤었는데 재밌습니다~

이유미

2009.08.29 12:24
*.176.103.172
그날 정환이가 읽는거 보고 나중에 읽어봤는데
그자리에서 완독하게 되더라구요.
역시 쾌변화술의 달인ㅋ
갑자기 강헌선생님 보고잡다ㅠ

박주연

2009.08.29 12:31
*.18.193.73
하하.. 샘 ... 김총수가 한겨레 특강에서 공개적으로 자기 돌아왔으니까 관심있으면 언제라도 들이대달라고 공개구애를 했어요.. 현재 상황이 어떤지 모르니 불쑥 찾아가기는 그렇고해서..ㅋㅋ

이미란

2009.08.30 22:38
*.61.106.42
은이가 안본 사이에 아가씨가 다됐구나~ 우리 은이 잘 자라주었어, 내가 왜 이렇게 눈물이 나지 흑,흑,
은이야 다음엔 아빠한테 장동건 보고 싶다고 해봐. 그때 나도 꼭 불러주고!!

강민정

2009.08.31 00:20
*.50.115.90
장동건... 괜찮다~~~ ㅋㅋㅋ

강지숙

2009.09.01 03:34
*.84.117.218
김총수 팬 하나 더 추가요.(주연언니 쏘리^^)
그리고 은아. 정우성도 추가.
profile

명로진

2009.09.01 12:31
*.192.225.158
심샘....
저는 손담비 보고 싶어요....^^

박주연

2009.09.01 12:49
*.218.30.37
샘... 김총수랑 소지섭 세트로...
profile

심산

2009.09.01 13:06
*.241.46.177
푸하하 얘네들이 점입가경일쎄...
난 마릴린 몬로! 그녀 한 명이면 족해...
마릴린 몬로 VS 김어준+장동건+정우성+손담비+소지섭...어때? DEAL???

최준석

2009.09.02 01:14
*.152.24.74
돌아가신 분은 한 트럭이 와도 소용없슴돠..ㅋ 사진 속에 로마네꽁띠보단 내 손안에 데일리가 낫다능..^^

최운국

2009.09.02 01:15
*.202.180.116
좋은책은 나누어 봐야 하는디^^
셈 ... 제주사이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건투를 빈다" 는 없는디요 ^^

은아 ? 다 봤니? 나 운삼이야^^ 잘지내지 ? 한라산(?) 생각나지 않니 ?
우리 바꿀까? 건투와 라산이를^^

강민정

2009.09.02 09:29
*.8.13.134
최대표님... 알고봤더니 제주도 역적이셨군요. 라산이를 팔다니... ㅋㅋㅋ

'건투'는 제가 챙겨가지요... 저두 사놓기만 했다가 못 읽고 있었는데 심산샘 글 읽고 챙겨보고 있습니다. 사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아무래도 읽겠죠? 아님말구...

최운국

2009.09.02 12:24
*.202.180.116
우선은 민정씨 땡큐^^
읽다 못읽어시면 내려와서 읽어시면 되구요
챙겨 오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근디요 여기서 라산이는요 마시는건디 순한맛도 있는....^^
역적이 아니라 홍보대산디.....ㅋㅋ

참 ^^ 민정씨.. 심산스쿨 제주캠프스 "가을맞이 책꽂이 증설 공사"
계획중입니다...알고나 계시라구요^^
처음 오실때 책한가방 짊어지고 오시던 아름다운 민정씨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는건... 왜일까요?

강민정

2009.09.02 15:46
*.8.13.134
심산스쿨 제주캠퍼스에 책 싸가려고 드렁크도 큰 걸로 바꿨다고 하면 믿으실려나... ㅋㅋㅋ

라산이 저두 마실 수 있는 거죠? 캠프 시작하기 전에 전 우도 고고씽입니다. 맥주&소주가 저의 아름다운 미모를 보고 꼬리를 칠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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