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7-06-24 02:17:25 IP ADRESS: *.131.1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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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1]

66명의 시인, 6월 항쟁을 시로 읊다
한국문학평화포럼, 23일 '6월민주항쟁 20주년 기념 문학축전' 열어

6월 민주 항쟁 2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마치 그 6월 행사의 마무리를 하는 듯한 의미 있는 행사가 오는 토요일(6월 23일 오후 5시) 항쟁의 본거지였던 명동성당 앞 YWCA 강당에서 열린다. 이 행사는 다름 아닌 한국문학평화포럼(회장 임헌영, 이하 포럼)에서 주최하는 6월 민주 항쟁 기념 문학축전이다. 포럼은 그동안 많은 현장 행사를 통하여 문학의 새로운 힘과 화두를 제시한 바 있어서 자못 기대된다.

<6월의 함성으로 피어라, 민주의 꽃이여>라는 제목을 붙여 정용국 시인의 사회로 치러질 예정인 이번 행사는 당시 각자의 자리에서 6월 민주항쟁의 불씨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바 있는 문인들이 다시 모여 20년 전의 추억과 회한을 재현하고 새로운 비전을 다짐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날 행사는 김규동, 고은, 민영 시인 등이 시를 낭송하거나 20년 전 6월의 회고담을 하게 되며 또한 6월 항쟁 20주년을 맞아 66명의 시인이 쓴 항쟁 관련시를 포럼이 주관하여 책으로 묶어 발표하는 날이기도 하다. <유월, 그것은 우리 운명의 시작이었다>(화남출판사)로 이름 붙여진 기념시집은 6월 민주항쟁 기념시를 집대성한 것으로서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하겠다.

기조강연을 하게 될 포럼 부회장인 소설가 김영현은 준비한 기고문에서 6월 민주항쟁이 일부의 영광으로 돌려져서는 안 되며 자발적 참여자는 물론이고 지난한 세월 현장에서 싸워온 민주투사들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우리 문학은 이제 스스로 유폐된 골방에서 나와 이 시대 인간들의 삶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mg2]

고은 시인은 무려 다섯 쪽에 달하는 여는 시에서 울부짖는다.

16세로부터 65세까지
번쩍 손들어 토론했다
묻고 대답했다
그 해방의 밤 지새우며
새 세상을 위하여
왜 우리는 떠맡겨버리고 말았던가
후회여
너조차 내던져버리고
이제 우리는 일어섰다
명동 농성 1주일은 6·10대회의 꽃이었다
그 꽃은 모든 곳으로 피어나갔다
처녀처럼
신록처럼
단풍처럼
바다 위의 낙조처럼 피어나갔다
아 민주주의의 꽃이여 어린이여

-고은 시 '6.10 대회' 중에서-

이날 낭송될 시의 제목만 보아도 6월 그날의 현장에 우리는 서있는 듯하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민영) '바리케이트 안에서'(심산) '명동성당 계단에서'(박몽구) '1987년의 부끄러움'(박철) '친구여 대답을 준비하라'(김용락) 등 얼마나 등골이 서늘한 시어들인가.

별마저 진압되어버린 캄캄한 이 밤
잠든 도시의 한복판에서 횃불을 들고 내뱉는
쉰 목청 마지막 안간힘의 절규에
사람들이 깨어나 달려오기 전에
새벽이 오기 전에
또다시
너희가 이땅을 점령할 수도 있겠지만
똑똑히 보아두어라 외세여, 압제여
마치 갑오년의 기민행렬이 그랬듯이
너희의 땅에서 철거당한 사람들끼리 이렇게 밥을 나누며
마치 갑오년의 동학군들이 그랬듯이
핏발 선 두 눈을 흡뜨고 이렇게 돌을 던지며
우리는 우리의 땅에서 살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만들 것이다, 이렇게!

-심산 시 '바리케이트 안에서'의 일부-

이렇게 6월을 기억하고 다짐하는가 하면 신자유를 구가하는 현재의 세태를 우려와 노기에 찬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img3]

농촌은 한미 FTA로 깊은 수렁 속에 빠지고
신자유주의로 노숙자는 거리를 방황하고
인권유린에 내몰린 가엾은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늘 밤에도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입니다
아 아 그렇군요
그해 유월 그날의 열정과 함성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그날의 뜨겁고 순결하던 열망은
벌써 싸늘한 재처럼 식어버렸나?
차디찬 절망의 얼음덩이가 되었나?
아니면 아직까지 오지 않은 기차
아직까지 오지 않은 혁명의 숨소리
그 피 토하는 상처의 흔적들을 더 기다려야 하나?

-김용락 시 '친구여 대답을 준비하라' 중에서-

시낭송 외에도 식전행사로 준비된 기념시 걸개전, 박용수 작가의 사진과 최민화 화백의 그림이 전시되어 그날의 추억을 기념한다. 그리고 김기인과 스스로춤 모임, 가수 손현숙, 장순향 한반도 춤패의 공연과 오우열 시인의 6월 민주열사 해원굿이 펼쳐질 예정이다. 또한 이날 출판기념회를 겸한 자리에서는 66명의 시인이 참여하고 포럼이 만든 기념시집 <유월, 그것은 우리 운명의 시작이었다>를 일반 참가자 선착순 100명에게 시인이 친필 사인하여 전하는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다. 문학의 힘으로 세상을 위무하고 바꾸는 의미있는 행사이니만큼 일반 독자와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는 시도로 보인다. 아무튼 6월이 저물어가는 2007년의 초여름은 다시 그날의 함성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듯하다.

[오마이뉴스] 2007년 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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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산

2007.06.26 15:07
*.237.83.104
같은 날 연세대에서 열린 안치환 콘서트 [그래 난 386이다!]가 무척 좋았다는 후문...[음흉][안녕][원츄]
profile

명로진

2007.07.01 19:10
*.86.217.161
아하.....그때가 벌써 20년 전이라고요?
전 그 사실이 제일 믿어지지 않네요. 헐.
ㅡ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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