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와인반 수업이 12시 전에 끝났습니다
수업 마무리를 하고...홀로 스쿨에 앉아 있자니
비소리가 너무 듣기 좋습니다
김영동의 대금 독주를 들으며 잠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시라가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닙니다
저 놈이...아니 저 년이...왜 저러나....하고 봤더니
놀랍게도 심산스쿨 안에 웬 벌레가 한 마리 날아들은 겁니다
그 녀석은 나방과 풍뎅이...의 중간 정도(?)되는 녀석인데
시라가 그 녀석과 한참을 신나게 놉니다
참 신기해요...잡아 먹지도 않고, 그렇다고 놓아주지도 않고
앞발로 툭툭 치고 펄쩍 뛰어 낚아채고...그러면서 놉니다
벌레 녀석도 참 놀라워요...스피커 뒤의 공간에 숨더니
이내 심심한지 다시 기어나와서 시라에게 접근합니다
참 나 원...뭐하자는 수작들인지...ㅋㅋㅋ
시라앨범에 참 오랫만에 사진들을 올립니다
그 동안 너무 바빴다...고 하면 시라가 비웃을 것 같습니다
시라를 보면 참 좋은데...함께 놀아줄 시간이 거의 없네요
일전에 신화반의 김원익샘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시라 정말 불쌍한 놈이야...
다들 와서 사진이나 찍지, 정말 그 녀석을 사랑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
순간 가슴이 찡했습니다
얼마 전에 결심했습니다
시라를 더 이상 붙잡아두지 말자...
시라는 심산스쿨에 있으면서 그다지 행복한 것 같지 않습니다
일종의 애정 결핍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
시라 엄마한테 보낼 생각입니다
시라 엄마란...바로 한수련 양입니다
사실은 수련 양이 오래 전부터 제게 조르기도 했습니다
"시라 내가 데려가면 안돼요?"
그게 정답입니다
제가 보기에 시라는 자기 엄마인 수련 양과 있을 때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수련 양이 8월 초에 방이 2개 있는 공간으로 이사를 합니다
그러면 시라를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결국 심산스쿨에서 시라를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겁니다
몹시 서운하긴 하지만...그래도 그게 시라에게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착과 소유욕...을 사랑이라고 우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상대방이 잘 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것...그게 사랑이지요
한밤 중에 시라가 난데없이 날아든 벌레와 재밌게 노는 걸 보다가
그걸 찍어서 사진으로 올리다가...
공연히 센치해진 것 같습니다
하긴 뭐...근사한 장마비 소리가 이어지고
대금 독주도 들리고...
센치해지지 말라는 법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