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심산 등록일: 2006-07-10 01:33:33 IP ADRESS: *.147.6.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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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의 지배에 순응하라
커티스 헨슨의 [리버 와일드](1994)

내가 처음으로 래프팅을 즐긴 것은 네팔의 트리술강이었다.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마치고 남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큰 기대 없이 시도한 일이었는데 예상 외로 결과는 대 만족이었다. 현지인 선탑자의 구령에 맞춰 급류를 헤쳐 나가는 일도 물론 즐거웠다. 하지만 물살이 느슨해져 그야말로 잔물결 하나 없는 고요한 강을 꿈꾸듯 떠내려가던 기억이 보다 감미롭다. 원시의 자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숲과 깎아지른 듯 한 협곡의 절벽들, 그리고 이따금 보트를 정박시켰던 모래사장 위에 벌렁 누워 올려다봤던 새파란 하늘을 지금껏 잊을 수 없다.

래프팅은 여름 스포츠의 꽃이다. 일행과 함께 호흡을 맞춰 노를 저을 때, 합일의 쾌감을 맛보는 것은 몸만이 아니라 마음이다. 급류를 헤쳐 나가도 좋고 지류 위에서 마냥 노닐어도 좋다. 심지어는 보트가 뒤집혀 물속에 빠져도 그만이다. 발을 강물이 흘러가는 쪽으로 둔 채 구명재킷만 꽉 잡고 있으면 걱정할 일 하나 없다.

커티스 헨슨의 [리버 와일드](1994)에서 묘사된 레프팅은 그러나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게일(메릴 스트립)은 지금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처녀시절에는 래프팅 가이드를 했을 만큼 터프했던 스포츠 우먼이다. [리버 와일드]는 그녀가 어린 아들이 생일을 맞아 “강이 더 오염되기 전에” 그 아름다운 비경들을 보여주고자 래프팅을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영화의 전반부에서 묘사된 래프팅은 더 없이 매혹적이다. 인간 문명의 저편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자연, 눈을 감고 강물에 몸을 맡겼을 때 느끼는 편안함, 그리고 노를 기둥삼아 쳐 놓은 천막 앞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맞이하는 야영. 하지만 이토록 평화로웠던 게일가족의 행복은 우연히 동행하게 된 청년 웨이드(케빈 베이컨)가 무장 강도로 돌변하면서 끔찍한 악몽을 향해 치닫는다.

[리버 와일드]는 레프팅의 극한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최악의 포인트로 지적된 곤틀렛은 그 급격한 낙차는 물론이거니와 빙하수가 녹아 흐르며 형성된 맴돌이 폭포 때문에 하이퍼써미아(저체온증)를 유발시켜 저승의 관문처럼 묘사된다. 최후의 일전을 앞둔 게일은 스스로에게 다짐 하듯 말한다. 래프팅의 금과옥조다. “강물을 지배하려 들지마라. 오히려 강물의 지배에 순응하도록 노력하라.”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니 동강의 비경들이 눈에 어른거린다.

[한겨레] 2003년 7월 8일

백소영

2007.11.16 23:36
*.212.95.146
캐빈 베이컨이 악역으로 나와서 깜짝 놀랐었죠. ㅎㅎㅎㅎ
단 한번도 래프팅을 하지 않은 저로서는.. 마냥 무섭기도 했구요. ㅜ.ㅜ (연출이 정말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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