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역지우 "Don't Worry, Be Happy!"
명로진(배우, 인디라이터)
내가 그를 좋아하는 까닭은 그가 늘 낙천적이고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다. 그는 늘 유머와 에너지가 넘친다. 어떤 상황에서도 화를 내지 않을 정도로 자기 감정을 조절하는데도 달인이다.
언젠가 그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화 돼서 선후배들이 모였다. 그가 초청해서 저녁을 사고 맥주를 마셨다. 그리고 영화를 보기로 했었다. 맥주 한 잔을 마시자, 누군가 생각이 바뀌었는지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지 말고 그냥 술이나 마시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누구도 “무슨! 그래도 영화를 봐야지”하고 적극적인 반대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우린 술이나 마시고 말았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그건 최악의 경우였다. 그럼에도 그는 불쾌해 하거나, 자리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 순간, 빠르게 ‘술 마시고 떠들기’ 모드로 전환하더니 좌중을 휘어잡고 이야기를 해 나갔다. 중요한 건, 오랜만에 사람들이 함께 모인 그 ‘판’이었다. 그걸 깨선 안 된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저번에 쓴 책 인세가 왜 이렇게 안 들어 오지?” 그에게 이렇게 걱정을 털어 놓으면, “금방 들어오겠지, 뭐. 걱정 마”라고 말한다. 그럼 정말 며칠 뒤에 돈이 들어온다. “이번에 하는 방송이 잘 안되면 어떡하지?” “잘 되겠지, 뭐. 걱정 마.” “내 강의에 학생들 신청이 적으면 어떡하지?” “많이 듣겠지, 뭐. 걱정 마.” 모든 게 이런 식이다. 내가 걱정거리를 늘어놓으면, 그는 늘 잘 될 거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정말 모든 일은 잘 풀린다. 그는 정말 인생의 ‘시크릿’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와의 인연이 벌써 24년째다. 나도 어느새 그에게 전염되었나 보다. 어떤 상황이 닥치든 ‘Don't worry, Be Happy'의 심정이 된다. 행복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웃으며 저녁을 맞이하고, 우울한 마음으로 아침을 먹으면 고민 속에 잠들게 된다는 것을 그가 알게 해 주었다. 사랑하는 선배이자 친구-그의 이름은 심산이다.
[좋은생각] 2008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