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작가 심산이 [와인예찬] 책을 펴낸 심사는
충무로의 멀티플레이어 작가 심산(47)이 이번에는 와인에 관한 책을 썼다. 제목은 '심산의 와인 예찬―내 인생의 와인들'(바다출판사). "서른 살 즈음에 '한량'이 되기로 결심했는데 현재 거의 근사치에 접근하고 있다"는 이 분방한 시나리오 작가('비트' '태양은 없다')는, 정작 저자 소개란에는 "산에 오르고 와인을 마시며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얌전하게 적었다.
와인에 관한 책이 과잉에 가까울 만큼 넘쳐나는 시대, 작가 심산이 와인 책을 펴낸 심산(心算)은 뭘까. 그는 "와인을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하고 싶었다"고 했다. 전제는 자신이 와인 애호가일 뿐 와인 전문가는 아니라는 것. "에밀 페이노보다 뛰어난 양조학적 지식을 쌓는 것은 불가능하고, 로버트 파커보다 훌륭한 감식안을 가지려 한다면 개가 웃을 일"이라는 게 그의 분명한 '주제 파악'이다.
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이 전문가라는 게 이 사내의 자부심. 와인을 의인화한 새롭고 독창적인 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덕에 개별 와인을 여인에 빗댄 21편의 짧은 사랑 이야기가 탄생했다. 가령 이런 식. 열일곱 살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에 만난 첫사랑 여인을 밀히(Milch)라 호명하고 그녀와의 불장난을 관능적으로 묘사한 뒤, "달콤하지만 풋내 나고 황홀하되 비릿한" 독일 와인 립프라우밀히(Liebfraumilch)의 특장을 설명하는 것이다.
'한량 심산'의 공식 직함은 풍성하다. 김대우(음란서생), 김희재(실미도)를 비롯한 충무로 대표적 시나리오 작가 50여 명이 소속된 한국 시나리오 작가조합의 대표이면서, 시나리오를 가르치는 심산스쿨(simsanschool. com) 교장, 여기에 코오롱 등산학교 강사, 등산서적 전문출판사 마운틴북스 편집인이기도 하다. 이제 와인을 추가했다. 그는 "와인은 내게서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앗아갔지만, 그 모든 것의 총합보다 훨씬 더 많은 양과 질의 행복을 줬다"며 짝사랑의 변을 밝혔다.
어수웅기자 jan10@chosun.com
사진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조선일보] 2008년 1월 11일
느낌이 상당히 비슷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