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빚
명로진/인디라이터
몇 해 전 인도 뉴델리에 갔을 때 일이다. 아침마다 공원에서 요가를 하는 구루를 만났다. 그는 맨발에 허름한 옷 하나만 걸친 모습이었지만 늘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그때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었다. 그에게 내 사정을 말하자, 그는 자신의 제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느 날, 제자가 찾아와 친구에 대해 불만을 털어 놓았다.
“아미르는 나와 20년을 넘게 사귀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가난하고 무능합니다. 저는 있는 힘껏 그를 도와줬습니다. 그가 내게 돈을 빌려 간 적도 여러 번 있습니다. 그가 빌려간 돈은 벌써 10만 루피가 넘습니다. 그동안 제가 그에게 빚진 걸 독촉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번에 급한 일이 생겨 돈을 갚으라고 했는데, 모아 놓은 돈이 한 푼도 없다는 겁니다. 아미르는 정말, 저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구루는 그에게 물었다.
“자네는 언제나 행복한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을 하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자네의 아내에게 비밀이 없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어디서건 마음대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누구와 함께라도 편안히 술을 마실 수 있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아무에게나 눈치 보지 않고 자네의 고민을 털어놓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단 한 번도 외로워 한 적이 없는가?”
“그렇진 않습니다.”
“자네는 가끔 누군가를 붙들고 울고 싶어질 때가 있는가?”
“네….”
“자네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누구에게나 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싶을 때, 아내에게조차 털어놓지 못한 비밀이 있을 때,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싶을 때, 편안히 술을 마시고 싶을 때, 눈치 보지 않고 고민을 털어놓고 싶을 때, 가끔 외로워질 때, 그리고 누군가를 붙들고 울고 싶어질 때, 자네는 누구를 찾아가는가?”
“아미르를 찾아갑니다.”
“자네 역시 아미르에게 빚 진 것이 있음을 알겠는가?”
그 사내는 조용히 일어나 돌아갔다.
구루는 내게 말했다.
“우리는 늘, 눈에 보이지 않는 빚을 까맣게 잊고 산다.”고.
[좋은 생각] 2009년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